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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시승] 대안 없는 대안, 기아 더 뉴 EV6

역변 없는 성공적 부분 변경, 디테일한 업그레이드

 

EV6만 보였다. 기아 더 뉴 EV6를 타는 내내. 보통 시승차를 타고 있으면 그 차 자체에 집중해서인지 같은 차량이 눈에 잘 띄긴 하지만, EV6의 경우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승용이든 택시든 EV6와 나란히 달리는 일은 흔했다. 이 차가 가장 뛰어난 전기차는 아닐지 몰라도 시장에서 그만큼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전기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EV6의 유일한 대안,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기아 더 뉴 EV6를 시승해보았다. 등급 및 트림은 롱레인지 어스 모델이다.


기아 EV6 시승

Kia The New EV6
기아 The New EV6


좋았던 디자인 요소의 업그레이드

기아 더 뉴 EV6 스타맵 시그니처 DRL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이 차의 디자인은 개선이라기보다 기아 전기차 전략 변화를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눈에 띄는 건 DRL(주간주행등) 디자인의 변화다. 큰 램프 유닛 자체가 없어지고 날카로운 윤곽의 LED 광원이 기존 헤드램프의 형상을 추상화했다.

 

Kia The New EV6(GT-Line)
기아 더 뉴 EV6(GT-Line)

디자인 매력도는 전기형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다만 야간 주행 시 명료하고 샤프한 느낌은 스타맵 시그니처 DRL이 좀 더 강하다. 후미등 디자인 역시 스타맵 시그니처라이팅 특유의 매끈한 연결성을 중시했다. 전기형은 전조등과 후미등 모두 분절된 광원이 촘촘하게 연결된 방식이었다.

 

Kia The New EV6
더 뉴 EV6 후미의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20인치 신형 휠디자인


휠 디자인은 입체감이 돋보인다. 휠은 20인치로 전 트림에서 선택 사양이며, GT-라인의 경우에는 전용 디자인의 경우 전용 디자인이 적용된다. EV9의 경우도 그렇지만 개구부(뚫린 부분)가 적다. 어차피 유압식 브레이크보다 회생 제동을 많이 사용하므로 브레이크 냉각을 위한 개구부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막힌 형상의 휠은 선회 시 차체 하단부에 가해지는 공기 저항을 줄여 효율을 높이고 운동 성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포크 형상을 넓게 만드는 방식의 휠 디자인은 2006년 ‘디자인 기아’의 가치 출범 이후 지속, 발전된 디자인 요소 중 하나다. 이것이 전기차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Kia The New EV6
더 뉴 EV 신규 20인치 휠(롱레인지 4WD 어스)

전기형 모델과 더 뉴 EV6를 관통하는 디자인적 특성은 리어 램프 측면에서 2열 도어 하단으로 이어지는 크롬 캐릭터 라인에 있다. 차급은 다르지만 기아의 준대형 라인업인 K8을 생각나게 한다. 기아는 이 차를 SUV로 포지셔닝했지만 이러한 부분에서는 세단의 감각도 살린 점을 알 수 있다.

 

Kia The New EV6
리어 라이트에서 측하단 캐릭터라인으로 연결되는 선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패턴을 넘어 텍스처로 진화한 크래쉬패드

 

인테리어 역시 전기형의 큰 틀은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파노라믹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수평성을 강조했다. 두 개의 스크린이 분절돼 있던 전기형 모델에 비해 실내 디자인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이것이 적용된 차량 중에서 가장 눈높이가 적정하다. 전면부의 매끈한 디자인 덕분에 디스플레이 상단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시선의 이동도 매끈하다.

 

Kia The New EV6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스티어링휠 디자인은 더블 D 컷 형상으로 바뀌었고 혼과 다기능 조작 버튼 패널의 윤곽이 심플하게 다듬어졌다. 기존에 있던 크롬 윤곽은 사라졌다. 그러면서 스티어링휠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약간 높아진 느낌이다. 솔직히 조작 편의성은 이전 디자인이 좀 더 나았다. 다만 추후 공개될 GT라면 이것이 더 어울릴 것으로 기대된다.

 

크래쉬패드의 독특한 패턴은 이전에 적용된 패턴 대비 질감이 도드라지는 타입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는 낮 시간대 강한 직사광선의 반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해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여준다.

 

디지털 룸미러는, 동일 기능이 적용된 차량 중에서 가장 돋보인다. 야간 빛 번짐이 적은 것도 장점이지만, 일단 으슥한 곳을 주행할 때 괜히 뒷좌석에서 룸미러를 쳐다보는 누군가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아 좋다.


Kia The New EV6
디지털 룸미러

센터 콘솔 하단 공간의 분리감은 어정쩡하다. 굳이 충전 단자가 있는 부분과 콘솔 하단부 수납공간을 애매한 폭으로 나눠야 했는지 모르겠다. 이는 전기형에서도 보이는 것이었는데 개선됐다면 하는 부분이었다. 사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분절시키고 그 사이에 별도의 수납 공간을 두는 것이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조형 논리로도 맞다. 쉽게 생각하면 봉고, 포터와 같은 트럭 공간을 생각하면 된다. 이 방식은 EV3 등 기아의 신형 전기차에서도 보인다. 그런데 이는 안전 상에서도 약점이다. 조수석 바닥에 놓인 물건이 선회 시 굴러서 운전석 페달 아래로 들어가는 상황도 고려해봐야 한다.

 

Kia The New EV6
EV6 콘솔 하단

 

가속 상황 및 고속 정숙성 강화

 

기아가 EV6의 상품성 개선에서 힘을 쏟은 또다른 부분은 주파수 감응형 쇼크 업소버다. 즉 노면 요철을 지나가는 속력에 따라 차에 전해지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정숙성과 안락감을 높이는 목적이다.

