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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오피니언]사이버레커를 키운 건 유튜브, 자동차 컨텐츠 예외일 것 같나

쯔양 협박 유튜버 수익정지 시사점은

 

레커(wrecker)는 구난용 견인차다. 유래는 의외로 깊다. 20세기 초, 포르쉐의 트랙터를 군용 견인차로 쓰던 것이 원형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난차의 의미로 개발된 것은 1916년 미국에서였다. 국토가 넓어 주정부 영향력조차 제대로 곳곳에 미치지 못하는 특성 상, 사설 구난은 필수적이었다. 자동차 산업이 막 태동하던 시기라, 이를 이용한 구난차량의 등장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국에서 사설 구난차는 막막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좋은 이웃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한다.


Wrecker car
레커(wrecker)는 원래 구난 견인차다

한국에서 사설 레커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상당수 사업자들의 영업 행태 때문이다. 보험 처리 등의 업무에 무지한 운전자들이 사고를 겪을 경우, 자신들과 연줄이 있는 공업사로 차를 견인해 기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수리비와 견인 요금을 요구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사고 현장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 위험한 주행을 서슴지 않는 것도 시민들의 거부감을 자아내는 요소가 됐다. 사업자들 중 상당수의 태도가 다소 고압적이고 거친 것도 문제다. 물론 요즘은 많이 순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이런 모습은 남아 있다.

 

사이버레커라는 말은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위해 이슈나 화제 인물에 달려드는 태도가 현실 세계의 레커 차량들과 닮은 데서 유래했다. 배기가스 정화장치도 떼버리고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곡얘 주행에 경적까지 울려대며 달리는 모습과, 사뭇 투사 같은 어조와 목소리로 정의의 사도마냥 이슈를 짜깁기해 외치는 목소리는 정말 레커와 닮았다.

 

‘쯔양’과 카라큘라, 구제역, 전국진의 사정에 관해서는 굳이 여기서 상세히 기술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다만 이 사건의 본질과 관련된 점이자 현실 세계에서 대부분 손가라질 받는 사설 레커 운전자들과 사이버레커들의 차이점을 잠시 짚을 필요가 있다. 사이버레커라 불리는 유튜버들은 이슈들에 교묘히 올라타면서 이미지 세탁을 해온 이들이다. 어떤 사건에서, 한국 법 체계의 양벌규정 상, 가해자에게 국민의 법적 감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판결이 나올 때 여기에 사적 제제를 가하는 것이 대표적인 행동이었다.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신상 공개, 사생활 추적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런 행동의 일부는 실제로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일탈자들을 위축시키는 선의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때마다 이들의 컨텐츠는 조회수를 얻었고 채널은 급격히 성장했다.

 


Youtube
유튜브(이미지출처, 구글 프레스 머티리얼)


좋게 본다면 이들은 마케터로서 감각은 훌륭했다. 일부 멀쩡한 대기업 홍보팀조차 이러한 사이버레커 유튜버들을 섭외해 행사를 진행하거나 홍보 컨텐츠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사실 인간 세상에서 과거를 세탁하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백 번을 양보해, 세탁된 상태의 깨끗함을 유지하면서 산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참작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다시금 더러운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회수와 구독자의 환금성을 포기하기가 쉽지는 않다.

 

사실 잘 뜯어보면 사이버레커들이 공분과 사회 정의를 내세워 목소리 높이는 컨텐츠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선후, 인과,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내용이 빤히 보인다. 이들의 컨텐츠를 즐겨 보는 이들조차 그걸 잘 안다. 중요한 건 이들은 ‘감정’을 건드린다. 원래 장사는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니 장사로서는 훌룽하다. 즉 상당수 사이버레커 유튜버들은 ‘정의 장사’를 하는 것이지 개념적으로든 실체적으로든 정의와 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최근의 행태들을 보면 무관한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이런 사태의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유튜브의 오랜 운영 정책이다. 사이버레커 유튜버 3인의 수익 창출이 중지됐는데, 따지고 보면 그 이전에도 이런 조치가 취해져야 했을 채널들은 적지 않았다. 이익 때문에 정의를 팔았다고 사이버레커들을 비난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렇다면 그 책임은 유튜브와 구글도 같이 져야 한다. 이들의 조회수를 보고 들어오는 광고 수익을 나눠 먹으며 뒷짐 지고 있다가 이렇게나 사건이 곪아 터진 다음에야 내놓은 처분이 겨우 수익 창출 정지다. 영구 정지도 아니다. 또한 개별로 지원되는 광고, 협찬은 막을 수 없다. 쯔양이란 유튜버가 용기를 내고 삶을 택해서 망정이지, 멘털이 약한 사람이라면 더 나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Among automobile content, there are many channels that show cyberwrecker tendencies.
자동차 컨텐츠 중에도 사이버레커 성향을 보이는 채널들은 많다

사이버레커들은 컨텐츠의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자동차 소재 컨텐츠에서도 사이버레커들은 판을 친다. 그런 이들은 쯔양의 과거를 인질 삼은 사이버레커 3개 채널 운영자들을 보고,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은 정상적인 미디어 컨텐츠 기업을 빙자한다. 찾아보면 파워트레인의 구조는 커녕 한글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산업과는 상관 없는, 자동차와 사람 사이 어느 틈에서 나오는 구리고 더러운 감정의 냄새를 끌어올린 컨텐츠를 정의랍시고 퍼나른다.

 

레커란 단어에는 구난 견인차라는 의미 외에 다른 뜻도 하나 더 있다. 바로 파괴자다. 공동체의 질서와 이성적 질서를 파괴하며 얻은 이익은 막대할 것이다. 혹자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잘 올라탄 게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맞다. 그런데 그 빠른 세상 덕분에, 자기가 한짓이 스스로에게 돌아가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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