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연비, 탁월하게 개선된 주행 감각…국산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
승용차는 아무리 커도 고시원 방 한 칸 크기를 넘지 못한다. 정말 좋은 차란 운전자가 느끼고 누리는 세상의 크기와 자유를 확장시켜주는 차가 아닐까. 거기에 보편 수준에서 납득되는 개성과 부족함 없는 성능, 거기에 튀어오르려는 가격까지 잘 억제한다면 그 이상이 없을 것이다.
토요타 5세대 프리우스 HEV
개선된 모터 출력
연비가 좋은 차를 받으면 가슴이 설렌다. 취재와 촬영을 넘어 자유롭게 주행을 즐겨도 지출 걱정이 덜 하기 때문이다. 언제쯤이면 이런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런 차를 탄다는 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시승차를 처음 받았을 때의 주행 거리 3,100km가 약간 넘어 있었다. 시승한 매체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중간에 시승회가 있었다 치더라도 꽤 긴 거리다. 다 같은 마음이었던 듯하다.
연비를 리셋하고 차를 송도로 몰았다. 간선도로로 연결된 신도시와 신도시는 이 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무대다. 이러한 지역 거주자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면 프리우스는 세컨드 카로서는 물론 메인 카로서도 잘 어울린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는 역시 가속력이다. 신도시와 신도시는 고속도로 연결성이 좋다. 요금소에서 치고 나가는 맛이 훌륭하다. 과거의 프리우스를 생각하면 안 된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60~70kms/h대로 뛰어오를 때 탄력이 좋다. 모터 최대 토크만 22.1kg∙m에 달한다. 2.0리터로 엔진의 최고 출력도 152ps, 최대 토크도 19.2k∙gm로 업그레이드됐다. 물론 70~100km/h 사이 가속 감각이 중속 영역에서 느낀 기대감에 살짝 미치지는 못했다. 합산 최고 출력이 196ps이므로, 어느 정도 출력이 받쳐 줘야 하는 고속 가속 영역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굼벵이였던 과거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수준이다. 중속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것이지 전체적으로 고속 영역에 이르는 데 문제는 없다. 또한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면 토요타 특유의 회전감을 십분 살리며 고속에서 역동성을 유지할 수 있다.
날카로운 조향감과 부드러운 승차감의 조화
이게 가능해?
비싼 에어 서스펜션도 없고 고사양의 쇼크 업소버가 들어간 것도 아니다. 오로지 섀시 엔지니어링 자체와 브레이크 성능의 개선만으로 날카로운 핸들링,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완벽하게 조화시켰다. 양립할 수 없을 듯한 가치인데 토요타는 그걸 최고 트림 가격 4,500만 원도 되지 않는 차에서 만들어냈다.
일단 전륜이 갖는 조향 응답성이 좋다. 타이어 전폭을 195㎜로 줄인 특이한 타이어 사양 덕분에 구름, 조타 저항이 최소화했다. 그러면서도 휠 직경은 19인치로 확장해 지지력은 우수하다. 여기에 맥퍼슨 스트럿 캠버(안쪽 기울어짐), 스태빌라이저(안티 롤 바)의 부품 연결 부위를 조절한 것도 조향의 직관성을 높인 요소다. 특별한 고사양 쇼크 업소버 없이도 전면에서 오는 충격이 잘 걸러지는데 이는 디테일한 부부분의 부싱류가 확충됐고 그 주변 부품은 가벼워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14인치(약 35.56㎜) 정도로, 작은 스티어링휠 직경도 조향시 ‘손맛’을 더해준다. 참고로 아반떼나 다른 주요 차종의 스티어링휠 직경은 대략 370~380㎜ 정도다.
휠베이스가 2,700㎜로 약간 길어졌음에도 조향, 고속 주행 시 후미 불안정성이 적다. 원래 상하 물리력에 대한 유연성이 좋은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인데 여기에 불필요한 중량을 덜어내 좌우 원심력을 억제하는 역량도 개선됐다. TNGA 플랫폼의 한계 역량이 넓다는 것을 느꼈다.
전체적으로 잘 억제된 하중의 이동에는 개선된 제동성능도 한 몫 한다. 브레이크 작동을 고성능 펌프 모터로 제어하는 이 방식은 전륜과 후륜의 제동력을 상황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어한다. 브레이크 작동감은 더 부드러워졌고 풀 브레이킹 시 제동도 더욱 명확해졌다.
시트 지상고가 무척 낮은데도 승차감이 부드럽고 느껴지는 충격도 적다. 다만 운전의 재미를 위해 시트 위치를 최대한 차량 중앙으로 두는 게 TNTA 플랫폼의 특성인데, 이게 일반적인 전륜 구동차 운전자들에게는 차량 앞쪽 끝단까지 거리감이 다소 애매하게 느껴지게 할 만한 부분이다. 물론 적응되면 어렵지 않겠지만 처음에는 전면 주차 시 약간 주의가 필요할 듯.
