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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황소 타고 돌아오는 야생마

최종 수정일: 2023년 7월 13일

포드, 레드불과 함께 2026년 포뮬러 원 복귀

 

미국 뉴욕 현시 시간으로 2월 3일, 포드가 레드불 레이싱팀 및 알파타우리와 2026년부터 파워트레인 공급 파트너십을 맺기로 하고 이를 알리는 이벤트를 가졌다. 흥행을 위해 규모가 큰 미국 제조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기존 팀들의 러브콜이 있었는데,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포뮬러 원을 떠나 있던 포드가 나서 화답한 것이다. 이 계약은 최소한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과 2022년, 최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드라이버 타이틀을 따낸 막스 페르스타펜과 파트너 세르히오 페레스, 포드의 짐 팔리 CEO와 크리스티안 오너 오라클 레드불 포뮬러 원 레이싱 팀 대표가 참석해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




2026년 레드불-포드, 기후 중립 연료 F1을 대비하다


레드불은 혼다와 공식 파트너십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기술 부문에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막스 페르스타펜은 15회의 그랑프리 우승과 454 포인트로 2년 연속 드라이버 타이틀을 따냈으며, 팀에도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안겼다.





그럼에도 레드불로서는 고민이 많았다. 타이어 교체 시간 최단 신기록, 에어로다이나믹 설계, 데이터에 기반한 뛰어난 전술 운용도 있지만 결국 파워트레인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레이스에서 결국 자체적인 동력 유닛 개발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파워트레인 개발은 만만치 않은 일이고 결국 현실적으로 새로운 제조사와 손을 잡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2년 중순 발표된 2026년부터의 새로운 포뮬러 원 엔진 규정은 내공이 있는 자동차 제조사의 개발 능력을 더울 절실히 요구한다. 7가지의 요구 사항은 전체적으로 운영 및 유지 비용을 낮춰, 참가 팀 전체가 비슷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한편, 전동화 기술, 특히 배터리 동력 성능을 크게 끌어올려 압도적인 파워를 낼 수 있는 머신을 만들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미국 엑손모빌과 포르쉐를 비롯해 세계 주요 제조사와 석유화학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탄소 중립 혹은 기후 중립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엔진 개발에 대한 요구도 포함돼 있다.




기후 중립 연료는 풍력, 지열 발전 등으로 생산된 친환경 전력을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등의 기술에 기반해 제조된 탄화수소 계열 연료, 쉽게 말해 만들어진 석유를 말한다. 물론 연소 과정에서는 배기가스 배출이 있으나,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기존 방식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이렇게 생산한 연료는 기존 엔진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배터리 수급, 제작 등에 큰 비용이 드는 전기차 공장을 추가적으로 증설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배터리 원료 자원을 무기화하는 국가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기존 엔진과 전기차 대비 적은 용량의 배터리 기반 모터 시스템을 조화시키면 순수 전기차와 순수 내연기관차 어느 쪽보다도 효율 높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포뮬러 원은 그런 꿈의 기술이 실현될 수 있는 미래다. 이미 구대륙에서는 아우디가 나섰고, 신대륙에서는 포드가 참가하게 된 것이다.



포뮬러 원 역사상 3번째로 많은 우승 브랜드, 포드


“오라클 레드불과의 협업을 통해 2026년부터 포뮬러 원에 복귀하는 것은, 저의 증조부가 레이스에서 거둔 승리로부터 시작되 포드 모터스포츠의 이야기에 있어 새로운 한 페이지가 될 것입니다.”(빌 포드, 포드 회장)


포드 가문의 인물이자 수장의 메시지는, 포드 레이스의 역사와 레드불과의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포드 퍼포먼스의 브랜드 필름 ‘아워 타임(Our Time)’의 감성적 요소에도 잘 드러나 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포뮬러 원의 트랙으로 돌아가며, 다시 한 번 미국 제조사의 입지와 위상을 선보이겠다는 메시지가 녹아 있다.





크리스티안 오너 오라클 레드불 포뮬러 원 팀의 수장은 “포드의 포뮬러 원 복귀와 함께 파트너십을 맺게 된 것은 환상적인 일”이라며, “짐 클락, 아일톤 세나, 미하엘 슈마허 등이 포드의 퍼포먼스와 함께 이루었던 위대한 역사처럼, 2026년부터 ‘레드불-포드’는 새로운 왕조를 열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모터스포츠를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됐다면 포드가 포뮬러 원의 강자였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 오너의 말처럼 포드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엔진 공급사로서 영광을 누렸다. 그랑프리 총 우승 횟수는 174회에 달한다. 특히 1968년부터 1973년까지는 로터스와 함께 7년 연속 드라이버 타이틀을 만들어냈으며 바로 그 다음 해에는 맥라렌과의 파트너십으로 8년 연속 드라이버 타이틀을 따냈다.


이 기간 동안에 우승을 거머쥔 드라이버의 면면은 그레이엄 힐(1968), 재키 스튜어트 경(1969, 1971, 1973), 에머슨 피티팔디(1972, 1974) 등으로 기라성 같은 거물들이다. 이 외에 막스 페르스타펜의 장인이기도 한 넬슨 피케(1981), 니코 로즈베르크의 부친인 케케 로즈베르크(1982)도 포드 엔진이 들어간 머신을 타고 우승했다. 포드 파워트레인의 머신을 타고 우승한 마지막 드라이버는 1994년 베네통-포드의 미하엘 슈마허.


레드불과도 인연이 있다. 2004년 이후 레드불에 인수되며 이름이 바뀐 재규어 레이싱팀 역시 포드의 파워트레인을 사용했다.


포뮬러 원 최전성기 포드의 엔진은 영국의 레이스 머신 제작사인 코스워스(Cosworth)가 손봤다. 특히 포드-코스워스의 협력으로 제작된 3.0리터 자연흡기 DFV V8 엔진은 최고 출력 400~540ps를 발휘하며 196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을 풍미했다.


하지만 전동화, 기후중립 연료 등의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는 2026년부터는 포드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레드불의 머신을 달리게 할 예정이다. 짐 팔리 포드 CEO는 “포드가 레드불과 함께 포뮬러 원에 복귀한다는 것은 포드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정교화 등 현대적인 자동차 경험을 제공하는 제조사로서 나아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포뮬러 원에서의 경험 축적은 절감된 비용으로 혁신적인 플랫폼의 개발을 가능케 하며 기술과 수천만 명의 새 고객들을 위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현재 포드는 전동화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중흥을 노리는 한편, 내연기관 시대 아이콘의 지속, 그리고 모터스포츠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복합적인 목표를 노리고 있다. 특히 북미에서는 지난 8월, 인플레이션 방지법(IRA)를 통해 제도적으로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가격 조건을 차를 팔 수도 있게 됐고, 현재도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북미 올해의 차 트럭 부문은 F-150의 전기차 버전인 라이트닝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가운데 2026년 이후, 포뮬러 원에서의 활약이 향후 포드 브랜드의 위상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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