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공포 허와 실, 만연한 공동주택 이웃 갈등 또다른 불씨 막아야
지난 8월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로 차량 70여대 전소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수도 파이프 배관 및 전기 손상으로 480여 세대가 폭염에 난데없는 피난살이를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층간 소음에 이어 공동 주택에서 이웃 간의 또 다른 갈등의 화마가 고개를 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우리는 잠재적 방화범 아니다”
전기차 화재 위험 부풀려졌다는 전기차 사용자들
이에 전기차 지하주차장 입차 금지 현수막을 내건 아파트 단지도 등장했다. 이전에도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의 경우, 주차 제한 조건이 있는 전기차 충전면의 설치가 내연기관 차량을 보유한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웃 간 갈등은 이미 여러 차례 미디어로 보도됐다.
전기차 사용자들도 할 말은 있다. 전기차의 화재 위험이 사실에 비해 부풀려졌으며, 이러한 오해 때문에 자신들이 ‘예비방화범’ 취급 받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전기차 화재 내연기관차 화재 사고의 1/10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 강남훈)가 주최한 ‘전기차 수요확대를 위한 쇱자 인식개선 방안’이라는 세미나에서 ‘전기차사용자협회’ 측은 이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협회의 김성태 회장은 ‘전기차 사용자보다 비사용자의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전기차에 대한 매체의 부정적 언급 등 전기차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IEA 기준으로 화재 빈도가 가장 높은 차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다. 한국에서도 2018년, BMW의 차량들이 연쇄 화재를 일으키며 해당 차량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거부하는 아파트 단지가 나오기도 했는데 당시 사태의 핵심은 디젤 엔진이었다.
빈도보다 피해 규모가 치명적
전기차 미보유 주민들의 두려움에도 이유 있어
하지만 내연기관차나 기껏해야 1에서 1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는 하이브리드 차종의 화재와는 달리, 전기차 화재는 그 피해 범위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내연기관차의 화재에서는 화염이 위로 솟구친다. 그러나 전기차의 경우에는 전후좌우로 화염이 뻗어나간다. 열 폭주로 인한 폭발성 화재의 경우 단 3~4초만에 주변 차량으로 불길을 옮긴다.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한 달 전인 2024년 7월 초,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BMW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대원 44명과 장비 16대로 진화하는 데 걸린 시간은 16분. 연합뉴스 측에 주민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화재로 인한 손상 범위는 해당 차량 바로 인접 부위로 국한돼 있으며, 주차장 내 시설도 온전하다. 청라에서 발생한 사태에 비하면 경미한 수준이다.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 바, 아직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의 경우, 차를 아예 수조에 담그는 방법밖에 없다. 이는 배터리 하우징의 온도를 떨어뜨려 리튬의 격렬한 반응을 그나마 완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하에서는 이 방식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지상에서는 이를 위해 조립식으로 수조를 전개해 차를 물 속에 넣는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지만 지하 주차장의 경우 높이의 제약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 연소시 나오는 일산화탄소, 불화수소 등은 모두 인체에 유해한 가스라, 밀폐 공간인 지하주차장에서 이를 진압할 경우 질식의 위험도 발생한다. 즉 청라 아파트의 화재 사고 현장에 사람이 있었다면 질식으로 인해 위험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위험을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기차 사고 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전기차 화재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화재 시 진압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식의 개발에 힘을 모으는 일이다. 실제로 주요 대단지 아파트들은 주기적으로 전기차 화재 진압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도 시스템이 급속한 모빌리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비극이다. 전기차 전문 엔지니어들은 에너지 충전량을 85% 이하로 제한하고, 지나치게 급속 충전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전기차 브랜드들이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계속 강조하는 충전 시간 단축이라는 가치와 다소 배치된다. 급속 충전 성능을 보고 샀는데, 안전을 위해 이를 피해야 한다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이와 별개로 아무리 다수 주민의 안전을 위해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은 것이라 해도, 이것이 적법한 일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아파트 등 공동 주택 분양 가격에는 엄연히 해당 세대가 일정 비율로 주차 면적에 대한 권리가 포함된다. 이를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입주자 대표단체가 전기차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제재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특정 입주자들(전기차 보유자)에 대해서만 주차구역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집합건물법 15조 1항에 따라 구분소유자 3/4 이상 및 3/4 이상 결의 또한 서면 및 전자적 방법 등으로 구분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및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에 의한 합의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이러한 화재가 일어난 차량의 소유주도 피해자다. 주민들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발화가 잘 될 만한 차량을 골라 1억 원 가까운 돈을 쓸 바보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이웃으로서의 위로, 진짜 소비자로서 제조사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연대다.
한편 환경부는 공동주택 10개소, 다중이용시설 6개소를 대상으로 8우러 초 점검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점 점검사항은 지하주차장 충전기 전기안전, 스프링클러‧소화전 등 화재진압장비 구비 현황, 충전소 설치위치 적정성, 대피공간 및 비상구 확보 여부 등이다. 전지 화재 분야 주요 논의 사항은 별도로 알리겠다고 환경부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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