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 성능과 안락감, 인테리어 고른 완성도에 합리적 가격…살짝 아쉬운 성능은 듀얼 모터로
전기 SUV 폴스타 4
10월 22일 폴스타의 두 번째 양산 모델이자 전기 SUV 쿠페인 폴스타 4의 미디어 시승회가 진행됐다. 시승에 동원된 차량은 국내에 먼저 출시된 롱레인지 싱글모터로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 511km를 인증받은 모델이다. 현장 시승에 동원된 차들은 파일럿 패키지가 기본이나 휠 사이즈는 조금씩 달랐다. 본보에 배정된 차량은 프로(Pro) 패키지(21인치 휠, 스웨디시 골드 시트 벨트)가 적용된 사양, 외장 컬러는 블랙 컬러인 스페이스(space)였다.
실물이 더 멋진 차
SUV 쿠페보다 크로스오버에 가까워
지난 9월 30일을 마지막으로 7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한 폴스타의 전임 CEO 토마스 잉엔라트는 디자인의 간결함과 기능적 완성도를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폴스타 4는 그 업적을 대표하는 차라는 것을, 실물을 보며 한 번 더 느꼈다. 렌더링이나 공식 사진에 비해 실물이 못한 차들이 많지만 이 차는 달랐다. 듀얼 블레이드 타입의 LED 헤드라이트를 비롯해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다듬어진 차체 라인과 2,999㎜에 달하는 휠베이스에 기반한 비례감은 진짜였다.
또한 이 차는 쿠페 SUV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최저지상고가 166㎜에 불과한데, 볼보의 XC90 크로스컨트리의 최저지상고가 210㎜이다. SUV인 폴스타 3의 최저 지상고도 201㎜다. 21인치 휠을 장착한 폴스타 4의 경우 세단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자세를 보여준다. 참고로 국산차의 경우 그랜저의 지상고가 160㎜다.
실내 공간 및 인터페이스
주행 코스는 성수동 S 팩토리에서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이상원미술관까지였다. 갈 때까지의 운전은 동승한 다른 매체 기자에게 맡기고 동승자의 입장에서부터 실내를 살폈다. 먼저 눈을 사로잡는 건 1열의 경우 15인치 스크린과 센터 콘솔이다. 홍보에서 강조된 건 15인치 스크린의 시인성과 기능성이지만 센터 콘솔의 심플함이 이루는 조화가 본질적이었다. 콘솔 가운데 있는 버튼은 단 하나, 오디오 온오프 및 볼륨 조절 기능이었다. 블랙 고광택 패널 위에 크리스탈 타입 버튼 가운데는 은색으로 플레이 아이콘이 들어가 있다. 유튜브의 실버 버튼을 연상케 하는데 그만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만한 요소들이 많다.
스크린의 경우 각 행성별 테마를 선택하면 앰비언트 라이트도 그에 동조된다. 재활용 원사를 활용하되 더 쫀쫀하고 깔끔해진 대시보드 및 인테리어 트림이 매력적이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차종인만큼 조립, 체결에 흠이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주행 중 트림 이음매에서 나는 소음도 없다. 나파 가죽 시트의 겉면은 조금 딱딱한 감이 있지만 내구성과 형태 유지를 위한 설계다.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오디오 시스템
주행 후 십여분 간, 생면부지의 아저씨 기자와 함께 가는 젊은 기자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이 차는 가속할 때 전기차 특유의 과장된 모터 소리도 나지 않아 적막은 더 크게 느껴졌다. 결국 음악의 도움을 청했을 때, 적어도 올해 시승한 차량 중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즐거운 청각적 경험이 시작됐다.
신차들을 테스트할 때는 가급적 2010년대 중반 이후에 나오는 국내외 팝 스타일 음악으로 테스트를 해봤다. ‘아리아’ 명령어와 음원 서비스 플로(Flo)를 통해 메건 더 스탤리온과 두아 리파의 ‘Sweetest Pie’를 요청했다. 이런, 성인인증이 필요한 곡이라 재생이 안 된다고. 이것 때문에 로그인하긴 귀찮았다. 레드벨벳 ‘Queendom’, 혼네 ‘Day 1’, 프로미스나인의 ‘Supersonic’, 도자캣 ‘Kiss Me More’ 등 팝 넘버 중심이었다. 고르고 절제된 울림 속에서 곡 안의 각 소리 요소들이 정확하게 살아 있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락이나 메틀 넘버에서는 다소 리듬 파트가 약하게 들린다. 오디오 브랜드는 하만 카돈으로 플러스팩부터 적용된다. 물론 자동차 오디오는 브랜드의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참고할 것. 결국 NVH(소음, 진동, 거슬림) 세팅의 승리다.
15인치 디스플레이에서 ‘헤드셋’ 설정에 들어가 ‘프라이빗’을 선택하면 운전석 헤드레스트로만 소리가 나온다. 전체적으로 주행 정숙성과 청음 경험이 잘 조화를 이뤘다. 다만 오디오를 끄면 고속 주행 시 B 필러 뒤쪽에서 약한 수준의 풍절음이 들린다.
전기차 거동 성능의 진보
패시브 댐퍼인데 이 정도야?
