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주내 워크아웃설’ 황급히 진화…구조조정 땐 타격 불가피
12월 27일 오전, 한 경제지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이 주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태영건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고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주가는 장 시작부터 가파르게 떨어졌고 시장의 불안감은 높아졌다.
태영건설은 국내 16위의 건설 시공기업이다. 그러나 지속된 원자재 가격과 금리 상승으로 주력이 아파트 건설 사업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위기에 처했다. 당장 12월 28일부터 1월초까지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만기가 연이어 돌아온다.
태영건설의 자구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23년 태영그룹의 창업회장이자 SBS 미디어그룹 회장인 윤세영 회장이 12월 초부터 직접 경영 일선에 복귀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1933년생으로 90세의 고령인 윤 회장은 지주회사인 TY홀딩스를 통해 SBS 미디어넷 지분을 담보로 760억 원의 대출을 당기는 등 노회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알자 자산이라 불리는 부천 사업장의 매각도 추진 중이었다.
태영건설과 지주회사가 이처럼 위험하게 되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곳 중 하나는 인제스피디움이다. CJ 슈퍼레이스를 포함한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신차 행사를 위한 대관 등은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운영에 있어서의 적자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21년 기준 적자가 1,600만 원대로 무척 양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2022년에는 다시 3분기 동안 4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유동성도 10억 원 아래를 밑돌았다. 인제스피디움 호텔에 대한 우수한 고객 평가, 국내 자동차 문화 현장에서 갖는 상징성과는 별개로, 태영그룹에서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워크아웃이 아니더라도 태영건설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지갑을 닫는다면 결국 그 영향을 인제스피디움이 바로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제군의 반응이나 지원도 소극적이다.
태영건설은 액체화물 전문 터미널 기업 태영인더스트리도 2,400억 원에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SBS와 인제스피디움 중 하나도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SBS는 2022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기록했다. K 팝 흥행, 드라마 판권 등 호재로 인해 방송사들이 고루 흑자를 보인 가운데 히트 컨텐츠가 많았던 SBS는 확실한 성과를 냈다. 태영인더스트리처럼 ‘알짜’ 자회사인만큼 돈도 되고 사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투자관계가 복잡했고 수익성이 나쁜 인제스피디움의 경우, 매각도 쉽지 않을 수 있다.
90세에 백기사의 의무를 피하지 않은 윤세영 회장이 태영건설에 닥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찾아낼 추가적인 묘안들이 인제스피디움의 운명을 쥐고 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