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리터 박서 엔진과 조화, 합산 출력 541ps∙0→100km/h 3초
포르쉐가 약속대로 911의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지난 5월 28일, 포르쉐는 8세대 911의 후기형(992.2) 라인업을 공개했는데 역시 초미의 관심사는 GTS T-하이브리드(T-Hyrid) 파워 유닛이었다. 그런데 이 유닛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이전까지와의 하이브리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포르쉐가 지난 5월 28일 포르쉐 911 GTS 하이브리드를 공개했다.
포르쉐 911 GTS의 T-하이브리드
즉답성 강조한 터보 주도 하이브리드
3.6리터 엔진에도 전체 유닛 컴팩트해져
992의 하이브리드 도입은 전기형 출시 당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기술적으로 포르쉐의 전동화는 완성 단계에 가까워져 있고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상품적으로도 성공적이다. 그래서 911 하이브리드의 파워유닛은 기존의 성공적인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징적인 모델 911에, 이미 개발된 기술을 이식만 하는 것은 포르쉐다운 일이 아니었다. 포르쉐는 911다운 하이브리드 파워유닛을 새로 공개했다. 바로 GTS의 T 하이브리드다.
T-하이브리드는 기존 하이브리드의 상식을 파괴한 하이브리드다. 터빈 휠과 컴프레서 사이에 통합 일렉트릭 모터를 장착하는 방식인데 이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이건 F1 머신에 적용된 이후 메르세데스 AMG, 페라리 등에도 이미 채용하고 있는 사양이다. 그러나 포르쉐는 이 기술을 이용해 엔진 유닛을 컴팩트하게 다듬는 데 사용했다. 즉 싱글 터보를 택한 것이다.
초심자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터보 차저는 엔진 연소실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공기보다 더 많은 양의 공기를 압축해 불어넣어 폭발력을 높이고 토크와 출력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이다. 배기가스 유속으로 작동하는 터빈과, 여기에 한 쌍으로 맞물려 공기를 압축하는 컴프레서가 있는데 양산형 터보 엔진의 초창기에는 배기가스 유속이 낮은 저 RPM에서 터보차저를 통해 압축할 수 있는 공기가 적었다. 그러다가 일정 회전수 이상에서 갑자기 이 압력이 증가하며 토크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전까지 자연흡기 엔진의 부드러운 토크 전개 방식에 익숙했던 운전자들이 이에 대한 불편감을 호소하자, 저 RPM에서도 공기를 잘 압축할 수 있도록, 배기가스가 지나가는 관의 폭을 이원화하거나 가변화 혹은 터빈 자체를 아예 2개로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해 온 것이다. 전기 모터를 사용하게 되면 엔진 회전수 대역에 따른 터보차저의 작동을 훨씬 유기적이고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다. 특히 터빈 하우징(터빈을 둘러싼 케이스)에서 불필요한 압력이 생성되지 않도록 배기가스를 약간 빼주는 장치인 웨이스트게이트가 없어져 유닛의 컴팩트화와 경량화가 가능해지고 가속 페달에 대한 응답성도 민첩해진다.
새로운 911 GTS의 구조에서, 터빈과 컴프레서휠 사이에 위치한 이 통합 모터는 공기 압축만이 아니라 최대 11kW(15ps)의 전력을 생성하는 발전기의 역할을 한다.
911 GTS의 엔진은 3.6리터 수평대향 6기통이다. 이전 GTS에 장착된 3.0리터(2,981cc)보다 반 급이 커졌다. 실린더 보어(내경)가 97㎜, 스트로크(피스톤 왕복 거리)가 81㎜로 고회전에 유리한 구조다. 엔진 배기량이 커졌지만 거추장스러운 트윈 터보가 없다. 대신 하이브리드답게 구동 모터가 있다. 수평대향 6기통 엔진과 8단 PDK(듀얼클러치)사이에 위치하는, 후륜 구동 하이브리드의 일반적인 방식인데 이 모터와 터보 차저의 통합 일렉트릭 모터를 모두 400V 소형 고전압 배터리에 연결했다. 무게는 기존 12V 스타터 배터리와 동일하며 1.9kWh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배기량을 키운 엔진임에도 911 GTS의 중량 증가는 전기형 대비 50kg에 그쳤다고 포르쉐 측은 전했다.
