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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럭셔리 밴의 지배자,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 30주년

  • 작성자 사진: 한명륜 기자
    한명륜 기자
  • 3월 26일
  • 5분 분량

최초의 스프린터부터 전기차까지, PBV의 원형이자 고전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의 다목적 밴 스프린터(Sprinter) 시리즈는 우리에게도 익숙합니다. 공연장이나 큰 축제 행사장에서는 연예인들의 스케줄 차량으로,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의전용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죠. 국내외 고급 호텔을 이용할 때 셔틀로 타 본 분들도 적지 않으실 겁니다. 또 아웃도어 활동의 질적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모터홈, 캠핑카 등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인증된 코치빌더를 통해 구급차, 특수 물류 차종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Mercedes Benz 3rd gen Sprinter
메르세데스 벤츠 3세대 스프린터

그런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가 처음 출시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스프린터는 여전히 현역이며 여전히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40만 대 이상 팔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동화 파워트레인까지 갖췄습니다. 30주년을 맞이한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1995~2006 T1N, 이제 이름은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의 탄생

 

스프린터도 선행 모델이 있습니다. 1세대의 코드 네이밍인 T1N에 답이 있는데요. 바로 1977년부터 1995년까지 다임러 벤츠 브랜드로 생산된 TN(Transporter Neu), 내부 명칭 메르세데스 벤츠 T1이라는 다목적 밴입니다. 적재 중량 범위도 2.5톤부터 거의 5톤에 이르기까지 넓고 따라서 화물용 밴부터 미니버스, 특장, 구급차까지 다양하게 운용할 수 있었죠.

 

DAIMLER BENZ TN, 1977
다임러 벤츠 시절의 TN(1977)

이 차량으로부터 파워트레인 및 후륜 구동 레이아웃을 계승하되,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로 출시하면서, 알파뉴메릭(영문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름을 적용한 것이 바로 이 1세대 스프린터입니다. 상용차로서의 성격을 유지하되, 현가 장치의 개선을 통해 핸들링과 승차감 모두를 개선한, 메르세데스 벤츠다운 밴을 목표로 한 것이었죠.

 

1세대 스프린터는 10년 가까이 운영됐습니다. 엔진은 무쏘, 이스타나, 무쏘 등 구 쌍용차의 황금기 차종에 장착됐던 OMO602 디젤 엔진은 물론 추후 C 클래스, SLK 클래스 등에도 적용되는 2.3리터 가솔린 엔진까지 파워트레인 라인업도 다양했습니다. 심지어 디젤 엔진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했죠. 다만 잘 알려져 있듯 디젤 엔진과 전기 모터는 토크 적용범위가 비슷해서 가능성을 실제로 구현하지는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스프린터라는 차종의 다재다능한 관용성을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Mercedes Benz T1N Sprinter
1세대 스프린터 T1N

1세대 스프린터는 2000년에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는데, 1998년 FCA(현 스텔란티스의 절반)를 인수한 다임러는 이 차의 플랫폼을 활용해 닷지에서도 스프린터를 만들어내 북미에서 판매했습니다. 참고로 이 당시 FCA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플랫폼을 사용한 차종들이 더러 있었죠. 대표적인 것이 SLK를 기반으로 한 크라이슬러의 컴팩트 후륜 구동 로드스터 크로스파이어(Crossfire)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야말로 자동차 산업계의 상상력이 폭발한 시대였습니다.

 


2006~2018 NCV 3,

다양한 수요에 부응한 섀시 다양화

 

2세대는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으로서의 정체성을 좀 더 강화했습니다. 공간을 확장하고 승차감을 개선했죠. 휠베이스 사이즈에 따라 3,665㎜인 스탠다드, 4,326㎜의 롱, 휠베이스는 롱과 동일하지만 전장이 7,361㎜에 달하는 익스텐디드 모델로 구성됩니다.

 


Mercedes Benz 2nd gen Sprinter
메르세데스 벤츠 2세대 스프린터 NCV3


특히 2세대 스프린터는 국내에서도 많이 보이게 되죠.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당시 부회장)이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활용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할 정도로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보다 편안한 승차감으로 보좌진들과 장거리 순회 업무를 하는 데 용이했기 때문이죠. 당시는 현대 쏠라티가 등장하기도 훨씬 전이라 대안이 없었습니다.

 

 

구급차 다닐 수 있는 환경 정비 없이

차만 폐차하고 차 크기 탓?

 

2세대 스프린터가 특히 국내에서 유명해진 계기가 있습니다. 바로 구급차 도입이죠. 당시 국산 미니밴이 고작이던 국내 구급차들은, 공간이 협소하고 승차감이 나빠 환자와 구급대원들이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게다가 첨단 영상 장비 및 심폐 소생 등의 처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죠. 그래서 2008년 당시 정부와 소방방재청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총 4회차에 걸쳐 총 140대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 2세대 기반 구급차를 도입했습니다. 예산은 270억 원이 넘었죠. 대당 구매 가격이 2억 원에 가까웠으니까요.

