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하루 오니 e-퓨얼 파일럿 플랜트, 2027년까지 5억 5,000만 리터 생산 목표
e-퓨얼(Eletro-Fuel)은 기술을 통해 합성한 긴 사슬 구조의 탄화수소로, 화석 연료 석유에 가깝다. 불완전연소한 그을음 형태의 이산화탄소를 촉매에 반응시켜 생산하는 e-퓨얼을 사용할 경우, 연료의 생성과 자동차 사용 중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약 40%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석유자원의 급속한 고갈도 늦출 수 있다. 과거 금을 만들려던 연금술에 빗대 두 번째 연금술로도 여겨지고 있는데, 파생 합금 기술을 낳았던 연금술과 달리 실제 사용 가능한 연료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성공한 첫 연금술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 e-퓨얼의 본격 생산을 위한 공장인 칠레 푼타 아레나스 의 하루 오니 파일럿 플랜트가 공식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포르쉐가 엑슨모빌과 함께 연구개발해 온 e-퓨얼의 본격적 양산이 시작된 것으로, 포르쉐는 물론 주요 자동차 업계가 그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실이 된 전기차의 역설
어떤 에너지가 덜 해로운가
2022년 6월,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전체적으로 중단하고 모든 차량을 전동화한다는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는 전기차의 원재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패권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 또 다른 에너지 문제가 겹치면서 상당 기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됐다. 내연기관차의 전통이 강하고 EU냉서의 입지도 큰 독일과 이탈리아가 난색을 표하면서 일단 PHEV 그리고 e-퓨얼에 대해서는 이 같은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리튬 매장량에서 최대의 우위를 점한 중국, 러시아가 국제 사회에서 취하고 있는 자세를 생각하면 향후로도 유럽 국가들이 완전한 전동화를 희망적으로만 외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퓨얼은 그런 절박함이 낳은 결과물이긴 하지만 기술 자체는 이미 1920년대부터 존재했으며, 2차 세계대전 중 연료 보급이 끊긴 독일군이 대안으로 고민했던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수 년전부터 수소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기술 비용이 현실화하기 시작하면서 e-퓨얼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실제 e-퓨얼의 가능성은 모터스포츠를 통한 검증을 진행하는 단계까지 왔다. 포르쉐는 엑슨모빌과 협업해 제조한 e-퓨얼을 모빌 1 슈퍼컵을 통해 테스트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모터스포츠에서도 e-퓨얼과 관련된 유의미한 소식이 있다. 2026년 완전 개정되는 포뮬러 원 머신 규정에 따르면 e-퓨얼을 사용하는 파워유닛을 전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에 대한 가혹 테스트로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포뮬러 원에서 통한다면 일상 주행을 위한 연료로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기 떄문이다. 때마침 이러한 시기에 맞춰 포르쉐와 한 집 식구인 아우디가 포뮬러 원에 복귀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물론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로만 이야기한다면 e-퓨얼은 불완전하며 과도기적인 수단이다. 애써 포집한 탄소를 다시 연소를 통해 배출하기 때문이다. 비용이 싸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재료가 되는 리튬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입지는 달라진다. 양산이 성공적이기만 하다면, 근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e-퓨얼은 배터리의 느슨한 대체재나 보완재에 가까운 역할을 할 수 있다. 전 세계 13억 대에 가까운 내연기관차 유저들에게, e-퓨얼은 값비싼 전기차를 사지 않고도 차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종의 경우에는 친환경 역량 강화의 기회다. 리튬 역시 채굴 단계에서 막대한 환경 비용을 요구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e-퓨얼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만남은 적은 양의 리튬 요구량, 적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라는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탄화수소계열의 연료가 가장 완벽한 배기가스 제로 에너지원인 전기를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오는 것이다.
연간 13만 리터로 시작
2025년 이후 5,500만 리터 이상 생산
하루 오니 파일럿 플랜트는 연간 약 13만 리터의 e-퓨얼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포르쉐 모빌 1 슈퍼컵,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 등 라이트하우스 프로젝트를 통해 칠레산 연료를 먼저 사용할 계획이다.
포르쉐는 칠레 남부가 e-퓨얼 생산에 이상적인 기후 조건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이산화탄소 포집과 수소 추출, 연료 합성 등에 사용할 전기는 270일 동안 부는 강한 바람을 활용한 풍력 터빈으로 생산 가능하다. 푼타 아레나스 인근 마젤란 해협은 수송 비용도 줄일 수 있는 기회의 창이다. 포르쉐는 이미 e-퓨얼의 개발 생산에 1억 달러 이상을, 칠레, 미국, 호주에서 e퓨얼 플랜트를 계획, 건설 및 운영하는 HIF 글로벌 LLC에 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포르쉐 AG 구매 담당 이사회 멤버 바바라 프랑켈은 "포르쉐는 e 모빌리티, e-퓨얼의 두 가지 방향으로 상호 보완적 목표를 추구한다"고 전했다. 또한, "e퓨얼 사용은 CO2 절감 측면은 물론, 전체 교통 면에서도 합성 연료의 산업적 생산이 전 세계로 지속 확대되어야 한다"며, "포르쉐는 이번 e-퓨얼 파일럿 플랜트를 통해 합성 연료 개발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퓨얼은 향후 모빌리티 에너지원 영역에서 의외의 요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완전 전동화에 대해 국가별로, 제조사별로 손익과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배터리의 원료 물질을 채취하고 획득하는 과정에서 특정 국가의 패권 의식이 두드러진다면 e-퓨얼에 대한 관심과 잠재적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