모터의 동력 성능은 보조적 성향이다. 아이들링 시 추가 토크는 15.3kg∙m, 부가 출력은 40kW(54ps) 정도로 타 브랜드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수준이다. 엔진만의 최고 출력은 485ps, 최대 토크는 58.1kg∙m로 이전 GTS의 3.0리터 트윈터보 수평대향 6기통 엔진과 비슷하다. 그러나 모터와의 협응을 통한 최고 출력은 541ps, 최대 토크는 62.2kg∙m에 달한다. 즉 엔진과 모터 간의 심리스한 협응 및 가속 페달에 대한 섬세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대배기량 엔진의 힘을 여유롭고 부드럽게 사용하고 모터 동력을 활용해 파워를 보조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인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렇게 보면 모터를 품고 진화한 터보는 911 파워트레인 진화에 있어 큰 역할을 했다. T-하이브리드라는 네이밍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E-하이브리드라고 불리는 것과 대비되는, 터보 주도 하이브리드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터보 GTS와 타르가 GTS에 적용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고성능과 안락한 드라이빙의 접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응할 수 있게 된다.
시사점, 2026년 F1과 e-퓨얼
포르쉐 911은 항상 그랬듯 당대 최신 모델이 최소 반 세대 이후의 미래 기술과 상황을 대비한 모습을보여준다. GTS와 타르가 GTS에 적용된 3.6리터 T-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보며 추론할 수 있는 e-퓨얼의 상용화에 대한 대비다.
포르쉐는, 전기와 화학 기술을 통해 합성한 긴 사슬 구조 탄화수소 연료인 e-퓨얼(electro-fuel)의 개발에 진심이었고, 원메이크 레이스에서의 테스트도 마쳤다. 칠레에서는 엑슨모빌과 함께 설립한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됐다.
e-퓨얼은 곧 역사적인 시험대에 오르는데, 바로 2026년 F1이다. 이 시기부터 새로이 적용되는 머신 규정은 e-퓨얼 사용이 가능한 파워트레인을 전제로 한다. 일반 양산차와 비교할 수 없는 엔진회전수와 열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어떤 퍼포먼스를 보이느냐를 최종적으로 알아보게 되는 단계인 셈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아우디를 내보내 이 시험의 단계를 치르게 한다. 그 성과는 포르쉐에 긴밀히 공유될 것이다.
살펴본 제원대로만 보면 신형 GTS의 T-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내구성 면에서 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열 관리에도 유리하고 부하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새로운 개념의 e-퓨얼을 사용한다 해도 일단 부담이 적은 조건이다. 물론 한국에는 아직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나 유럽과 북미는 이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또한 여러 가지 한계도 있지만 일단 배출했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포집한다는 점에서 연료의 전 주기평가(LCA, Life Cycle Assesment)’를 고려했을 때 탄소 저감 효과도 높다. 실제 이산화탄소 저감률은 40% 정도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포르쉐의 터보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진 고성능과 친환경의 공존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911은 신차나 페이스리프트 때마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해왔다. 그 밥에 그 나물인 파워트레인의 마이너한 조정 정도가 아니라 매번 ‘진보’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자들마다 성향이 있겠지만, 포르쉐를 좋아하는 부자들은 무엇보다 기술적 진화의 가치에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일 것이다.
한국에는 2025년 상반기 카레라 GTS 라인업이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대는 부가세를 포함해 카레라 GTS는 2억 2,980만 원,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는 2억 4,620만 원이다. 4륜 구동 모델인 911 카레라 4 GTS는 2억 3,940만 원, 카브리올레는 2억 5,580만 원이며, 911 타르가 4 GTS는 2억 5,6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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