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 6, 600→1,300대 선…2024년 전망은 글쎄
전기차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지난 9월 말, 정부는 연말까지 소비자가 5,700만 원 이하의 전기차 구매 국고보조금을 100만 원 늘리기로 했다. 조치가 시행된 지 1개월, 과연 전기차 판매 대수는 어느 정도 회복됐을까? 판매량 데이터는 다나와 자동차 판매량 통계 및 각 자동차 제조사의 자체 집계 데이터를 참고했다.
현대기아 전기차, 보조금 효과?
9월 대비 큰 폭 반등
아이오닉 5∙6
초고성능 모델 아이오닉 5 N 등장 후광 효과를 노렸지만 아이오닉 5는 2022년 5월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22년 9월 판매량은 612대로 2022년 12월의 711대보다 적은 판매량이었다. 아이오닉 5N을 합쳐도 705대. 그러나 10월 한 달 간 판매량은 1,376대로 2.24배 증가한 수치다.
9월 판매량이 344대였던 아이오닉 6는 472대로 아이오닉 5만큼은 아니었지만 1.37배 오른 판매량을 기록했다. 두 차 모두 6월에 5월 판매량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조금 소진 시기와 무관치 않은 데이터다. 9월에서 10월로의 반등 폭이 크긴 하지만 아직 연 평균치 회복까지도 갈 길이 멀다.
기아 EV6∙니로 EV
EV6는 9월 601대가 팔렸는데 보조금 확대 조치가 시행된 10월 1,564대가 판매됐다. 전월 대비 2.58배 상승한 수치다. EV6의 판매량은 3월에 3,009대를 판매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천천히 내려왔다. 7월까지는 1,398대를 기록했고 8월에 948대로 1,000대 선이 무너졌으니 아이오닉 5 대비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전용 플랫폼은 아니지만 우수한 공간활용성과 전기 효율,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가 높은 니로 EV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9월 1,505대에서 10월에는 1,359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니로 EV는 3월에 2,219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1,300대에서 1,500대 사이를 오가며 꾸준히 평균치를 유지했다. 보조금 지급 조치에도 니로 EV의 판매량이 오르지 않은 것은 보조금을 받은 김에 좀 더 상위 모델인 EV6를 구매하자는 고객들 덕분에 일어난 업셀링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보조금보다 업데이트에 민감한
수입 전기차
수입차는 원래 국내 이슈보다는 선적된 물량 등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어차피 소비자 가격 자체가 5,700만 원보다 높은 차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5,700만 원 이하의 수입 전기차는 브랜드 파워에서 밀려, 최근 들어 자체적으로 대폭 할인을 준비하고 있다.
2024 업데이트 볼보,
꾸준한 인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단행한 2024년형 볼보의 주요 차종들은 모두 순항 중이다. 전기차도 이런 브랜드의 호성적에 함께 묻어가고 있다. 쿠페형 전기 SUVdls C40 리차지 역시 업데이트를 거친 이후 9월 한 달 간 71대를 팔았다. 6~8월 동안 판매량은 한 자리에 머물렀지만 이는 물량 영향도 있다. 같은 이유로 6~8월 거의 판매량이 없던 XC40 리차지 역시 60대를 판매했다. 이 두 차종은 각각 6,800만 원, 6,70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보조금에 제약이 있음에도 브랜드 자체의 파워로 이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도깨비’ 테슬라
리튬인산철 배터리 모델 Y 10배 증가
9월, 테슬라 모델 Y가 4,000대 넘게 팔렸다. 전월 대비 10대 가까운 실적이다. 비결은 중국 CATL 사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덕분에 4,000만 원 후반대로 가격이 떨어졌다. 아직 10월 판매량 수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 가격이라면 보조금 확대의 영향권이다. 이런 이유라면 10월에도 테슬라의 압도적 국내 판매량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인(P) 성분은 발광 성분이 있어 ‘도깨비불’이라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LFP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모델 Y는 그야말로 도깨비였는데, 도깨비가 계속 춤을 추고 있다.
폭스바겐 ID.4∙아우디 Q4 e-tron
우수한 상품성과 PPL 효과
폭스바겐의 ID.4는 폭스바겐코리아 전체에서 티구안 다음으로 잘 팔리는 모델이다. 깔끔하고 스포티한 SUV 디자인, 실용적인 공간성과 넓은 실내, 후륜구동 특유의 역동적인 주행 감각 등 MEB 플랫폼의 진가가 소비자에게 전해진 것. 특히 2024년 연식 변경 모델이 풀린 하반기에 바짝 팔렸다. 보조금 확대 적용 대상이 되는 가격이기도 하다. 8월 277대에 비하면 9월에는 222대로 소폭 줄었지만, 국산차와 가격이 대등한 차이므로 10월 판매 실적을 기대해볼 만하다.
MEB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우디 Q4 e-tron과 쿠페 타입인 스포트백 e-tron은 7,000만 원 가까운 가격이지만 역시 8월 대비 9월 판매량이 증가했다. 연식 변경 이유도 있지만 각기 238만 원, 241만 원의 보조금도 받게 된 덕도 있다. 물론 국산차와 같은 수준의 보조금은 아니지만 전기차 중에서는 돋보이는 승차감, 브랜드 이미지 등이 겹쳐 전기차 판매 침체를 피해갔다.
폴스타 2, 후륜구동에 449km
얼마나 잘 팔릴까?
그런 점에서 페이스리프트를 맞이한 업그레이드 폴스타 2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후륜 구동 레이아웃으로 바꾼 폴스타 2는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 거리도 449km로 연장했다(싱글모터 기준). 스타일링에서도 변화가 있고 인포테인먼트 기능의 업그레이드도 추가 진행됐다. 무엇보다 화재사고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전기차라는 점도 강점이다.
사실 폴스타는 2022년 1월 국내 출시 이후 수입 전기차 1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지만 2023년에는 전체적인 전기차 침체의 바람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폴스타의 수요 부진을 두고 페이스리프트 직전 일시적 부진으로 보기도 한다. 가장 저렴한 롱레인지 싱글모터의 경우 5,590만 원이라 국고 구매보조금도 500만 원에 달하는 만큼 반등을 노려볼 만하다.
2024년은? 전기차 막는 악재 더 많아
상다수 전문가들은 한국에서의 전기차 부진이 전기차 보급 단걔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정체 현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024년 전망이 밝다는 이야기는 못 된다. 큰 틀에서 정부는 2024년 전기차 국고보조금을 100만 원 줄이기로 했다. 연말까지 보조금이 확대됐다가, 이전 기준 대비 100만 원이 더 깎인다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국고 구매보조금 삭감폭은 더욱 가파를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세를 차량 가격 기준으로 바꾸는 것도 기본 단가가 높은 전기차에 불리하다. 이렇게 되면 국산 브랜드들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다운사이징된 수입차들이 국산차에 비해 세제 혜택을 보는 것을 막겠다고 마련한 수인데 오히려 그게 현재 한국의 캐시카인 2차전지의 발등을 찍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닥치고 긴축’을 외치는 정부 앞에서 관련 전문가들이나 기업들이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보급이 늦어질수록, 탄소중립을 무역의 기본 질서로 삼아 신흥 국가를 배제하려는 유럽과 북미의 전략에 의해 한국이 타자화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의 판매량은 단순히 몇몇 차종의 성적이 아니라 이렇듯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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