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인증중고차 타이어 공급 MOU 체결, 신차용 출고타이어는 아직
11월 14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주)와 기아가 인증중고차용 출고타이어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한국타이어와 현대차그룹이 관계가 다시 한 번 완전 회복에 다가선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2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협업
이번엔 인증중고차 타이어공급
2022년 충남 태안의 간척지에 문을 연 한국타이어의 프루빙 그라운드(Proving Ground, 주행시험장) 테크노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HMG Driving Experience Center)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양사 협업을 통해 진행되는 차량테스트는 물론 일반인 대상의 주행 체험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특히 주행 프로그램은 오픈할 때마다 꽉 차 예약이 어렵다.
(왼쪽부터) 기아 국내사업전략실장 김지민 상무, 기아 국내사업지원사업부장 김중대 상무, 기아 국내사업본부장 권혁호 부사장, 한국타이어 한국사업본부장 박종호 부사장, 한)PC/LT 영업담당 이용관 상무, PC/LT 플릿사업팀 김영진 팀장이 K9 인증중고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2020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5년, 제네시스 출고용 타이어 공급 계약 해지 이후 소원했던 두 기업 간의 관계 회복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애초에 두 회사의 사이가 틀어진 원인이 타이어 품질 문제였는데, 프루빙 그라운드 자체가 타이어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개발 시설이니 두 기업이 손잡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기아 인증중고차 사업 부문에 출고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MOU는 한발 더 진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차별화를 기하는 점이 바로 이 출고타이어다. 통상 중고차를 사고 팔 때 타이어는 ‘사는 사람이 알아서’라는 관행이 있는데, 중고차에도 신품 타이어를 적용해, 타 중고차 플랫폼과의 격차를 만드는 것이 현대차그룹 중고차의 전략이다. 한국타이어는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사실사 신차용 출고 타이어 공급 계약이나 다름없다.
한국타이어 현대차그룹,
계산 맞는 장사
이번 협업은 철저히 양사간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즉 현대차그룹과 한국타이어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말이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를 위한 최적의 컴파운드를 갖춘 아이온(iON) 제품군을 브랜드화하고 세계적으로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역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같은 한국 기업으로 조달에 유리한 면이 있는 한국타이어가 좋은 파트너다. 29년만에 국내 공장도 짓는 사정을 생각해보면 타당한 선택이다. 물론 중고차 영역에서 전기차가 다는 아니지만 갈수록 중고 전기차가 많아질 것이다.
일단 최근 2, 3년간 한국타이어의 품질이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고성능 브랜드와 그에 기반한 원메이크 레이스용으로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아직 미쉐린, 피렐리 등과는 기술적 격차가 있지만, 포뮬러-E에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전동화 영역에서는 기술 개발과 축적 속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다.
차종에 따른 제품군도 다양하다. 승용차와 SUV 차량에는 각각 한국타이어의 사계절용 밸런스 타이어 ‘키너지 ST AS(Kinergy ST AS)’와 온로드용 SUV 타이어 ‘다이나프로 HL3(Dynapro HL3)’가 장착된다. 대표 전기차 모델 ‘EV6’에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 에보 AS(iON evo AS)’, 고성능 스포츠 세단 ‘스팅어’에는 초고성능 타이어 ‘벤투스 V12 에보 2(Ventus V12 evo 2)’ 등 차량의 종류와 성능을 고려한 타이어를 장착할 예정이다.
미쉐린 등 수급 안정적인 현대차그룹
글로벌 클라이언트 많은 한국타이어
그렇다면 과연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신차용 출고타이어 공급 재개도 근시일 내에 가능할까? 여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아의 인증중고차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것은 일종의 테스트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현대차그룹은 일단 기아를 통해 부담이 큰 선행 기술이나 사양을 적용하고 그 반응을 살펴본 후, 문제가 없으면 현대와 제네시스 라인업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기아에 공급되는 타이어도 수급 상황이 나쁘지 않다. 카니발 4세대 페이스리프트인 더 뉴 카니발에는 컨티넨탈 크로스컨택트가 장착되며 EV9의 경우는 미쉐린 프리머시, 금호 크루젠 등이 장착돼 출고된다. 한국타이어를 당장 신차 출고용 타이어로 선택할 명분이 없다. 특히 미쉐린은 2025년까지 현대차와 프리미엄 전기차용 타이어와 친환경 타이어, 타이어 모니터링에 관한 2차 협업을 진행하기로 돼 있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현대차와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몇 차례 불안을 노출했다. 2021년에는 대전과 금산 공장에서 24일간 파업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납품 차질도 피할 수 없었다. 또 2023년 초에는 대전 공장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대전 공장의 잔해는 아직도 남아 있다. 이 화재는 최고 인기팀이자 최강팀 아트라스 BX가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에 불참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타이어는 전기차용 타이어 아이온 라인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라인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당장 현대차가 신차 출고용 타이어로 한국타이어를 다시 선택하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두 기업은 냉정하게 서로의 가치를 평가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때로 결정적인 갑을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동등하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필요한 카드를 맞춰갈 때 최적의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현대차그룹과 한국타이어가 보여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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