 


Mercedes Benz Sprinter Ambulance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 구급차

잘 알려진 대로 이 구급차는 최초 도입 5년 뒤부터, 무려 50여 대의 차량이 내구 연한 도래로 인해 폐차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① 당시만 해도 좁은 골목길에 스프린터의 큰 차체가 제대로 들어갈 수 없었고, ② 3G 기반이던 당시 통신망 사정 상 첨단 영상의학 장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국회와 언론은 이를 질타하고 대서특필하며 당시 정부를 크게 비난했죠. 그런데 이 비난은 정당했을까요? 스프린터와 거의 비슷한 사이즈의 현대차 쏠라티도 벤츠 구급차의 폐기가 시작된 2015년에 등장했습니다. 쏠라티 기반 구급차는 2020년 시작된 팬데믹 당시 감염 차단을 위한 음압 구급차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 때 아무도 쏠라티의 크기를 문제 삼지 않았죠. 좁은 골목이 문제였다고요? 2014년 당시 한국의 주요 도시에서 좁은 골목이 그렇게나 많이 남아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문제인 것은 구급차나 소방차가 출동하는 데 방해가 되는 불법 주차 차량이었죠. 이 문제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 통신망의 세대(G) 숫자는 이용자들이 내는 요금을 ‘눈먼 돈’ 취급하던 올려치지 사기였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죠. 그러니 당시 3G 통신망이 구급차의 영상장비와 제대로 호환될 리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구급차 도입 자체만을 문제삼은 건 사태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은 것이었죠.

 


2019~현재 VS30

전동화 구현한 3세대 스프린터

 

3세대 스프린터는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e-스프린터(e-Sprinter)가 추가됐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2세대 대비 사이즈를 약간 줄였죠.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특성 상 동일한 크기의 차체에도 공간을 확보하기 용이한 까닭입니다. 스탠다드의 경우는 3,658㎜, 롱과 익스텐드는 4,318㎜의 휠베이스로 2세대 대비 약간씩 그 사이즈가 줄어들었으나 실내 공간의 실제 크기는 확장됐습니다.

 

다만 e-스프린터의 초기 버전인 1.0의 주행거리는 낙제점 수준이었습니다. 배터리의 용량은 총 용량 기준으로도 41kWh, 55kWh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기본 무게가 무겁다 보니 효율도 나쁘죠. 1kWh에 3km를 채 못 가니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 거리가 100km 남짓이었습니다.


Mercedes Benz eSprinter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e스프린터

 

그러나 2023년 등장한 e-스프린터 2.0의 경우 배터리 용량을 108.5kWh로 확대하고 효율도 크게 개선해 1회 충전 시 최대 470km 이상(WLTP)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가격은 북미 기준 12만 달러대로 스프린터 전체 판매량의 5% 남짓입니다. 아직도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 모두가 현역입니다.

 

원래 2035년부터는 EU 기준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가 금지되는 ‘핏 55(Fit 55)’ 법안이 통과돼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개정에 대한 요구가 높죠. 게다가 주요 제조사가 있는 국가들은 심각한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의 상황 속에서 내연기관 연장을 타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이 스프린터 인증 바디 빌더라고?

 

스프린터의 경우, 단일 송장(single invoice)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와 이중 송장(Dual Invoice) 기반의 두 가지 솔루션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협력사와 함께 개발한 모델로 구입 시 입금하는 곳이 한 군데인 모델,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 측에 섀시나 기본 모델 가격을 제공하고 특장 개조 비용을 해당 업체에게 별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측으로부터 한 업체가 섀시를 공급받고 최종 소비자가 해당 업체에게만 구입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전자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번거롭지 않죠. 보통 개인 목적용이나 법인 차량 등이라도 일반적인 바디 빌더가 제작할 수 있는 승합차 수준인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Mercedes Benz
벤츠 스프린터 기반 특장

그러나 말 그대로 특장 차량들, 즉 섀시를 사용해 목적에 따라 일반적이지 않은 개조가 필요한 경우에는 대급 지급처가 복수가 됩니다. 따라서 섀시나 파워트레인에 대해서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추가된 개조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가 보증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아무 업체나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메르세데스 벤츠 측이 인증하는 세계 35개 업체가 있습니다.

 


SPRINTER
3세대 스프린터

국내에도 메르세데스 벤츠로부터 인증을 받고, 섀시를 공급받아 차량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현재까지 총 7군데 정도 존재합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아무래도 모터홈 제조업체인 제일모빌과, 의전 차량 및 럭셔리밴 제조업체인 케이씨모터스 등입니다. 다만 섀시를 공급하는 측은 상용차인 다임러트럭 코리아죠.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는 전세계적으로 누적 판매량 4백만 대를 넘는 베스트셀러입니다. 특히 2016년 20년 만에 300만 대를 돌파했는데 불과 10년이 되지 않는 시간에 다시 100만 대를 추가적으로 판매하며 지속적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럭셔리 밴이나 아웃도어용 개조차량의 수요 증가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팬데믹 기간 구급차량 수요가 늘었던 것을 무시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런 종류 외에도 스프린터 기반으로 일반인은 채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역할의 개조 차량이 생산, 판매되고 있습니다. 존재 자체가 새로운 쓸모와 수요를 만들고, 그 수요가 다시 세일즈에 기여하는 다목적 밴, 어쩌면 이 차야말로 요즘 말하는 PBV(목적 기반 차량)의 원형이자 오래 된 미래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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