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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맛보기지만 기대 이상의 전기차, 캐딜락 리릭

부드러운 주행 및 승차감, 손으로 제어하는 회생제동까지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지난 23일부터 사전계약에 들어간 캐딜락의 럭셔리 전기차 리릭(LYRIQ)의 미디어 시승회가 진행됐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대 이상’이었다. 날씨 등 모든 조건이 전기차 운행에 최적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캐딜락은 자신들만의 헤리티지를 전기차 시대에 옮겨 기존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Cadillac LYRIQ
캐딜락 리릭

V8 엔진을 닮은 주행 감각

초기 거동이 부드러운 전기차 캐딜락 리릭

 

리릭의 동력 성능 수치는 최고 출력 500ps(375kW), 전후륜에 적용된 모터의 합산 최대 토크가 62.2kg∙m다. GM계열의 엔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단박에 알 텐데, 6.2리터 V8 엔진이 떠오르는 수치다. 스티어링 컬러의 레버를 살짝 앞으로 당긴 다음 아래로 내려 드라이브를 선택하고, 가속 페달에 발을 처음 올릴 때의 느낌이 V8 엔진을 닮았다. 가속 페달 반응성은 기본값인 투어 모드로 둔 상태. 특유의 ‘오로롱’ 하는 배기음이 들릴 것 같은 주행 시작이었다.

 

Cadillac LYRIQ
캐딜락 리릭 아젠트 그레이

주행 모드 설정은 33인치 디스플레이 중 우측 그러니까 센터페시아 쪽의 인포테인먼트 영역 끝페이지에서 선택해 조절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들은 드라이브 모드를 숨기는 추세인데 이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끼는 유저들도 있을 듯하다. 참고로 주행 모드는 투어와 스포츠, 그리고 가속 페달, 브레이크 반응성, 스티어링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서스펜션 조절 기능은 없다. 에어 서스펜션이나 GM 고유의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들어가 있지 않다.

 

Cadillac LYRIQ
주행 중인 캐딜락 리릭


현가장치에 별도의 액티브 컨트롤 시스템은 없지만 안락감이 우수하다. 다소 꿀렁거린다는 느낌이 없지 않고 저속에서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 정차 시 약간의 여진이 있다. 주행 지 좌우 기울어짐, 가속, 제동 시 피치 등도 어느 정도는 허용하는 캐딜락다운 주행감각이다. 하지만 에어 서스펜션과 전체 차대의 감각이 조화되지 않아 돌침대 아래 물침대가 있는 듯한 경쟁사 준대형급 이상 전기차들의 나쁜 승차감에 질렸다면 한 번 경험해보기 바란다. 장거리 주행이나 일상에서 오래 보유하며 탄다면, 리릭의 승차감은 매력이 될 만한 요소다. 시트의 가죽 표면은 약간 질긴 느낌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몸의 압력을 고르게 받아주는 느낌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통풍 시트 성능도 훌륭하다.


Cadillac LYRIQ
리릭 인테리어. 화면은 주행 모드

 

 

전후륜 모터 토크의 조화

ADAS는 안전 중심으로 채택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같은 가능이 들어가 있지 않음에도 주행 감각이 부드럽다는 건 매력적이다. 특히 유지 비용에 있어서다. 1억이 넘는 차를 구매하면서 유지 비용이 두렵겠느냐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 비용의 단위가 1,000만 원 대 이상을 넘어간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건 차의 가치에 관련되는 일이다. 액티브 제어 타입의 현가 장치는 고장이 날 경우, 결코 한쪽 바퀴에만 그치지 않는다. 물리력에 대응해 보상 동작을 하면서 다른 쪽의 장치도 함께 고장난다. 비용은 가볍게 차 가격의 10~20%가 된다.


Cadillac LYRIQ
캐딜락 리릭 고속 주행

 

대신 전륜과 후륜 모터의 토크 조화만으로도 충분히 유기적인 조향감을 만들어낸다. 같은 미국 차라도 조향 감각은 캐딜락이 약간 유럽 브랜드의 감각에 가깝다. 전륜 모터 토크는 305Nm, 후륜 모터 토크는 405Nm으로 후륜이 우세하다. 덕분이 3,095㎜에 달하는 휠베이스에도 회전반경이 12.1미터에 불과하다.

 

ADAS는 주행 시 차선 이탈 방지는 가능하나 자로 중앙을 유지해주는 기능은 없다. 운전자가 손을 떼는 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레인 센터링(lane centering)계열의 기능은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GM의 전사적 철학이라고. 그러나 냉정하게 보다 향후 레벨 4 단계의 슈퍼크루즈가 자리잡을 떄까지 불필요하게 반도체 사용량을 늘리는 기능 구성을 피하자는 영리한 전략으로 보인다. 사실 없어도 불편한 기능은 아니다.

