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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청춘을 닮았다, 푸조 408 GT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17일

뚜렷한 강점과 감출 수 없는 약점

 

디젤 엔진이 한순간에 천덕꾸러기가 되면서, 푸조는 포지셔닝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날카로운 핸들링과 디자인은 출력 수치와 화려한 편의장비로 고객들을 현혹하는 국산차를 이길 수 있는 무기는 아니었다. 


Peugeot 408 GT at Cafe 'Going Faster'
푸조 408 GT(장소 재공 '고잉패스터')

어려운 조건 속에서 한국 시장을 찾아온 푸조 408은 젊은 감각의 크로스오버형 GT로, 디자인과 푸조 전통의 강점인 명확한 라이드 앤 핸들링 성능을 갖췄다. 그럼에도 약점 역시 뚜렷하게 노출돼 있다. 물론 완벽한 차야 없겠지만 이 차는 그 장단 포인트가 각각 강해 매력적이면서도 위태롭다. 마치 청춘의 자화상처럼.



네 발 달린 모터사이클?

역동적인 혹은 가벼운 푸조 408 GT


408의 주행 감각은 골프, 시빅 해치백과 함께 전륜 구동 차량 중에서 가장 코너링이 우수하다는 308보다도 단단하게 느껴진다. 308은 선회 시에 외륜이 딱딱하게 버티면서 꼿꼿이 선 채 코너를 도는 느낌이 아니라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내륜이 마찰력을 유지하는 타입에 가깝다. 그에 비해 408은 외륜의 단단함이 도드라진다. 지상고가 188㎜로 다소 높은 편이다 보니 안정성을 위한 세팅으로 보인다. 스티어링휠이 워낙 작아 운전이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느껴진다. 


쫀쫀한 조향 감각을 그래서 일품이다. C 세그먼트급 치고는 긴 휠베이스(2,790㎜)임에도 후미의 반응이 더디지 않다. 불필요한 부품 무게를 줄여 선회 시 원심력을 억제하는 푸조의 방법은 언제나 유효하다. 가벼운 차체(1,455kg)도 이에 기여한다. 한 순간 잃어버리는 마찰력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장점이다. 



물론 안락감과는 거리가 있다. 시트의 가죽은 탄력 있고 부드럽지만 레이싱카 시트처럼 단단하다. 마사지 기능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장거리 주행 시 피로감은 피할 수 없다. 


1.2리터(1,199cc) 퓨어텍 엔진은 직렬 3기통으로 26.5kg∙m의 최대 토크를 낸다. 그러다 보니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구동음이 꽤 크게 느껴진다. 조향감이 탄탄한데다 엔진 소리까지 그렇게 들리니 네 발 달린 모터사이클 같다. 게다가 윈드실드 시인성과 개방감도 우수해 바이크 느낌이 더 짙다. 


Peugeot 408 Peugeot Brand day
5월 브랜드 데이 당시의 푸조 408


하지만 주행 모드를 에코로 설정하면 이 토크도 줄어든다. 그래서 고속 주행 시 추월을 위한 가속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노멀 모드를 사용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 페달 깊이를 유지한 상태에서 모드를 바꿔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에코 모드에서는 EAT8(8단 자동변속기)로의 상향 변속이 빠른 타이밍에 일어는 까닭도 있다. 그래서 좀 더 박력 있는 가속감을 느끼고 싶다면 패들 쉬프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다만 진짜 ‘네 발’ 아닌 ‘두 발’ 같은 구동음이 들려온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양면성

독보적 스타일과 주행성 vs 애매한 적재공간


휠베이스도 길지만 전장도 4,700㎜라 C 세그먼트에서는 큰 편. 최적의 조종성을 위해 운전석을 차량 중앙에 가깝도록 배치하다 보니 1열 레그룸이 깊다. 물론 2열 레그룸도 여유롭긴 하지만 시트의 좌대(엉덩이가 닿는 부분)이 다소 짧다. 키가 큰 승객이라면 아주 안락하게 느껴질 타입은 아니다. GT 트림의 가죽 시트 촉감은 고급스럽지만 1열과 마찬가지로 몸에 느껴지는 압력이 강한편. 


Peugeot 408
푸조 408 인테리어

차체가 긴 만큼 트렁크 공간의 깊이는 깊으나 패스트백 타입의 리어 윈드실드로 인해 상하는 좁다. 뉘어서 적재할 수 있는 물건의 적재는 수월하나 상자 등을 싣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넓은 적재 공간이 필요하다면 3008을 구매하면 된다. 


