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X 퍼포먼스 & ID GTI 컨셉트, 2027년까지 퍼포먼스 전기차 라인업 구축 전략
폭스바겐이 전기차 라인업인 ID의 고성능화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한다. IAA 모빌리티 2023에서는 GTI의 EV 버전인 ID GTI 컨셉트카를 공개했고, 9월 8일에는 고성능 전기 세단 ID.X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준대형 전기 세단 ID.7을 베이스로 하는 ID.X 퍼포먼스 쇼카는 최고 출력 411kW(558ps)의 고성능과 함께 4륜 구동 시스템과 스포츠 서스펜션을 갖췄다.
전기 시대로 옮겨 온 골프 GTI, ID.GTI
폭스바겐이 지난 3월 ID.2 올(ALL)을 공개했을 때 폭스바겐 마니아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휠베이스 2,600㎜, 누가 봐도 골프와 제원이 거의 비슷한 이 차는 EV 치세의 골프가 될 상이었다. 따라서 골프마저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실망과 전기차도 골프처럼 재미와 실용을 모두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게 됐다.
IAA 모빌리티 2023에 출품된 ID.GTI는 그런 가치를 확실히 전하는 컨셉트카다. 폭스바겐은 2027년까지 총 11대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인데, ID GTI는 첫 ‘GTI’의 이름을 부여받을 전기차라는 것이 폭스바겐 측의 메시지다.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이 차는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GTI의 DNA에 들어 있는 운전의 즐거움을 지속가능성과 결합시킨 차다.
사실 외관만 보면 전기차만의 아이덴티티가 두드러지기보다, 8세대 골프의 페이스리프트가 나온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연기관 시대 해치백의 모습을 살렸다. 아이오닉 5가 긴 휠베이스를 가진 한 덩치 하는 해치백이라면 ID.GTI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골프 GTI의 날렵함을 살렸다. 완만한 각도의 전면 A 필러와 단순하고 명료한 캐릭터라인, 짧은 디플렉터가 있는 후미 윈드실드, 샤프한 운곽의 리어 램프 유닛, 기하학적인 형태의 엠블럼과 후미등 디자인이 돋보인다. 반 세기 전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인의 GTI를 전기차화했음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인테리어 역시 기존 GTI의 심플한 구조를 새로운 시대의 상상력으로 번역한 모습이다. 더블 D 컷 스티어링 휠은 가운데 혼 부분과 좌우 스포크가 분리돼, 혼 위의 엠블럼이 떠 있는 듯한 효과를 구현한다. 조명이 들어온다면 매우 흥미로운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석의 클러스터는 극히 작아졌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요 기능을 보여주고 전체적인 시인성은 높이는 디자인이다. 1열 가운데의 스크린이 크고 아름답다. 그 아래 가장 필수적인 공조 장치는 물리 버튼으로 보이는 조작계로 해결했고, 그 아래에는 스마트폰 충전 패드가 있다. 센터 콘솔에는 시동, 아니 차량의 전원 버튼이 있다.
브레이크와 페달과 액셀러레이터 페달도 음향기기의 정지(⏹️), 패스트포워드(⏩) 아이콘으로 표시했다. 폭스바겐식의 유머 감각이다. 사실 페달의 경우 테슬라처럼 원 페달을 지향하는 브랜드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브레이크 페달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브랜드가 나뉜다. 폭스바겐은 완전히 전기차 시대가 되더라도, 아직 생에 많은 시간을 운전자로 살아갈 상당수 운전자들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이 구분되기를 원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ID.7 기반 4륜 구동 익사이팅 전기 세단 ID.X 퍼포먼스
폭스바겐의 성공신화 주역들은 대부분 C 세그먼트 이하 차종들이었다.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자랑했지만‘박리다매’가 현실이었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꾸준히 상위 체급 차종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인 파사트의 고급화와 티구안의 벌크업 모델인 올스페이스 그리고 투아렉 등은 모두 성공했다. 하지만 아픈 손가락이 있었으니 바로 2000년대 초중반에 등장한 페이톤이었다. 아우디의 A8과 플랫폼을 공유했던 이 차는 다양한 고급 기능과 우수한 주행감을 모두 갖춘 차였지만 세단으로선 지나치게 무거운 공차중량, 고질적인 트랜스미션 고장 등으로 결국 수명을 오래 잇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씻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이 바로 전기차 ID.7이다. 극한의 고성능을 추구하는 최근의 전기차 트렌드와 달리, 일상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인 210kW(286ps)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고 WLTP 기준 700km대의 주행거리를 발휘하는 준대형 세단이다. 넓은 승차 공간과 트렁크 공간도 장점이다. 2024년 북미 시장부터 출시 예정인데 가격도 7만 달러대로 상품성 대비 가격 경쟁력도 우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시대에도 폭스바겐다운 전략이다.
다만 전기 세단인만큼 보다 열정적인 주행을 즐기고 싶은 오너들도 포기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이 고성능화를 격차 해소의 수단으로 무섭게 추격하는 가운데 엄연히 존재하는 고성능차 수요를 도외시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지난 8일 스위스에서 ID 오너스 클럽을 대상으로 열린 카밋 행사인 ID.Treffen(‘모임’이라는 의미의 독일어)에서 공개된 ID.X 퍼포먼스 쇼카는 그에 대한 대안이다. 향후 ID.7의 성능에 아쉬움을 느낄지 모르는 고객들을 안심시키는 모델인 것이다. 듀얼 모터를 기반으로 4륜 구동에 최고 출력 441kW(558ps)을 발휘한다. 전륜에는 직류를 쓰는 동기 모터, 후륜에는 교류를 사용하는 비동기 모터를 장착했다. 동기 모터는 효율이 높고 비동기 모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간 높은 회전수부터 강한 토크가 전달되는 특성이 있다. 비동기 모터는 낮은 회전수에서 토크 발휘가 쉽고 자체 시동이 가능하며, 슬립링과 브러시가 필요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구조가 간단하고 가볍다. 이렇게 다른 유형의 모터를 각기 배치함으로써 가속 시 효율을 최대화한다는 것이 ID.X 퍼포먼스의 특성이다.
서스펜션 스프링도 일반적인 ID.7에 비해 60㎜ 낮으며 보다 단단한 주행 감각을 구현하도록 세팅됐다. 코너에서 강렬한 접지력을 발휘하기 위해 타이어 단면폭은 265㎜의 레이싱 타이어가 적용됐다. 휠 직경은 20인치.
외관에서도 스포츠 세단다운 가치를 보여준다. 전후면 범퍼 하단과 좌우 펜더의 휠 아치가 고광택의 블랙 컬러로 통일돼 스포티한 느낌을 발휘한다. 트렁크 리드 위에는 넓고 날카로운 윙을 장착했다. 여기에 차체 하단부를 레드 스트립으로 둘렀다. 이 컬러는 실내 스티어링휠은 물론 전체적인 앰비언트 컬러에도 적용됐다. 실내에는 대형 센터 콘솔이 적용됐다. 기본적인 구조는 ID.7과 동일하지만 이 레드 컬러를 통해 퍼포먼스의 의지를 드러낸다.
폭스바겐의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EV 시대의 인위적인 단절보다, 내연기관 시대에 그들이 주었던 운전의 재미와 가치를 전기차 시대로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ID 시대의 첫 세단 기반 고성능차와 GTI는 전기차 시대의 전환이 반드시 파괴적이고 단절적인 방법만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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