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3만달러부터, 세부사항 없는 점 전문가∙투자자 실망
이야기하기 새삼스럽지만 일론 머스크 그리고 테슬라의 모빌리티 제품 모두는 락 스타의 이미지를 닮아 있다. 특히 전성기 건즈 앤 로지즈 같은 팀. 상남자스럽지도 않은 전기차에 GN’R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탐탁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특징을 닮았다. 전성기 GN’R은 공연시간 지연이 잦았다. 프런트맨 액슬 로즈 개인의 컨디션 때문이었다. 물론 작정하고 나오면 최고의 공연을 보여줬지만 아무튼 무대에 등장하기까지가 곡절이 많았다. 일론 머스크와 그의 차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 업계에 파장을 주지 않은 것이 없지만 한결같이 예고한 시점보다 늦었다.
테슬라 로보택시 사이버캡,
생각보다 멋진 외관, 그러나 세부 스펙 없어
한국 시간으로 지난 10월 11일, LA 버뱅크에 있는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 공개된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b)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간 테슬라 모빌리티 제품들의 발표→실제 공개 시간 간격과 비교해 전광석화 수준이다. 다만 컨셉트카 수준으로만 등장했다.
사이버캡의 실내는 허전했다. 페달도, 스티어링휠도 없이 일론 머스크만 싣고 등장했다. 주행 거리, 출력 등에 대한 정보도 백지다. 차량 중앙에 거대한 화면이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다만 가격은 북미 기준 3만 달러(한화 약 4,05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그마한 차체에 도어는 버터플라이 방식이다. 전체적으로 매끈한 차형힌데 모델 Y의 길이를 축소한 듯한 모양새다. 언뜻 2013년에 공개된 폭스바겐의 XL-1 컨셉트카 후측면 비율을 떠올리게 한다.
난관 극복의 대명사, 머스크와 테슬라
이번 난관은 차원이 다르다?
다만 이 차의 발표 전후로 테슬라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공개 이벤트가 진행된 이후 테슬라의 주가가 8.78%가 빠진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의 로보택시 이벤트가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는 제호로 비판했고 BBC는 “주주들이 머스크의 열정을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에서 테슬라에 가장 우호적이라 알려져 있는 모건 스탠리의 분석가 애덤 조나스(Adam Joas)조차 “그게 다야? 세부 사항이 없어 실망스럽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런 평가에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자신감은 완전자율주행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자율주행차량이 인간의 직접 운전보다 10~20배 안전하다”라며 “시내버스의 비용이 1마일 당 1달러인 것에 비해 운전기사가 없는 사이버캡의 경우 20센트(약 200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위협적인 우려와 난관을 극복해온 이력이 있다는 것도 무시돼서는 안 될 사실이자 긍정적 예측의 요인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차의 양산과 판매 시점을 2026~2027년으로 잡고 있다.
그럼에도 사이버캡이 부정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전과 다른 경쟁자 특히 자율주행 영역에서 테슬라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들 때문이다. 이 영역에서는 구글의 웨이모, 크루즈가 이미 수백만 마일의 실도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조차 교통체증과 실험 참가자의 부상 등 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충전까지 별도 플러그 없이 유도 전류만으로 진행하는 만큼 전력 그리드를 구축하는 일도 과제다. 물론 테슬라는 이 솔루션까지를 함께 제공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하이퍼루프와 로보택시, 화성여행까지를 결합하는 계획이, 이미 머스크의 머리 속에서는 구체화돼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암리 미국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의 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필요한 전력 계통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물며 미국 외 다른 국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한국은 변전소 등 전력 계통의 확보가 지역 사회 반대 등의 이슈로 난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구글 웨이모와 손잡고 로보택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지만 그 전에 이 전력 계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실질적인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보는 것은 2030년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론 머스크는 50일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이미 7월부터 트럼프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내 왔다. 한 때 전기차 정책에 우호적이었던 민주당을 지지하는 듯 했으나 “나는 개인의 자유와 능력을 극대화하는 미국을 믿으며, 그건 전에는 민주당이었으나 지금은 공화당”이라는 말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