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플랫폼 전기차 승차감, 한계와 가능성
한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의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차들의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길어지고 급속 충전소도 확충된 덕분이다. 그럼에도 아직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 이유로 기존 내연기관 대비 나쁜 2열의 승차감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거나
고심 중이다. 어떤 차종의 경우에는 승차감이 나쁘기보다 이용자들이 전기차의 특성에 적응하지 못한 데 따른 현상일수도 있다. 2023년, 전기차를 사려는 고객들 중 가족의 안락함을 생각하는 이들이 체크해볼 만한 전기차의 기술적 기본 사항과 기대해볼 만한 신차에 대해 살펴본다.
기술 강조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승차감 저하 원인일 수도?
플랫폼은 자동차 제조사의 기술 포인트 중 마케팅 요소로 전환하기도 좋은 부분이다. 본래 차량의 섀시 구조나 설계 공법을 이르는 것이지만, 전기차 시대의 플랫폼은 고전압 배터리와 파워 유닛, 구동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여기에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제어시스템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자동차의 라이드 앤 핸들링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별도의 종감속 기어(후륜구동의 경우)와 구동축이 필요 없는 전기차의 경우 네 바퀴의 마찰력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며 그래서 더 나은 조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바퀴 주변의 공간에도 여유가 있어 현가 시스템의 유연성을 위한 충분한 설계 공간이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운전자 측면에서만 보면 확실한 장점이다.
하지만 해외 전기차 관련 유저들의 포럼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로 ‘범피(bumpy)’를 들 수 있다. 상하 움직임이 크다는 말이다. 특히 2열에서 이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런 불만은 어딘지 익숙하다. 바로 내연기관 시대 바디 온 프레임 타입 차량의 승차감을 지적할 때 나오는 표현들이다.
현대기아의 E-GMP
위 이미지대로 EV 본연의 기능 면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단연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E-GMP 플랫폼의 형상은 다름아닌 프레임 타입이 된다. 물론 섀시 자체는 모노코크 바디를 전제한 것이지만 배터리 팩이 들어가는 바닥의 경우는 상하 물리력에 대해 경직된 대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의 MEB, GM 얼티엄 등도 이 문제로부터 구조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폭스바겐 MEB 플랫폼
게다가 전용 플랫폼 차종들은 뒷좌석 바닥 높이가 높은 경향이 있다. 천정의 높이가 제한적이라면 상대적으로 바닥면에서 시트의 높이는 낮아진다. 그러면 뒷좌석 탑승자는 지대가 높은 곳에 낚시 의자를 놓고 앉은 모양새가 된다. 차에 가해지는 횡방향의 물리력은 운전석보다 2열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전동화 전용 플랫폼 차종의 2열은 그러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구조에 의한 부정적 경험은 아이오닉 5, 6, EV6 등 보급 대수가 많아진 전기 택시를 통해 그만큼 많아졌다. 패밀리카로서의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강력한 초기 가속이나 회생 제동에 의한 특성은 적응의 문제에 가깝다.
준대형급 이상 대형 SUV는 다를까?
폴스타 3, 기아 EV9 등
사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가진 형태로 인한 승차감 문제는 현 세대 전기차가 가진 시대적 한계다. 이를 극복한다면 진짜 또 한 번의 진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지속된다는 전제를 두고 본다면 오히려 유리한 것은 아예 차체 공간이 넓고 안락성의 요소를 구현하기에 유리한 대형 SUV가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대형 SUV는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지상고가 높고 허용되는 차고도 높다. 전장과 휠베이스도 길어진다. 휠 주변의 공간도 더욱 여유 있게 된다. 비용의 문제라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 혹은 마그네틱 서스펜션을 적용해 차체에 가해지는 물리력에 섬세하게 대응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운전자 기준에서의 라이드 앤 핸들링 완성도와 반대되는 방향도 아니다.
아우디 Q8 e-트론
이미 이러한 해법을 보여준 차가 있다. Q8의 파워트레인 라인업 중 하나로 들어간 e-트론이다. e-트론은 전용 플랫폼이 가진 승차감의 한계를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으로 거의 완벽하게 잡은 차다. 그보다 섬세함은 떨어지지만 미래지향적 공간성과 좌석의 안라감, 편의 시스템을 통해 종합적인 미래모빌리티 경험을 전하는 테슬라의 모델 X도 성공 사례다. 실제로 금전적 여유가 되는 이들의 경우 패밀리카로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2023년에서 2024년 초 국내 시장에 등장할 대형 전기 SUV들이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다. 폴스타의 폴스타 3와 볼보의 EX90 그리고 기아 EV9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본연의 주행 거리, 성능 등은 부족하지만 승차감이라면 세계적인 수준인 렉서스의 RZ도 기대해볼 만하다. 기본적으로 9,000만 원에서 1억 원대에 달할 차종들이므로 어떻게 해서든 고객들에게 고급스럽고 안락한 경험을 전하려 할 것이라는 점도 기대에 힘을 싣는 요소다.
2024년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폴스타 3의 2열
물론 차체가 낮은 전동화 전용 플랫폼 차종이라도 2열 승차감이 나쁘지 않은 차종도 있다. 2열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차는 아니지만 포르쉐의 타이칸 아우디의 e-트론 GT는 극도로 안정화된 GT형의 전기차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2열 승차감에서의 불편감, 이질감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 즉 안락하다기보다는 전기차 2열 특유의 거북함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작은 차라도 승차감이 괜찮은 전기차도 있다. 배터리 팩이 차지하는 공간이 크지 않아 바닥면 자체의 경직성이 크지 않은 50kWh대 배터리의 전기차도 크게 열악한 편은 아니다. 세그먼트 자체의 한걔로 레그룸이 좁다는 단점도 있지만 DS의 DS3 크로스백 E-텐스도 상대적으로 승차감이 나쁜 편은 아니다. 원래 DS는 시트로엥 시절부터 서스펜션에 관련된 노하우와 특허가 엄청났던 브랜드다.
물론 이와 같은 기술적 한계점은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다.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이나 밀도가 높아져 지금과 같이 큰 배터리 팩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수 있고 물리력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 공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 주행거리 면에서 짧은 시간 내에 발전을 이루긴 했지만 아직 전기차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숙제가 많다는 건 아직 더 좋아질 것들이 많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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