적재 공간에는 손해가 있겠지만 이런 후미 디자인은 겨울의 서해대교, 봄의 대관령이나 양양 등 측면풍이 강한 곳에서는 안정적인 거동을 약속한다. 온로드와 랠리를 가리지 않고 푸조가 쌓아 온 모터스포츠에서의 데이터는 공력 성능에도 녹아 있다. 테일게이트 후미 디자인은 와류를 방지해 고속 주행에서 후미의 들뜸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Peugeot Obsession Blue
푸조 408 GT 옵세션 블루

토션 빔 방식이라고 해서 후미가 들뜬다는 건 단순한 생각. 게다가 제동 시 안정성은 압도적이다. 단순히 밸런스가 좋은 것이 아니라 마음 먹고 차를 ‘잡아돌리’려고 할 경우, 하중 이동과 전륜의 마찰력을 이용하는 것도 직관적이면서도 쉽다. 


19인치 휠은 선회 시의 단단함에도 기여하지만 측면 비례감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다만 단면폭 205㎜는 다소 좁다. 종방향 그루브가 있는 곳에서는 골에 의한 영향을 받는 편.



인테리어 포인트는 컬러?

인포테인먼트와 앰비언트 라이트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영역에서 푸조의 차세대 i-콕핏(i-cockpit)은 내로라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또한 주요 차종의 세대 교체와 부분 변경 시마다 진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Peugeot 408 GT Interior
다양한 컬러의 앰비언트 라이트 테마가 제공되는 푸조 408 GT

Peugeot 408 GT Interior
인테리어 테마 컬러에 따라 조명을 맞췄다

2022년 국내에 출시한 308 해치백처럼 필요한 기능을 간편하게 불러오는 i-토글(i-toggle)이 적용돼 있다. 전자식 터치지만 물리적 조작감을 구현했다. 유럽과는 IT 관련 표준이 달라 완전히 같은 화면이 들어가진 않지만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샤프한 폰트 중심의 숫자들과 깔끔한 그래픽이 돋보인다. 계기반의 경우는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2D와 두 층위의 상을 활용한 3D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계기반의 컬러 테마는 물론 앰비언트 라이트의 색상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비싸다고 욕 먹더라도

PHEV 들여와야


가벼운 공차 중량과 스타일만을 생각하면, 408에는 1.2리터 퓨어텍 엔진이 그다지 나쁜 조합이라고만 할 수 없다. 다소 경박스런 구동음이 오히려 경쾌함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배기량 당 액수가 결정되던 세제 방식에서는 절세 이점도 있었다. 


연비는 간선도로와 도심을 오가며 주행해도 15km/L 이상을 너끈히 낼 수 있다. 에코 모드와 노멀 모드의 연비 차이는 크지 않은데, 경사로가 많은 구간에서는 오히려 노멀 모드가 유리하다. 


Peugeot 408 PHEV
유럽 시판 중인 408 PHEV. 5만 유로 이상이다

Peugeot 408 PHEV Media Testdrive
유럽 미디어 시승회에서의 푸조 408 PHEV

하지만 수입차의 세계에서 동력 성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은 기술력을 넘어 상품성의 문제다. 물론 유럽 국가들의 기준에서야 이런 차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리터당 100ps를 넘긴다고 해도 절대 출력 수치가 130ps에 불과한 것은 분명 약점이다. 요금소처럼 저속에서 고속에 달하는 시간이 길고 고속도로에서의 추월 시에도 빠르게 뒷차와의 간격을 만들기 어려운 답답함이 있다. 매번 스포츠 모드나 패들 쉬프트를 쓸 수도 없는 노릇.


때문에 가격이 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도입은 생각해볼 과제다. 합산 최고 출력 225ps의 PHEV 4륜 구동 모델은 대략 5만 유로(한화 약 7,090만 원) 수준이다. 물론 분명히 잘 팔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자꾸 두들겨 보는 태도와 그렇지 않는 태도는 3년 이후 브랜드의 입지를 다르게 만든다. ‘이런 차도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의 차이는 크다. 



Peugeot 408
푸조 408 GT

물론 이 파워트레인만의 장점도 있다. 퍼포먼스 자체는 약하지만 잘게 쪼개진 변속단은 변속 동작이 부드럽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해두고 달리면, 간선도로에서는 무척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또한 세밀한 토크가 급격히 쏟아지지 않고, 쏟아진다 해도 절대 토크가 낮아 부드럽고 세밀한 가속 페달 조절이 필요한 와인딩 구간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는 요소다. 


푸조 408 GT 트림의 경우4,690만 원이다. 요즘 국산차들과 비교해도 그리 비싸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 실제로 GT 트림은 유럽 현지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전례 없이 적극적인 할인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근성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매력적인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그대로 노출하는 이 차는, 그런 불완전한 모습은 그 자체로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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