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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현장] 제2경인고속 갈현고가 방음벽 화재

최종 수정일: 2023년 7월 14일

불붙은 아크릴 용암처럼 흘러 차량 45대 전소, 설마가 된 화마

 

12월 29일 2시 13분, 본 매체 기자는 여느 때처럼 인덕원 역을 지나 서울 강남 쪽 행선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4호선 평촌역 인근에서도 목격될 정도로 검은 연기가 크게 솟고 있는 것이 보였다. 플라스틱이나 고무 같은 것이 타는 연기인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진압되는 중의 화재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덕원역에 가까워질수록 연기의 아랫부분이 보였고, 한창 진행 중인 화재였음을 알았다. 과천대로 방향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통제되고 있었다. 인덕원에서 과천으로 가는 방향은 완만한 커브길이기 때문에 처음에 불이 어디서 난 것인지는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첫 사진으로 볼 때는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공구 한 쪽에서 난 불인 줄로 알았다.


교차로를 통과하자 보통 화재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교차로 기준으로 오른쪽에 보이는 곳 뿐만 아니라 건너편인 왼쪽에서도 연기가 심하게 솟구쳐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이 두 곳에서 동시에 났던 것인가 싶었다. 그러나 YTN 속보나 경기도 도로교통센터, 경찰 등에 문의해봐도 당시로서는 이 사고에 대해 파악이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소식에서 알려진 것처럼 실제 대처가 20분 후에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므로, 기자가 목격한 그 무렵에는 아직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을 수도 있다.




오후 3시 7분경,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된 영상이다. 연기가 두 군데서 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붕 형태로 된 도로 방음 구조물에 붙은 불이 양 끝단 쪽으로 확산하면서 난 불이었다.


이는 뉴스에도 많이 공유된 영상이다. 불이 용암처럼 뚝뚝 떨어진다. 열에 약한 폴리메타크릴 재질로, 방음벽에 써서는 안 되는 소재다. 뭔가가 녹으면서 일어나는 화재다. 이 구간에서 전소된 차량이 44대(45대로 분석된 자료도 있음)대에 달한다. 사망자 5명은 이 불을 피하지 못하고 차량 내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 측은 전했다. 단순히 불에 탄 것만도 문제인데 열에 약해 불이 붙은 채로 녹아 떨어지며 차량의 바퀴나 엔진 등으로 옮겨붙으며 화재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불행 중의 다행이다. 차를 버리고 빨리 탈출한 운전자들의 판단이 옳았다.


물론 인명 피해가 난 상황 자체는 행정력 운용에 있어서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점은 아파트 20층 이상에 해당하는 고가차도였다. 기상청 정보에 따르면 이 날 과천시 기준으로 풍속은 초속 1.9m/s로, 바람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풍속은 지표에서 고도 10미터 지점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사고 기점의 바람은 훨씬 강했다. 불길이 번지는 모양을 보면 상당히 거센 바람이 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위 영상은 북의왕 IC에서 성남 방향으로 진입하는 길에 촬영한 연기다. 인천 방향으로 가는 길은 통제돼 있다. 오후 2시 27분의 영상이다. 비교적 통제가 이르게 이루어져 그나마 추가적으로 차량들이 진입하지 않고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아파트 방음벽에 대한 요구는 2010년대 후반에서 2020년대 초반, 주요 간선도로 인근 신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소음 피해 경감 요구로 활발히 진행됐다. 지역구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은 치적을 위해 이를 비교적 원활히 수용하고 빠르게 진행했다. 특히 지붕이 있는 형태의 방음벽은 악천후 시 도로의 마찰력을 확보해 주는 등의 역할도 한다. 하지만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난연성 소재를 쓰지 않은 안이함은 전형적인 한국의 ‘설마’ 행태다. 설마는 화마가 돼 돌아왔다. 당시 방음시설 시공을 발주한 담당자와 수주 기업, 그리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모든 관계자들이 심판을 피해 가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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