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리터 HEV 5,670, 2.4 터보 HEV 6,480만 원
6월 5일, 토요타의 플래그십이자 보기드문 크로스오버 스타일인 토요타 크라운(Crown)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1955년 등장한 이래 16세대로 진화해오고 있는 크라운은 전통적 세단에 대한 정의의 재해석과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여 크로스오버, 세단, 스포츠 및 에스테이트 등 총 4가지의 타입으로 공개됐다. 그리고 전세계 40여개국에서 크로스오버 차종을 먼저 선보였다.
한국 시장에는 2.5리터 자연흡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터보 기반 하이브리드인 2.4리터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2종류로 출시된다. 크기와 퍼포먼스, 연비 면에서 현대 그랜저와 비교되는 크라운은 가격도 매력적으로 출시됐다. 2.5 하이브리드가 5,670만 원, 2.4리터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는 6,480만 원이다(개별소비세 3.5%). 물론 국산차와 판매 대수로 경쟁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랜저를 택하던 고객들에게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대안이다.
낯설지만 크고 아름다운 크로스오버
자동차 역사상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는 큰 재미를 못 봤다. 좋게 말하면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이지만 달리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는 다른 장르의 인기가 지나치게 높은데, 그 성격을 다른 차종에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혼종이다. 하지만 정말 서로 다른 장르 간의 장점만 잘 취하고 기본이 되는 장르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살릴 수만 있다면 성공 가능성도 있다. 그걸 잘 보여주는 차가 바로 16세대 크라운 크로스오버다.
일단 크다. 한국인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전장 4,980㎜, 휠베이스 2,850㎜다. 일본 자동차답게 전폭이 1,840㎜로 체급 대비 좁지만 실내 공간이 결코 좁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토요타의 특징이다. 전고가 1,540㎜로 요즘 세단 치고 높지만 이는 패스트백 타입의 테일게이트와 함께 여유로운 수납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
또한 크로스오버라는 말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이 차의 최저지상고는 약 5.8인치(147㎜)로 150㎜를 넘는 그랜저보다 낮다. 즉 이 차에서 말하는 크로스오버는 결국 세단의 전형인 3박스를 탈피하고 균형 잡힌 비율과 부드러운 루프라인으로 세단과 SUV의 디자인적 장점만을 살려 결합했다는 의미다.
인테리어는 아일랜드 아키텍처(Island Architecture) 컨셉트로 직관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프리미엄 소재를 적용하고 마무리 손질이 꼼꼼하다. 출고 후 불과 몇 달 만에 인테리어 소재에서부터 결함이 생기는 일부 국산 고급 세단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금속 소재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웜 스틸(warm steel)'을 적용했다. 디스플레이와 수평으로 배치된 조작계는 화려함보다 기능에 충실하다. 배려와 신뢰감은 한 번 일본 차를 샀던 사람은 다른 브랜드로 잘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토요타나 렉서스 인테리어의 강점이다.
하이브리드는 퇴물이라고?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반증
지겹도록 나오는 말,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다가 전기차 시대의 루저가 될 것'이라는 레토릭. 이 말은 하이브리드라는 파워트레인이 곧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하나라는 말을 부정함과 동시에, 탄소 배출 사이클에서 BEV(battery electric vehicle, 순수 전기차)가 보이는 불완전함을 인지하지 못한 데 따른 단견이다. 특히 발전원이 화석연료 중심인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BEV와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향후 전기 발전의 친환경성까지 담보된다면 달라질 문제지만 아직은 요원한 상태.
이런 점에서 종류를 다양화한 크라운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반갑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리튬 이온 배터리로의 무조건 전환을 고집하지 않고, 안정적인 바이폴라 니켈 메탈 배터리의 효율과 에너지 밀도를 향상했다. 기존 배터리 셀 간의 전류를 흐르게 하던 단자를 제거하고, 셀의 각 면 전체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로 발전시켜 부품 수 감소로 인한 다운사이징과 경량화에도 성공했다. 특히, 전류가 각 셀 간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전기의 내부 저항이 감소하고 한층 높은 속도로 전기가 이동할 수 있어서 높은 출력 향상과 연비 개선에도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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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리터(2,487cc), 압축비 14:1 자연흡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는 토요타 및 렉서스 유저들에게 익숙한 파워트레인이다. 엔진 최고 출력/최대 토크가 185ps/22.5kg∙m이며 구동모터 합산 출력은 239ps를 발휘한다. 복합 연비가 17.2km/L(도심 17.6, 고속 16.6)에 달한다. 후륜은 모터로 구동되는 E-Four 4륜 구동 방식이다.