 


손으로 조절하는 강력한 회생 제동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

 

이 차에는 스티어링 컬럼 왼쪽에 패들 쉬프트 같은 레버가 있다.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Variable Regen on Demand), 즉 회생제동 조절 시스템이다. 딸깍 하는 느낌이 아니라 부드럽게 깊이를 조절하며 당길 수 있는 느낌인데 이에 따라 구현되는 회생 제동이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과 거의 동일하다. 실제 주행 중 브레이크 등도 점등된다. 여기서 느낀 것이지만 향후 전기차는 장애인들에게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편리한 이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회생 제동은 전비 향상에 기여하나, 너무 심하게 쓰면 모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만능처럼 생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발로 밟는 브레이크의 경우, 주행 모드에서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원페달의 강도와 함께 조화해서 사용하면 유압식 브레이크 사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Cadillac LYRIQ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로 회생 제동을 감응식으로 조절 가능하다

 

 

최고의 정숙성

AKG 오디오 시스템은 균형에 초점

 

안락감과 더불어 실내 정숙성은 근래 타 본 어떤 차보다 우수하다. 풍절음도 거의 느낄 수 없을 뿐더러 전기차에서 느낄 수 있는 타이어 마찰음도 적다. 3축 가속 센서를 활용한 차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적용됐다. 귀가 심심하면 EV 사운드 역시 주행 모드를 통해 선택할 수 있다.

 

Cadillac LYRIQ
캐딜락 리릭 실내

이러한 NVH(소음, 진동, 거슬림) 컨트롤을 바탕으로 19 스피커의 AKG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됐다. 전체적으로 균형감이 좋고 깔끔하지만 쭉 뻗어나가는 청음 감각은 아니다. 물론 카오디오에 기대할 수 있는 사운드엔 제약이 있다. 무리한 욕심을 냈다가 밸런스가 엉망이 된 차도 많은 만큼 적절한 세팅이다. 테스트에서 들었던 음악은 드림 씨어터의 2010년대 이후 앨범들이다. 기타와 보컬 소리가 약간 작게 들렸다. 세팅에서 만지기 나름이긴 할 테지만 특별히 튀는 감각보다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중시한 느낌이다.  

 

 

유려한 크로스오버형 디자인

사각지대 너무 큰 것은 단점

 

이 차의 매력은 단연 디자인이다. 캐딜락 특유의 직선을 전기차 시대에 시대에 맞는 우연성으로 살려냈다. 그런 가운데 수직형 등화류가 포인트를 살렸다. SUV보다는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지상고도 편의성을 살렸다. 여기에 후미 윈드실드 라인과 측면 트레일 타입 램프의 조화도 멋지다. 다만 공력 성능을 중심으로 설계된 디자인인 까닭에 트렁크의 상하 공간이 다소 좁다.


Cadillac LYRIQ
캐딜락 리릭

전장은 4,995㎜이지만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 차선 변경 시 차로 1/3을 넘어가는데도 도어미러에 바로 뒤에 붙은 차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시트의 강한 경고 진동이 있긴 하지만 주의가 필요했다.  

 

 

졍속 주행 시 500km 이상 도전 가능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제조사에 있어 고민이었다.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 차가 무거워져 효율 개선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리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102kWh 용량의 얼티엄으로 LG 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품이다. 글로벌 제조사 중 LG와 GM의 협업은 선도적으로 진행됐고 플랫폼의 최적화도 일찍 이뤄졌다. 제원 상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는 복합 기준 465km다. 공식 전비는 3.9km/kWh 수준. 현재 초급속 충전 비용을 1kWh당 500원으로 잡으면 1km당 128원. 고급휘발유를 넣는 내연기관 차량 기준으로 14km/L 정도 연비를 발휘하는 파의 주행 거리 당 경제성과 비슷하다. 그런 차는 흔치 않다.

 


Cadillac LYRIQ
충전 중인 리릭
LYRIC Charging
리릭 충전구

배터리 용량이 절반 수준인 시점에도 250km 이상이 남았다. 물론 전기차 주행에 최적인 날씨 조건이긴 했다. 다만 2,670kg의 공차 중량 상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해도 가속 시에는 전력 소모량이 급격히 많아진다. 그러나 회생 제동 능력이 우수해 실제 주행 거리는 충분히 500km에 도전해볼 만하다. 캐딜락 측은 광고 사진 등의 자료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을 진행하며 실제로 주행 거리를 확인했다고 한다. 본 매체도 차후 별도 시승차를 통해 도전해볼 계획이다.

 

전기차 수요가 정체 상태에 빠졌지만 오히려 이는 전기차 시장의 구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완전히 저렴한 차량으로 유지 비용을 감안해 내연기관을 압도할 만한 보급형 차량이거나 아니면 상징성이 있는 고급차량이거나. 캐딜락 리릭의 포지션은 당연히 후자다. 승차감만으로 비교하면 메르세데스의 EQ 라인업보다는 훨씬 우수하다. 아우디 Q8 e-트론은 승차감과 주행 감각이 우수하지만 주행 거리가 짧다. 테슬라 모델 X는 ‘취향’상 겹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경쟁 차량들과 비교했을 대 1억 690만 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나름대로 절묘한 포지션을 잘 찾은 차다. 얼마나 숨은 고객군을 잘 찾고 그들 앞에 자주 들이미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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