전기차는 판형의 배터리 케이스가 하단에 평평하게 깔리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의 특성 때문에 차체가 갖는 강건성이 중시된다. 그러다 보니 주행 중 차량에 가해지는 다양한 외력에 유연하게 반응하기 어려운데 이를 서스펜션 시스테의 쇼크 업소버로만 해결하려 하면 마치 돌침대 아래 고무공이 있는 듯한 이질적인 승차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폴스타 4는, 동승자 입장에서는 물론 운전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크게 개선하고, 전기차 다이내믹의 진화 방향을 제시했다. 싱글 모터는 후륜 구동으로 원래도 조향감은 우수하지만 이상원 미술관 인근에서의 경사진 커브길에서 정확한 조향성을 보여줬다.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 충격을 뭉툭하게 다듬고 선회 시 불필요한 하중 이동은 최소화했다. 게다가 쇼크 업소버의 반응이 선형과 조향에 따라 세밀하게 반응했다. 처음에는 시승차용으로 퍼포먼스 패키지를 넣은 줄 알았다. 퍼포먼스 패키지에는 ZF의 액티브 쇼크 업소버가 적용된다.
확실히 볼보와 다르다는 점은 후륜에서 느껴진다. 물론 후륜 구동 베이스라는 차이점도 있지만 상하 움직에 다소 여유를 두어, 과속 방지턱을 통과하거나 자세를 복원할 때 다소 후미가 크게 움직이는 볼보의 차량들과는 다르다. 물론 전기차로 돌아온 플래그십 SUV인 EX 90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부드러운 가운데서도 스포티함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폴스타와 볼보가 점진적이면서도 확실한 이별을 진행 중이란 것을 알 수 있다.
200kW 전기 모터에 2.3톤 거구는 조금 버거워
퍼포먼스 원한다면 듀얼 모터
다만 차가 무거운 데 비해 싱글 모터의 동력 사양은 다소 약한 편이다. 물론 예상했던 부분. 훨씬 가벼운 폴스타 2 싱글 모터와 동일한 사양으로 최고 출력이 200kW(272ps) 최대토크도 343Nm(35kg∙m) 수준이다. 전기차다운 가속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물론 추월 대는 토크가 즉각적으로 전달되므로 2.0리터급 엔진보다는 앞서는 순발력을 여주는 수준. 퍼포먼스를 원한다면 과감히 듀얼 모터를 선택할 것. 4.0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급인 400kW(544ps)의 최고 출력과 686Nm(70kg∙m)을 발휘하는 듀얼 모터에 파일럿 팩과 프로 팩을 더해도 8,040만 원이다.
다만 최근 전기차의 성능을 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에도 다소 변화가 있다. 물론 내연기관과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좋지만, 짫은 순간에 쏟아져나오는 엄청난 동력 성능이 휴먼 에러를 만날 때 재난급의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뉴스로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런 위험 없이 장거리 주행용 차량으로서의 전기차를 원한다면 싱글 모터도 적절하다.
다만 추후 테슬라처럼 업데이트를 통해 약간의 동력 성능 상향은 고려해볼 만하다. 싱글 모터의 출력과 토크도 10~15% 정도만 상향시키는 선택권이 주어졌으면 한다.
뒷유리의 존재, 잊었다
이걸 빼고 마무리할 뻔했다. 이 차를 이야기할 때 화두가 된 것은 사라진 리어 윈드실드였다. 과연 윈드실드가 없다는 것이 불안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시승기에도 빼먹을 뻔할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디지털 타입의 룸미러는 미국 젠텍스(Gentex)사의 8.9인치 제품으로 140db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발휘한다. 170dpi에 초당 30, 60프레임 화상을 제공하는데, 실제 물리적 환경과 디지털 미러 사이에 시간차는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아닌 게 아니라 ADAS(능동형 운전자 보조)를 사용할 경우, 블라인드 스팟 정보 시스템(BLIS)가 조향지원과도 연동되는데 그 동작이 선제적이다. 룸미러 자체를 볼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던 폴스타코리아 측의 메시지는 진짜였다.
다만 운전을 시작하기 직전, 시트, 스티어링휠, 좌우 도어의 조정 동작은 낯설었다. 테슬라처럼 가운데 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 이를 설정할 수는 있지만, 이런 기능은 메르세데스 벤츠처럼 제로 레이어로 구현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물리 버튼을 밖으로 빼 두거나. 특히 좌우 도어 미러를 접어야 하는 자동세차장 앞에서는 당황할 수도 있겠다. 폴스타 2까지는 볼보처럼 좌우 도어미러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되는데 이 차부터는 그 기능이 없다.
물론 이런 특성은 홍보 차원에서의 적극적 안내와 교육 컨텐츠 제공 그리고 유저의 적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전기차의 특성 상, 고객들은 제품 고관여자(정보와 지식이 많은 소비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스타가 고관여자만 상대하려는 브랜드는 아닐 것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추가적 고민이 있어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이 차는 캐즘(전기차 구매 침체)을 돌파할 만한 생존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가격 정책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폴스타 본사 측에서 어떻게 한국 측의 딜을 승낙했는지 궁금할 정도. 싱글 모터 기준으로는 플러스 팩과 프로 팩을 넣어도 7,500만 원이다. 폴스타 2 듀얼모터 퍼포먼스 팩을 넣은 것보다도 약간 낮은 가격이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이 차의 한걔 주행 거리를 동절기에 경험해 보는 시승도 구현해볼 계획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