새로이 추가된 2.4리터(2,393cc)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의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는 고성능을 지향하는 하이브리드다. 국내에는 없지만 토요타는 툰드라, 하이랜더 등에 들어가는 3.5리터 트윈터보 기반의 고성능 하이브리드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르망 우승으로 축적된 고성능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노하우가 양산차로 넘어온 셈. 이 차의 합산 고 출력은 348ps. 엔진 최고 출력은 272ps 정도로 제한되지만 최대 토크가 46.9kg∙m에 달해 박진감 있는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게다가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돼 역동적인 가속감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도 어필할 만하다. 여기에 수랭식의 고성능 리어 모터인 e-액슬(e-axle)이 적용돼, 주행 시 안정적인 마찰력 확보도 가능하다. 이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그랜저가 갖지 못한 가치이기도 하다. 북미 기준으로 0→60mph(96km/h) 가속 시간이 5.7초대로 알려져 있다.
특히 2.4리터 하이브리드 버전에는 운전의 재미를 위한 가변제어서스펜션(AVS)도 적용됐다. 렉서스의 ES F-스포츠에도 적용된 사양. 특히, 프론트 및 리어 구동력을 100:00에서 20:80까지 조절 가능하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S, 스포츠 S+, 커스텀 모드로 구성돼 있다. 참고로 2.5리터 하이브리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의 3가지.
주행 기능에 대해서는 오는 9일 진행될 미디어 시승행사에서의 취재 내용을 영상으로 구성하여 전하고자 하며, 해당 내용은 휠로그 유튜브 업로드 예정.
최신 사양의 TSS 및 인포테인먼트
토요타의 ADAS(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oyota Safety Sense, TSS)도 최신 버전이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RSA), 어댑티드 하이빔 시스템(AHS) 등의 예방안전기술이 기본. 여기에 긴급제동 보조시스템(PCS)의 범위가 확장돼 교차로 대향차량 및 모터사이클 운전자 등을 감지해 충돌을 회피하거나 피해를 경감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한국 주행 환경에 맞는 능동형 주행 어시스트(PDA) 및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RSA)가 적용됐다. 먼저 능동형 주행 어시스트(PDA)는 예측 어시스트(OAA), 감속 어시스트(DA), 스티어링 어시스트(SA)로 구성되며, 일안 카메라로 전방 주행 상황을 인식하고 필요에 따라 미리 속도를 제어하거나 또는 스티어링을 보조한다.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 (RSA)는 카메라로 인식한 ‘최고 속도’의 도로 표지를 화면에 표시해주는 기능이다. 만약, 운전자가 ‘최고 속도’ 도로 표지나 신호에 따르지 않는다고 시스템이 판단한 경우, 표시의 반전이나 점멸, 경고 등으로 알려준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경우,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에 탑재된 토요타 커넥트(Toyota Connect)’가 LG유플러스의 U+DRIVE(유플러스 드라이브)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공된다. 음성 인식 기능으로 네비게이션의 목적지 설정부터 다양한 정보 검색 및 공조 제어까지 보다 쉽고 편리하게 도와주며, 모바일 TV, 팟빵 등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스마트폰의 렉서스 커넥트 앱을 연결하면 내 차 위치 찾기,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목적지를 차로 전송하는 기능 등이 가능하다.
아울러 주행 정보는 물론 캐주얼, 스마트, 터프, 스포티 등 총 4가지 디자인 테마 조합으로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12.3인치 대형 풀컬러 MID(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용 편리성을 강화한 12.3인치 대형 고해상도 터치스크린, 세로형 무선 충전, 앞 좌석 흡입식 통풍시트도 적용된다.
토요타코리아 강대환 상무는 “신형 크라운은 아름다운 실루엣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새로운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로 그 가치를 더해 운전자를 웃음짓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토요타는 앞으로도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는 2021년 이후 회복 및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견인했던 건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였다. 상대적으로 국내 브랜드들의 상향 평준화 영향으로 인해 토요타는 렉서스만큼의 실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물론 크라운이 그런 실적을 단번에 올려줄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플래그십은 어디까지나 브랜드의 상징적 위치를 끌어올리는 모델이기도 하므로 그만큼의 가격 허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크라운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결코 국산 플래그십에 뒤지지 않는다. 화려함을 선택한다면야 국산 플래그십이 답이겠지만, 번지르르한 외관이 아니라 탈수록 견고함이 느껴지는 이동의 즐거움을 원한다면, 크라운은 모범에 가까운 주관식 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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