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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수소 가치 사슬, 그기 돈이 됩니까?

최종 수정일: 2023년 7월 13일

현대차, 북미 ‘수소 및 연료전지 세미나’ 참가, 새로운 수소 생태계 모델 제시

 

국내에서는 배터리 기반 전기차의 인기로 다소 시들해 보이는 수소 및 연료전지 시스템이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 과정 등을 따지는 수소 ‘색깔론’이 북미 수송에너지 시장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위상과 수소 산업의 형태를 재정의해가고 있다.





한국은 캘리포니아 현지 시각으로 2월 7일 개막한 북미 최대 수소산업 행사인 ‘수소 및 연료전지 세미나 Hydrogen & Fuel Cell Seminar, HFCS)’의 2023년 행사 주빈국으로 선정됐다. 현대자동차는 이 행사에 참가해, 미 에너지부∙상무부 등과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북미 상용차 시장에서의 수소연료전지 전기차(FCEV) 판매 기반 확보에 나섰다.



2030년까지 매년 6%대 성장 북미 수소 시장과 ‘수소 색깔론’


글로벌 기업 및 시장 동향 리서치 기업인 그랜드 뷰 리서치의 리포트에 따르면, 북미의 수소 시장은 2022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6.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소 생산 및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연구 및 시제품급 차종의 활성화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수요처는 북미다. 수소를 생산하는 데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소를 만드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메탄 성분인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전기 에너지가 든다. 미국 시장에서는 수소에 그레이(grey), 블랙 & 브라운(black & brown), 블루(blue), 그린(green) 등 색명을 붙이는 ‘색깔론’이 거론된다.


그레이 수소는 현재 수소 생산 방식의 96%를 차지하는 것으로 수증기를 이용한 천연가스 개질(reforming)을 통해 얻어진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촉매 화학반응을 거쳐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나오는데 이 때 이산화탄소는 포집하지 않고 날려보낸다. 여기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는 수소가 블루 수소다.




블랙 & 브라운은 석탄을 700℃ 이상의 고온, 고압에서 연소해 생성한 합성 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얻는 방식이다. 블랙 수소는 역청탄, 브라운 수소는 갈탄에서 얻는다. 가장 오래된 수소 생산 방식.


그린 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다. 특히 이 전기 자체도 화석이나 원자력이 아닌 풍력, 지열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에너지원이 무엇이건 미국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유리하다. 다만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다른 수소보다 조금 비싸다. 1kg당 한화 2,000원대.


탄소 중립에 대한 요구는 지구와 인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경쟁 국가에 무역적 부담을 줄 수 있는 무기다. 수소연료전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고 미국 수소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



현대차,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으로 새 밸류 체인 제안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한 방 맞은 현대차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이번 수소 및 연료전지 세미나에서 제시한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콘셉트’가 이를 보여준다. 이 콘셉트는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 등 유기 폐기물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폐에너지 수소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운송, 산업, 건물,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다는 개념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자원순환형(waste-to-energy) 수소 생산 콘셉트’를 통한 청정 수소 생산뿐 아니라 향후 개질/포집(CCUS), 저장 및 운송, 공급, 활용 등 밸류 체인 전반을 통합한 수소 에너지 사업 모델도 검토 중이다. 이 밸류 체인의 구축이 성공한다면 수소연료전지 전기차만 파는 방식보다 북미 시장에서 훨씬 강력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물론 현대차의 수소 전략은 당면한 과제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2월 9일 진행된 이번 전시의 주빈국 특별 세션에서, 현대차는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30대를 미 오클랜드항에 공급하는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실증 프로젝트(Zero-Emission Regional and Drayage Operations with Fuel Cell Electric Trucks, NorCAL Zero)’를 소개했다. 현대차는 행사 기간 동안 주빈국 홍보관 내에 북미형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를 전시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 활용 확대 등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여러 분야에 규정된 수혜 조항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면밀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미 에너지부 등 유관 기관 및 기업 고위급 면담을 통해 수소 분야 협력 확대를 가시화할 수 있는 실질적 계기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미 현대차는 지난 2020년, 수소연료전지 전기 파워트레인을 상용차에 적용할 수 있는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와 독일에 선보였다. 독일에서는 친환경 상용차 보조금 지원사업과 연계한 트럭 공급에 성공했다.


물론 다른 영역이 그랬듯, 잘 되는 사업은 자국 기업에 기회가 돌아가도록 법을 손질하고, 외국 기업에는 부담을 주는 것이 미국의 방식이다. 수소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과 현대가 구축한 가치 사슬이 그들의 이익에 충분히 부합하기만 한다면, 수소는 의외로 견고하게, 긴 시간을 버티며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산업이 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엄정한 실증의 과정을 거쳐 미국은 물론 중국 등으로도 새로운 개념의 수소 사업 범위를 확장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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