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인프라 빈약 지역 장거리 여행
이번 시승한 C40 리차지는 2024년식으로, 티맵 2.0으로의 업데이트를 비롯, 개인화된 이동 경험을 지원하는 누구 오토 2.0, 서울시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기반 커넥티드 드라이빙 기능이 적용돼 있다. 하지만 이미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전기차의 불편은 크게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업데이트가 결국 레저형 이동에서 어떤 편의를 주는지, 여행의 느낌으로 살펴봤다.
찬 공기 맡으면 제 실력 발휘하는
볼보 라이드 앤 핸들링
강원도를 자동차로 여행할 때 미리 생각해야 할 점은 수도권처럼 대각선 교통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까워보여도 생각보다 주행 거리가 길어진다. 이번 강원 주행 구간은 여주-양평-홍천-춘천-화천-원주-평창-안반데기-춘천의 총 521km 코스였다. 서울로의 복귀를 더하면 621km. 이 중 이용한 고속도로는 영동고속도로(60번) 과 중앙고속도로(55번) 일부 구간일 뿐 나머지는 국도 구간이었다.
볼보는 확실히 세단보다는 SUV, 왜건 등 유틸리티 명가다. 라이드 앤 핸들링(승차감과 조향 성능) 제어의 포인트가 확실히 반복되는 고저차, 포장면 박락이 심한 도로, 산길 선회 구간 등에서 높은 순응성을 보인다. 지난 8월, S90 B6로 부산까지의 왕복 주행을 떠올려 보면 더 체감할 수 있다.
볼보는 세단도 그렇고 SUV도 쇽 업소버의 행정 거리가 다소 길다. SUV에서는 약점이 아니다. 특히 강원도의 국도는 기후적 특징으로 인해 곳곳에 아스팔트의 떨어져나감이 심해 순간순간 마찰력을 잃을 수 있는 조건이 많은데 C40 리차지는 유연하고 끈덕지게 마찰력을 지키면서도 충격을 최소화했다.
특히 춘천에서 화천으로 넘어가는 국도 구간은 스키 슬로프 같은 경사로와 인제스피디움 4번 코너 정도는 순한 맛으로 만들어버리는 급경사 헤어핀이 버티고 있다. 10월말만 돼도 한밤중에는 노면 습기가 살얼음으로 바뀐다.
C40 리차지의 4륜 구동은 내연기관 기반 4륜 구동보다 훨씬 정교하게 전후 좌우 토크가 제어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이 80kWh에 가까운 전기차인데다 SUV여서 중량이 2,140kg이나 됨에도 하중 이동은 절제돼 있다. 안전 속력을 지키긴 했지만 가파른 내리막 급커브에서도 밀림 없는 마찰력이 돋보인다.
이걸 다시 느낀 구간은 평창 알펜시아 인근에서 강릉 안반데기로 올라가는 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는 그늘 아래서 썩어가는 낙엽들이 길모퉁이 곳곳에 엉켜 있어 아차 하는 사이 마찰력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노면 마찰력에 따른 좌우 토크 분배가 매우 즉각적이고 세밀해, 한쪽 바퀴가 살짝 헛돌아도 위험이 느껴진 적은 없다.
스티어링휠 감도는 센터 터치스크린에서 조절할 수 있다. 가벼움을 선택하면 S90 정도의 부드러움이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정확한 제어감을 원한다면 무거운 핸들로 설정하면 된다.
다만 회생 제동 강도 조절인 ‘다이나믹 드라이빙-원 페달 드라이브’ 감도 조절을 디스플레이 안에서 해야 한다는 점은 약간 아쉬운 점. 내리막길에서 회생제동 최고 단계를 사용하면 가속 페달을 밟은 발에 힘을 빼는 것만으로도 즉각적이고 안정적인 감속이 이뤄진다. 다만 모터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고속 주행이나 평탄한 구간에서는 빨리 회생 제동 강도를 하향하는 것이 좋은데, 패들 쉬프트까지는 아니더라도 토글 스위치라도 있으면 편리할 듯하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트림과 시트, 플로어 매트 등은 여전하다. 욕심부리지 않은 인테리어 속에서 최적의 안락감을 찾아냈다. 2열은 리클라이닝이 불가능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쿠페형 SUV의 숙명이다.