밟을수록 더 나오는 연비?
최종 23.7km/L
하이브리드를 효율 중심으로 볼 때, 여기는 토요타와 혼다의 영역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주행 모드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탄력을 느껴보기 위해 주로 에코와 스포츠를 사용했음에도 연비를 22km/L 아래로 떨어뜨리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고속 주행 시에는 배터리 충전이 빨라져, 모터 개입이 용이한 상태가 된다. 엔진과 모터 간 연결의 부드러움은 말할 필요가 없다. CVT의 동력 연결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모터가 받쳐주는 구간이 있다 보니 무단변속기 특유의 동력 전달 지연이 느껴질 틈이 없다.
반납 시 최종 연비는 23.7km/L. 공인 복합 연비 20.9km/L를 넘어서는 수치다. 시내 구간 비중이 높았다면 25km/L 이상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시내 저속 주행 구간에도 거의 대부분 구간에서 활성화 가능한데 실사용 시에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연비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이번 시승에서는 개선된 엔진과 모터 응답성을 즐기느라 나온 연비다.
활용성 좋지만 절대적인 공간엔 한계
전동 테일게이트, 무선충전 패드 부재는 아쉬워
시승하다 보면 관심을 받는 차들은 종종 있지만, 너무 많은 문의가 와서 잠깐 직업을 바꿔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차는 처음이었다. 특히 차량을 업무용으로 활용하려는 지인들의 문의가 많았다. 그 중 출장이 많은 포토그래퍼와 함께 동승 시승도 진행했다.
워낙 차에 관해 관심과 호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어서 오히려 기자 입장에서는 단점을 먼저 설명했다. 요즘 국산 차종에 거의 기본화돼있다시피 한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와 킥 동작으로 열리는 스마트 테일게이트가 없다. 조작계의 디자인도 심플하다면 심플하지만 유저에 따라서는 다소 '헐해' 보일 수도 있다.
4,600㎜의 전장과 1,780㎜의 전폭을 고려하면 트렁크나 레그룸 공간 활용성은 우수하지만 절대 공간의 크기가 큰 것은 아니다. 촬영 장비가 경량화되고 있긴 하지만, 조명 등을 수납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다만 해치를 열었을 때, 해치 끝단의 높이가 대략 190cm 정도로 노파 물건을 집어넣는 동작에서의 어려움은 없다. 접이식으로 되어 있는 러기지 컴파트먼트 패널은 가운데를 접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탈거 시 보관도 편리하다.
무엇보다 디자인
컨셉트 과잉의 4세대와 차별화
촬영을 위해 잠시 멈추면 어느 새 한두 사람이 다가와서 차를 구경한 사례가 2박 3일간 예닐곱 번이 넘었다. 뒤이어 바로 시승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는 아예 한 나절 동승 시승을 한 지인도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에 대한 호감. 주행 중에 만난 4세대 프리우스 오너들도 옆에 멈춰서 차량에 대한 사항을 물어보는데 역시 디자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
솔직히 4세대의 경우 공력 성능을 최고의 테마로 하면서 다소 캐릭터 라인과 헤드램프 라인이 다소 괴상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프리우스라는 차의 전체적인 형태는 그대로 두되 그것을 매끈하고 깨끗하게 다듬은 모노폼 형태를 갖췄다. 형태적으로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매끈한 형태는 패키징에서도 유리한 면이 있다.
최대 4,300만 원을 약간 넘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체급상 살짝 작은 현대 코나, 니로 하이브리드보다 1,000만 원 정도가 비싼 편인데 어차피 풀옵션인 이 차에 비해, 국산 경쟁차들의 경우 추가 사양을 넣을 수도 있어 격차는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편의 사양에 있어서는 국산차가 우위지만, 인증된 내구 성능, 통상 일본차를 구매하는 이들의 긴 보유기간, 연비 등을 고려하면 큰 갭이라 할 수 없다. 더군다나 주행 성능까지 이렇게 업그레이드한 점을 감안하면 국산차에게 유리한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해볼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결국 관건은 물량과 적절한 프로모션.
전기차 선택에 대한 망설임, 수입차 수준의 가격을 보이는 국산차 SUV 상위 트림을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었다. 차량의 특성보다 프리우스라는 이름의 브랜드 피워가 느껴진 시승이랄까? 잠시 찾아온 전직의 유혹을 뒤로 하고, 이정도로 토요타의 5세대 프리우스 HEV 시승기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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