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판매 장점 많지만 맞지 않는 브랜드도 있어…차량 판매 본질 생각할 때
지난 8월 17일, 메르세데스 벤츠가 온라인 에디션의 GLC 300 4매틱 34대를 1시간 만에 완판하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는 오랫동안 e-커머스 형태로의 전환이 지지부진했는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상징적인 브랜드가 이에 성공한 것은 의미가 있다. 사실 매월 진행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온라인 전용 모델 판매는 지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이것이 딜러를 거치지 않는 직접판매 진행설의 근거가 됐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와 ‘직판’은 완전히 동의어는 아니다. 다만 e-커머스의 방식이 자리잡는다면 온라인 판매는 ‘직판’을 위한 충분조건은 된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브랜드에 적합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벤츠의 온라인 스페셜 왜 성공했을까? 특별한 고객 노린 첨단 마케팅
자동차 판매와 구매가 e-커머스의 형태로 빨리 진화하지 못한 데는 아무래도 제품의 가격 때문이다. 첨단 기능은 오히려 차를 사는 과정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민 요소다. 게다가 꾸준히 신규 고객이 들어오는 인기 브랜드의 경우, 해당 차량에 대해 지식이 없는 저관여자의 비중도 높다. 온라인에 제품 상세 설명을 기재한들, ‘그게 뭐예요’라고 물을 고객이 아직 태반이다.
그럼에도 메르세데스 벤츠는 해냈다. 그것도 재고 떨이가 아니라 상당한 고가 트림을 온라인 전용으로 팔았다. 6월 온라인 전용 판매 차종은 2억원이 넘는 AMG SL 63 4매틱+였다. 물론 4월의 10세대 E450 카브리올레는 ‘떨이’ 성격이었지만 1억 1,000만 원이 넘는 고급차다. 완판된 GLC 300 4매틱 역시 9,700만 원이 넘는 사양으로 스페셜 컬러까지 적용됐다.
되짚어 생각해본다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측은 자사의 온라인 판매 창구를 찾을 고객들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한 것임에 틀림없다. ‘떨이’도 아닌 상위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들이라면, 정보력과 구매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가격이 얼마든 빠른 인도가 가능한 차를 원하는 고객일 수도 있다.
고객 특성이 이렇다면 향후 메르세데스 벤츠는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스페셜 트림을 더 강화해, 특별한 고객이 되고 싶어하는 심리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해법 제시하는 수입차 온라인 판매 플랫폼, 혼다코리아의 경우
사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는 다소 특별한 경우이고 혼다코리아의 온라인 플랫폼 판매야말로 좀더 현실적적인 고민과 해법이 담겨 있다. 최근 혼다는 삼성카드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9월 1일부터 삼성카드 오토다이렉트를 통해 차량을 구매할 경우 금리를 우대하거나 포인트로 돌려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많은 수입차 고객들이 온라인 플랫폼보다 영업사원을 만나기를 원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금융 혜택 때문이다. 물론 지점장이나 딜러의 선임급 영업사원의 경우 금융사의 담당자와 쌓아온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좀 더 나은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영업사원 역시 기존 준비돼 있는 금융 상품을 찾아서 제공한다. 그 정도라면 차라리 금융사나 카드사와의 협업으로 마련하는 금융 상품이나 이벤트로도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
대신 이 경우는 절대적으로 제품의 트림 분류가 간단해야 한다. 즉 온라인으로 구매 시 가격과 할인 혜택만 고민하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혼다 자동차 제품군은 이런 조건을 갖췄다. 곧 출시될 완전 변경 어코드와 CR-V는 하이브리드와 1.5리터 터보로 구성될 예정이고, 29일 출시 예정인 파일럿 역시 단일 트림이다.
딜러사의 인적 역할 중시하는 수입차 브랜드도 많아
그러나 고객들이 신차 구입을 위해 딜러십 전시장을 방문하고, 계약에 임하는 그 모든 행위가 고객의 경험이고 즐거움이기에 오프라인 딜러십의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는 브랜드들도 있다. 볼보가 그렇다. 볼보 임원진들은 기자간담회 때마다 “딜러십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임원은 사석에서 “고급 브랜드의 경우 고객들이 영업 담당자들과 만나며 맺는 인적인 가치가 곧 상품이다. 당장 영업 이익이 더 좋아진다고 해서 온라인 판매 도구라는 칼로 딜러사를 정리한다면, 그거야말로 브랜드 가치를 깎아먹는 일”이라고 밝혔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딜러이자 AMG 브랜딩에 열을 올리는 한성자동차의 경우는 AMG 브랜드 차량의 딜러 전용 에디션을 내놓았다. 폭스바겐은 7개 딜러사가 티구안 올스페이스에 R 라인 디자인을 적용한 한정 모델을 발주해 100여대 내놓으며 딜러만이 할 수 있는 제품 구성의 묘를 발휘한다. 이런 걸 보면 ‘장사’만큼 매력적인 일이 없는 것 같다.
한쪽 이익에 편승하는 악의적 기획 보도는 지양해야
다만 이렇게 딜러의 역할과 온라인 판매의 필요성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일부 매체들이 한 쪽의 이익에 편승한 악의적 보도를 내놓는 모습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딜러사 입장에서는, 수입 브랜드의 한국 지사가 토사구팽식으로 나오는 것처럼 보여 괘씸하겠으나, 그렇다고 본사가 진행하지 않은 일을, 친분 있는 매체를 통해 기정사실처럼 흘리는 것은 꼴사나운 일”이라 지적한다. 오히려 이러한 시대 자동차 업계의 e-커머스 도입과 오프라인 딜러십의 컨텐츠가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룰지 고민해 제언하는 게 매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시대는 변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동시대 모든 공간에 같은 속도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판매창구가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하는 것은 흐름조차도 아니고 그냥 도구의 문제다. 이게 마치 사생결단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다소 시대착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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