다만 기어 노브는 차의 ‘급’을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차후에라도 오레포스 크리스탈이 들어가면 어떨까 싶다. 물론 소재 선정에서부터 탄소 저감을 목표로 하는 볼보지만 동급 전기차 중 가격이 다소 높은 6,800만 원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간의 개선 여지는 남아 있다. 물론 향후 더 멋진 차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스피커는 하만 카돈이 적용된다. 자동차 오디오, 특히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전기차에서 오디오 브랜드는 큰 의미가 없다. 저, 중, 고역대 크게 튀는 부분은 없이 균형 있지만, 많은 악기가 있는 음악의 경우는 소스 간의 분리가 다소 아쉬우니 크게 기대할 필요 없다. 그런 감성이 필요하면 큰 차를 사야 한다.
급속충전에 더 강해진
2024 C40 리차지
대부분 운전자는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로도 서울-부산은 커녕 대전 정도까지(150~180km) 주파할 일도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지만, 전기차 출시 시 가장 화제가 되는 건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가 400km를 넘느냐 마느냐다.
이번 장거리 주행에서 만족스러웠던 점은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로부터 자유로웠다는 점이다. 강원도에도 주요 도로, 관공서에는 급속 충전 시스템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100kW급 급속 충전기 요금은 1kWh 당 290원에서 350원 사이인데 차가 이러한 전력을 제대로 받아줘야 ‘급속’의 의미가 있다.
볼보는 100kW급 고속 충전 시설에서 시종일관 94~95kW 급의 충전 속도를 보였다. 시승차를 수령했을 때 약 75% 수준으로 왔고, 주행 내내 그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3번 충전을 진행했다. 실제로 든 비용은 3만 5,000원으로 대략 117kWh를 충전하고 사용한 셈인데, 복귀까지의 주행거리를 감안하면 1kWh 당 5.3km를 달린 셈이다. 트립 정보에서도 100kWh당 18.7km이니 거의 맞는 수치다. 제원상 고속도로 전기 효율인 4.2km/kWh보다는 잘 나왔지만 월등한 수준이라 보긴 어렵다. 기온이 낮은 야간, 새벽 주행이 많았던 영향으로 보인다.
호감도 높은 디자인
강풍 구간서 쿠페 SUV의 강점 발휘
볼보의 브랜드 인기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C40 리차지는 어디서나 반응이 좋았다. 충전 중이나 휴식을 위해 잠시 세워둔 곳에서 차량에 대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주행하다 보면 잊게 되는데 리어 램프의 웰컴 세리머니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이는 처음 나올 때부터 있던 기능이다.
역시 최초부터 적용된 사양이지만 도어 트림과 크래쉬패드의 스칸디나비아반도 지형 등고선 모양의 백라이트도 감성 요소다. 밝기는 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강원도에는 고도가 높은 도로가 많다. 계절이 바뀔 때는 강풍이 몰아친다. 4륜 구동 쿠페형 전기 SUV는 그러한 조건에서 운전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쿠페형 SUV는 고속 주행시 차체 후미 위쪽의 공기 유속이 빨라 양력(떠오르는 힘)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마찰력이 나쁠 수도 있다지만, 어차피 C40 리차지는 4륜 구동인데다, 최고 속력이 180km/h에 제한돼 있다.
민감해진 ADAS
능동 제어 개입 시점 빨라
볼보와 폴스타는 9월 들어 2024년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보도자료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기능 특성도 조금씩 달라진 부분이 보인다. 음성 인식의 가능 범위가 넓어졌고, 사투리 발음으로 다소 정확하지 않은 본 기자의 목소리도 이전 연식의 티맵보다 훨씬 관용도 있게 받아들였다.
그 중에 ADAS의 민감도 향상도 느껴졌다. 파일럿 어시스트 작동 시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능력, 경사 구간에서 불필요한 속력 증가를 제어하는 안정성 등은 한층 돋보인다. 다만 조향 제어가 다소 이르게 개입한다. 조향 보조 시 시스템 개입이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풀체인지 이전 렉서스 NX, RX의 LSS+처럼 다소 ‘까딱’거리는 느낌이 든다. 장거리 주행 시 조향으로 인한 어깨 피로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때로 직관적 조작이 필요할 때는 불편하다. 다만 스티어링 휠의 감도를 가벼운 핸들로 조정하면 이런 느낌이 다소 덜하다. 다만 이 부분은 다소 주관적인 부분도 있으므로 정확한 감각이 아니라 일종의 경향성임을 전제해둔다. 누구의 것이든 감각은 그 자체로 주관이다.
2023년에도 볼보는 순항 중이다. 특히 전기차인 C40 리차지는 전체적인 전기차 부진 속에서도 9월 이후 반등세를 보이며 수입차 시장에서 볼보의 쾌속 항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런 장거리 주행 요건에서도 주행 거리 불안도 없다면 이미 이런 장점은 오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더 퍼졌을 것이다. 2024년을 더 기대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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