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EV SF90 스트라달레 기반 XX 스트라달레∙XX스파이더 공개
페라리의 스페셜 라인업 고객들은 부에 있어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다. 그들이 자동차에 원하는 것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선을 한참 벗어난다. 페라리의 스페셜카 프로젝트는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지난 20년간 진행된 XX 프로젝트는 공도에 끌고 나갈 수 없지만, 서킷에서만 가능한 페라리의 하드코어 퍼포먼스를 특별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익스트림카 프로젝트다. 그 최신의 결과물이 FXX-K EVO다.
이런 스페셜 프로그램은 다른 라인업의 차량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공도를 지향하면서도 트랙의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 방향성의 좁은 합류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새로운 스페셜 시리즈가 등장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인 SF90 스트라달레 기반의 SF90 XX 스트라달레(SF90 엑스엑스스트라달레), SF90XX 스파이더(SF90 엑스엑스스파이더)다.
전동화 트렌드가 쏘아올린 1,000마력 시대의 신호탄
최고 출력 797ps(7,900rpm), 최대 토크 81.9kg∙m(6,250rpm)을 발휘하는 3,990cc V8 가솔린 윈터보 엔진과 전륜 차축에 장착된 최고 출력 171kW(233ps)의 전기모터 2개가 결합된 파워유닛은 합산 출력으로 1,030ps를 발휘한다.
지금 슈퍼카 시장에는 1,000ps+ 붐이 불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내연기관 슈퍼카 브랜드들은 충성 고객들이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전동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오히려 이는 기회였다. 내연기관과 전동화 기술의 결합으로 지상에서 한계라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용량의 리튬을 사용해야 하는 순수 전기차 대비 제품의 생산과 원자재 공급 체인의 관점에서 보면 전기 슈퍼카보다 환경 영향이 적을 수도 있다.
변속기도 SF90 스트라달레의 8단 DCT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나 변속 로직에 SP3에 적용된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중고속 영역에서 가속 중에 페달에서 발을 떼는 '리프트 오프(lift-off)' 시 폭음과 같은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이 현상이 파워트레인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정교한 타이밍으로 로직을 재설계했다고 페라리 측은 밝혔다. 0→100km/h 가속 시간은 2.3초, 200km/h는 6.5초에 불과하다.
사운드에 대한 페라리의 집착은 전동화의 시대에도 멈추지 않는다. 흡기 플레넘(환기시켜야 할 공간에 신선한 공기를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으로 불어넣어, 혼탁한 공기를 배출시키는 장치)에 연결된 튜브는 재설계되어 캐빈의 벌크헤드(캐빈과 엔진 사이에 위치한 벽)에 더욱 가깝게 배치됐다. 흡기의 양을 늘려 폭발력을 강하게 할 수 있는 구조이며 이를 통해 더욱 날카롭고 거친 하모니를 선사한다. 공명기(특정한 진동수의 소리에만 울리도록 만들어진 기구, 구동음, 배기음에서 불필요한 잡음은 제거)의 위치는 엔진에 더욱 가까워져 풍부한 화음을 선사하고 소리의 밀도는 높아졌다.
트랙의 경험 그대로 녹아 있는 에어로다이내믹
SF90 XX 스트라달레의 최대 다운포스는 SF90 스트라달레의 2배에 달한다. 이를 통해 페라리 랩타임의 기준인 피오라노에서의 기록도 개선됐다. 다만 구체적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공기역학의 시그니처 요소는 XX 프로그램 차량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된 고정형 리어 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 차에 가장 최적의 형태로 제작돼 적용됐다. 그만큼 엄청난 공기역학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 윙의 구조는, 그것이 발생시킨 압력 필드가 셧오프 거니(shut-off gurney, 차량의 마찰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고정된 날개 구조물로 차량의 후미에 위치) 주변에서 발생한 압력 시스템과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재설계된 셧오프 거니는 다운포스/드래그(항력) 사이 대립되는 힘의 균형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셧오프 거니는 두 가지 구성을 가지고 있다. LD(로우 다운포스)에서는 모바일 구조가 올라가 고정 영역과 매끄럽게 연결되어 저항을 최소화한다. 반면, HD(하이 다운포스)에서는 모바일 구조가 내려가 공기가 고정 영역에 부딪후면 다운포스가 생성되도록 한다. 이에 더해 과압(대기압을 훨씬 웃도는 압력) 영역이 만들어지게 되며, 유입되는 공기의 흐름 편향 250km/h에서 최대 315kg의 다운포스가 차체 후미에 형성된다.