 


Kia The New EV6
EV6 롱레인지 4WD 어스

일단 고속 주행에서는 그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 요금소 전후의 그루브에서 부드러웠다. 저속에서 방지턱을 만날 때의 요란스러움도 약간 줄어들었다. 전기형으로만 보면 현대 아이오닉 5의 쇼크 업소버 반등이 조금 더 부드러운데, 대신 시트 포지션의 안락감과 일체감에서 EV6가 더 나았다. EV6가 이 부분을 개선한 것은 상대적 경쟁력의 강화로 볼 수 있다.

 

전기형의 경우 ‘깡통’인 2WD 에어부터 GT까지짧은 시간 안에 모두 시승해봤지만 2모터 4WD인 롱레인지가 가장 균형 잡힌 감각을 전한다. 최고 출력 325ps(295ps), 최대 토크 605Nm(61.6kg∙m)으로 이전과 동일하다.

 

원래도 정숙성은 장점이었다. 가상 주행음인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의 활성화/비활성화 시 실내 공간의 소음 크기가 크게 다르다. 보통 강도로 해 놓으면 비 퍼포먼스형 가솔린엔진 정도의 느낌이다. 그러나 차 안에서 음악을 감상할 생각이라면 끄기를 권한다. 특히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의 강도를 올릴 경우 은근히 소리 간섭이 있는데 내연기관의 구동음으로 인한 간섭과는 또 다르다. 오디오 시스템은 메리디안이 적용돼 있다. 향후에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강도에 따라 능동적으로 주파수를 조절하는 시스템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메리디안은 오랜 파트너인 JLR(재규어랜드로버)와 함께 고성능 전기차용 오디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Kia The New EV6
더 뉴 EV6

플랫폼이 바뀐 것이 아니다 보니 기본적으로 선회 시 차의 반응성 자체는 딱딱하다. E-GMP는 배터리 하우징 보호를 위해 강건성을 강조하는데 그 특성이 바디온 프레임의 섀시의 감각과 비슷하다. 운전석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2열에서 느끼는 상하 움직임은 완전하 잡기 어렵다. 다음 세대의 E-GMP가 풀어야 할 과제다.

 


늘어난 배터리 용량과 주행 거리

급속 충전 속도 개선

 

더 뉴 EV6의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84kWh로 확대됐다. 그러면서 주행 가능 거리도 롱레인지 4WD 어스 20인치 휠 기준, 복합 432km(도심 465, 고속 391)이다. 여기에 800V 고전압 아키텍처의 역량을 잘 살려, 350kW급 초고속 충전 시 18분이내 배터리 용량의 80%(10%->80%)까지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로 시승 중에는 광명 소하동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바로 옆 E-피트(E-Pit)를 활용했다. 과연 속도 하나는 빨랐다. 전기차 시승차의 경우 이곳에서 자주 충전하는데, 최고속의 경우 1kWh 당 500원이다. 1kWh 당 주행 거리가 4.6km이니 1km 당 108원이 사용된다. 12.5km/L의 복합 연비를 발휘하는 가솔린 엔진 차량은 136원, 17.5km/L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97원이다.

 


Kia The New EV6
충전 중인 EV

Kia The New EV6
E-피트에서 충전 중인 EV6

다만 비회원을 대상으로, 매번 요금 결제마다 보증금을 받는 것은 다소 아쉽다. 보증금 5,000원을 더하면 20kW만 충전해도 2만 5,000원이다. 최초 인증한 신용카드의 데이터가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아닐 텐데, 매번 보증금을 받는 E-피트의 과금 정책에는 다소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급속 충전은 배터리 안전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지, 완속 충전을 우선적으로 권장해야 할지 딜레마다. E-GMP의 가장 큰 우위점 중 하나를 홍보 단계에서 언급하지 않기엔 너무 아깝지만,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지구에서의 화재 이후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국민적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진 휠, 코너에서 강하게 버틴다

 

이 차는 스포츠나 스노우 모드를 제외하면 거의 후륜 모터의 구동력이 우세하다. 컴포트나 에코에서 전륜의 개입은 제한돼 효율 우선으로 주행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후륜의 주도는 2,900㎜의 긴 휠베이스에서 선회 시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이는 전기형과 별로 다르지 않은 특성이다.

 

휠 직경이 커지면서 내리막 선회구간에서 바깥쪽의 지지력이 좀 더 단단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지상고를 감안하면 롤은 적다. 다만 선회 시 타이어 사이드월이 일그러지는 한계 속도도 규정 속도를 약간 넘기는 수준이다. 물론 이 차는 GT가 아니므로 납득할 수 있는 정도다.  다만 이런 조건에서 차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에 대해 어떤 내구 대책이 적용되어 있는지는 신차 수준 그것도 매체 시승을 위해 최상의 품질 검수를 거친 차량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상품적으로 최적의 차,

판매량이 입증


전체적으로, 이 차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장점도 뚜렷하고 단점도 감출 수 없지만 디자인과 상품성, 그리고 업그레이드된 디테일 등은 가격 대비 매력이다. 장거리 업무가 많은 사진가나 영상제작자, 자영업자들에게는 공간성과 에너지 비용 절감 두 가지의 매력을 모두 제공하는 차다. 이런 가치는 이미 판매량으로 입증된 바 있다. 2022년에는 2만 4,000여 대, 2023년에는 1만 7,000대를 팔았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기차 캐즘(chasm, 신기술에 대한 기존 수요 해소 이후 신수요 간 간극)과 고금리 여파를 생각하면 선방한데다, 2023년에는 현대 아이오닉 5를 앞섰다. 더 뉴 EV6 역시 좋은 성적을 기대해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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