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터’와 ‘위버스’의 교직, 토요타 우븐 시티 1단계 완공
- 한명륜 기자
- 2월 25일
- 3분 분량
모빌리티와 다양한 산업의 강점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우븐 시티(Woven City)’의 우븐(woven)은 직물을 뜻한다. 토요타 가문의 원래 가업이던 방직 산업과 관계 있는 이름이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우븐 시티가, 다양한 산업과 기술이 씨실과 날실처럼 짜여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장이 되게 한다는 포부를 갖고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토요타 우븐 시티의 1단계가 완공됐다. 첫 입주는 2025년 가을로 예정돼 있다.

팬데믹 기간 중 첫 삽 뜬 토요타 우븐 시티
첫 단계 준공까지
토요타가 우븐 시티의 건설을 위해 첫 삽을 뜬 시기는 2021년에 2월이었다. 그 1년 전,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CES 2020을 통해 모빌리티를 위한 테스트 코스이자 토요타에서 은퇴한 임직원들이 거주하게 될 실증 도시로서 우븐 시티 개발 목표를 전세계에 전했다. 당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이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함과 동시에 이를 적용한 도시 자체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가져갈 가능성이 포인트였다.

중간에 팬데믹 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는 차근차근 진행됐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완공식 행사 소식이지만 첫 삽을 뜨기 전인 2021년부터 우븐 시티 개발을 위한 백엔드 엔지니어들의 밋업이 시작됐다. 또한 실제 우븐 시티에서 사용될 휴대용 수소패키지 시스템 등의 개발 등 프로세스마다의 성과를 꾸준히 공유해 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24년 10월, 1단계 프로젝트 건물을 완공했다. 그리고 2025년 1월 7일 아키오 회장은 CES 2025에서 아주 많은 기업들에게 공개적으로 실증 참여를 독려하는 러브콜을 보냈다. 도심 공중 모빌리티부터 로보틱스까지 이미 토요타에겐 많은 협력업체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실증 공간을 찾는 일이 큰 과제다.
사실 이곳은 공터가 아니라 2018년 문을 닫은 토요타자동차 동일본 공장이 있던 자리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이곳이 문을 닫을 때, 도호쿠의 새 공장으로 옮겨가지 못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이 지역에서 자동차를 계속 만들어왔다는 자부심,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 대한 감사를 느꼈고 미래 모빌리티 창조에 기여하는 성지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것이 토요타 아키오 회장의 메시지다.
개발자와 거주 및 방문자의 씨실 날실같은 협업
곱셈의 기법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
토요타는 우븐 시티의 새 주체들을 인벤터(Inventor)와 위버스(Weavers)로 정의한다. 인벤터는 서비스, 제품 기술을 공동 창작하는 주체로 주로 기업이 된다. 위버스는 거주자와 방문객이다. 그러나 위버스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우븐 시티 가치 창조의 주역으로서 인벤터가 개발한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위버스들은 카케잔 인벤션 허브(Kakezan Invention Hub), 언더그라운드 스트리트(Underground Streets), 코트야드(Courtyard) 등의 장소에서 인벤터의 제품 및 서비스를 체험하게 된다.
우선 카케잔 인벤션 허브는 ‘곱셈(掛け算)에 의한 발명’을 창줄하는 공간이다. 위버스들이 인벤터의 제품을 경험한다. 이 때 제품은 완성품이 아니라 시작 단계의 것으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며, 인벤터들은 위버스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추후에는 인벤터들끼리의 교류 및 위버스와 인벤터 간 소통 이벤트도 진행될 계획. 토요타의 강점과 다른 산업의 강점이 모여 하나의 기업이나 사람이 만들어낼 수 없는 새로운 가치, 제품,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우븐 시티는 물류 이동 기능을 지하화한다. 우븐 시티의 지상 도로에는 보행자 전용, 개인 이동수단과 보행자 공존, 개인 이동수단 전용 3가지 도로만 존재한다. 대인 사고 시 피해가 클 수 있는 물류 차량들을 모두 지하화함으로써 안전을 도모하는 한편 물류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해 효율과 비용을 모두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이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배송 기능을 자동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실 세계를 디지털로 재현하고, 다시 그 시뮬레이션을 현실 세계에 반영해 피드백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코트야드(Courtyard)에서는 인벤터와 위버스가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인벤터는 자율주행 전동화 이동 플랫폼인 e-팔레트(e-Palette)를 테스트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때 e-팔레트는 위버스에게 카페로 사용돼 커피와 간식을 제공하고 위버스는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커피 브랜드 UCC도 들어온다?
인벤터 리스트
우븐 시티 1단계 준공과 함께 인벤터로 참여하는 기업들은 일본인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이다. 컵라면으로 유명한 닛신 식품, 국내에도 수입되는 UCC 커피를 비롯해, 에어컨 제조업체 다이킨 공업, 최고 자동판매기 기업 다이도 드링코, 교육 분야의 조신카이 홀딩스 등 우리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대기업들.

이 외에도 토요타는 일본 최대 통신사 NTT를 비롯해 에너지 기업인 에네오스(ENEOS) 등과도 꾸준히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븐 시티가 있어 다행이란 말 듣고 싶어
토요타 아키오 회장의 집념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준공식에서 “우븐 시티 1단계의 준공을 축하하며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와 지역 사회, 그리고 많은 지원과 협조를 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또한 아키오 회장은, 세기 동안 자동차 산업과 지역사회에서 일해 온 사람들의 열망 위에 세워지는 도시가 될 것이라는 비전이 현실이 되도록 협력한 기업들에 댛나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도시의 컨셉트 디자인을 맡은 비야르케 잉겔스 그룹(Bjarke Ingels Group), 부지 개발을 담당한 스미토모 미쓰이 건설(Sumitomo Mitsui Construction), 42만 명의 인력과 340만 시간이 투입된 공사를 '무사고'로 실현한 오바야시 건설 등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키오 회장의 말에 따르면 우븐 시티는 ‘영완히 미완성인 도시’이자 ‘미래 모빌리티의 테스트 코스’다. 아키오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의 시대에 “우븐 시티가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토요타의 우븐 시티의 저변에 있는 토요타 아키오 회장의 메시지는, 스마트 시티의 국내 구축과 해당 기술을 해외에 이전하며 수익을 올리려는 한국의 사정을 생각해볼 때 묵직한 울림이 있는 메시지다. 한국도 스마트 시티 건설에 필요한 많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프로젝트는 기술적 완성도는 높으나 전반을 관통하는 철학의 부재가 다소 아쉬움으로 꼽히곤 한다. 한 가지 과제를 갖고 오랜 시간 비전을 구축해나갈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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