또한 냉각 성능의 개선도 획기적이다. 라디에이터 레이아웃의 배치를 뒤집어서 라디에이터의 효율성을 배가했고, 라디에이터로 차체 하부의 일부를 에워쌈으로써 전면 다운포스 생성에 도움이 되는 유효 표면적까지 확대했다. 프론트 라디에이터의 각도는 이전과 달라졌는데, 이로 인해 공기역학 성능이 개선됨과 동시에 뜨거운 공기의 흐름을 프론트 보닛 위쪽으로 유도해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게 했다. 보닛 중앙의 환기구 양쪽에 각각 위치한 두 개의 S 덕트는 이러한 공기의 흐름을 차량 위로 유도, 배출한다.
프론트 라디에이터는 각도를 조금 틀어 뜨거운 공기의 흐름을 프론트 보닛 위쪽으로 유도해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게 했다. 보닛 중앙의 환기구 양쪽에 각각 위치한 두 개의 S 덕트는 이러한 공기의 흐름을 차량 위로 유도, 배출한다.
프론트 스플리터는 SF90 스트라달레보다 큰 용적을 갖는다. 이를 통해 엔진으로 가는 기류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엔진 위로, 하나는 터보 인터쿨러 앞으로 하나는 고정 스포일러의 지지대로 흐른다. 냉각과 공기의 흐름에 의한 다운포스를 모두 확보한 설계로, 풍동 실험에서 모두 그효과가 입증됐다.
모든 페라리 고객은 코너의 달인이어야 한다는 철학
페라리는 고객의 자신감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브랜드다. 그들의 고객이 코너에서 위축되는 것을, 그들은 용납하지 못한다. 페라리의 첨단 전장 시스템은 차체 제어와 핸들링에 최고로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크 벡터링과 에너지 회수는 주행의 안전성과 효율성의 제고를 위해 기능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압도적인 코너링에 봉사한다. 또한 이 차량을 통해 처음 선보인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 2.0은 모든 마네티노 포지션과 그립 조건에서 작동한다. 이 기능들은 e-SSC(전자식 사이드 슬립 컨트롤) 1.0 소프트웨어에 의해 관리된다.
또한 296 GTB에 최초로 도입되었던 ABS EVO 컨트롤러가 적용됐다. ABS EVO 컨트롤러는 차량의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6W-CDS 센서의 데이터를 활용해 접지력이 높은 상황과 마네티노의 레이스 이상 포지션에서 활성화되며, 4개 휠의 제동력이 최적으로 분배된다.
SF90 XX 스트라달레를 통해 처음 도입된 엑스트라 부스터 제어 로직은 짧은 시간에 추가적인 출력을 발생시킨다. 이 소프트웨어는 e마네티노의 퀄리파잉 모드에서만 작동하며, 차량이 커브를 빠져나오는 중요한 순간에 엑스트라 부스트 파워를 발생시켜 피오라노에서 랩 타임을 0.25초 앞당겼다. 이 로직은 동력 전달을 제어하고, 배터리 충전의 최대 성능을 관리하며 구성 요소 상태를 모니터링해 전기 동력 발생을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엑스트라 부스트 사용 가능 여부는 대시 디스플레이 우측에 있는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그래프에서는 잔여 버스트(burst) 수(=엔진 추가 출력, 최대 30)를 제시한다. SF90 XX 스트라달레는 한계 상황에서 차량의 움직임을 최적화하기 위해 설계된, 탄성력 및 운동학적 각도 설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고속주행 시 SF90 스트라달레 대비 측면 성능(Ay max)이 9% 향상되었는데, 이는 주로 다운포스 때문이다. 또한, 롤 레이트(차량의 좌우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속도, 즉 차량이 좌우로 비틀리는 정도)가 10% 감소되어 차체 제어 능력이 개선됐다.
페라리 차량의 동역학은 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만, 잠깐의 시승만으로는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없다. 페라리 개발 역량에 있어서 엔진에 50%가 있다면 나머지 50%가 바로 이 동역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 페라리 차량들은 소프트웨어의 정교화를 통해 페라리 오너들이 어떤 급격한 한계 상황에서도 차량을 몰아붙이며 레이스카와 같은 열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유주의 말에 따르면 차를 탈 때 마다 그 기능들이 한 번에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한 겹씩 옷을 벗는 느낌이라고 한다. 그래서 페라리와 관련된 기사를 쓸 때면 문득 공허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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