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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배반의 땅을 약속의 땅으로! 페라리 샤를 르클레르 F1 모나코 GP 폴 투 윈

레드불 막스 페르스타펜과 31포인트 차…사인츠도 포디움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가 2024 모나코 GP에서 F1 커리어 처음으로 폴 투 윈(예선 1위, 결승 우승)을 달성했다.  


Charles Leclerc, 2024 F1 Monago GP Winner
F1 커리어 첫 폴 투 윈과 고향에서의 우승을 거머쥔 샤를 르클레르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16)가 드디어 모나코에서 웃었다. 고향이지만 모나코는 그에게그야말로 ‘배반의 땅’이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폴 포지션을 기록하고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는데, 특히 2021년에는 드라이브샤프트 쪽의 문제로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 2023년에는 포디움 피니쉬를 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2021년과 2022년이 머신 문제였다면 2023년은 빗길에 다소 약한 그의 드라이빙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24년은 모든 것이 페라리와 르클레르를 도왔다. 날씨는 맑았고 최강자인 레드불은 흐렸다. 애드리언 뉴이가 불화로 떠날 것이 확실시된 레드불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조금씩 휘청거리는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의 막스 페르스타펜(#1)이 예선을 6위로 마쳤다. 또한 그를 커버해줄 세르히오 페레스는 하위권 드라이버들과의 대형 사고로 인해 차 자체가 아예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졌다.



Charles Leclerc, 2024 F1 Monago GP Winner
르클레르를 도운 날씨



Charles Leclerc, 2024 F1 Monago GP Winner
극단저인 그립 주행을 선호하는 르클레르

 

르클레르는 그답지 않게 처음부터 치고 나가며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예선 2위를 기록한 맥라렌의 오스카 피아스트리(#81)와 접전이 이어지긴 했지만, 그야말로 이를 갈고 나온 르클레르는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날씨가 그의 드라이빙 성향을 정말 잘 받쳐줬다. 하드 타이어 하나로 레이스를 완주했는데, 그립의 한계치를 넘나들기보다 안정적인 주행을 선호하는 그의 성향이 최적의 조건과 맞물린 셈이다. 결국 샤를 르클레르는 78랩 2시간 23분 15초의 기록으로, 2위 피아스트리와 7.152초의 간격을 두고 여유롭게 체커기를 받았다. 모나코에서 나고 자라며 친구들과 스쿨버스를 타던 그 길에서 챔피언에 오른, 전설 같은 승리였다.

 

Charles Leclerc, 2024 F1 Monago GP Winner
2위 피아스트리와 격차를 벌리는 르클레르

이 날 경기 후 명장면이 더 만들어졌다. 르클레르는 모나코의 아름다운 선착장에 수트를 입은 채 그대로 입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물론 들어가기 전에 팀의 수장 프레드 바서를 먼저 밀어넣었다. 르클레르는 우승의 숫자는 적지만 2019년 이몰라 GP 등 팀의 역사적인 순간에 우승해 ‘그림’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의 매력적인 외모와 어울리는 확실한 캐릭터성이자 스타성이다.


Charles Leclerc, 2024 F1 Monago GP Winner
입수하는 르클레르

 

팀 전체로도 행운이 따랐다. 다른 선수들을 견제하고 우승을 향한 시너지를 내야 할 동료 카를로스 사인츠가 첫 번째 랩에서 노리스와의 충돌을 피하려다 미끄러져 하위로 처졌는데, 더 큰 사고가 다음에 일어났다. 하스(HAAS)의 니코 휠켄베르크(#27), 케빈 마그누센(#20), 레드불의 세르히오 페레스(#11)이 뒤엉킨 사고가 일어나며 경기가 일시 중단된 것. 오르막 코너에서 추월을 노리던 세르히오 페레스의 차가 하스의 두 차량 사이에 끼듯 하며 차 절반이 사라져버렸다. 다행히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F1 머신의 안전성을 다시 한 번 보여 준 사례.

 

아직 2025년 어느 팀과 계약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카를로스 사인츠(#5)도 좋은 성적을 냈다. 초반 위기에도 불구하고 2위와 0.433초 격차로 3위를 달성한 사인츠 덕분에 페라리의 컨스트럭터 포인트도 확 늘어났다. 레드불과의 차이는 불과 24점차. 이번 경기를 6위로 마치며 2022년 브라질 상파울루 GP 이후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막스 페르스타펜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만한 상황. 다만 페르스타펜은 과거와 달리 2024년 들어서는 우승을 놓친 경기에서도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 경기인 캐나다 GP는 2주가 남은 상황.

 

Carlos Sainz Jr., Scuderi Ferrari, 2024 Monaco GP P3
심란한 상황에서도 3위로 경기를 마친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


맥라렌의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생애 첫 포디움을 준우승으로 장식했다. 맥라렌은 올 시즌 랜도 노리스의 우승 등으로 크게 약진을 보이는 상황. 컨스트럭터 보인트 역시 페라리를 압박할 수 있는 수준이다.



Oscar Piatri, McLaren, the first podium of his F1 career
맥라렌의 오스카 피아스트리. 생애 첫 포디움이 준우승

이번 경기는 1위부터 10위까지 예선 그리드와 결승 순위가 동일하다. 패스티스트랩은 7위를 기록한 루이스 해밀튼이 1분 14초 165로 관록을 과시했다. 내년도 레드 유니폼을 입을 것이 정해진 상황에서, 개선돼 가는 새 팀의 머신과 미래 동료 드라이버의 선전을 보며, 다시 한 번 월드 챔피언에 도전할 시기를 그리는 모양새.

 

그 외에 알파타우리의 유키 츠노다(#22)가 꾸준히 포인트 피니쉬를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마이애미부터 3연속 포인트 피니쉬를 기록했다. 승부 근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들었지만 경력이 쌓이면 레이스 운영 능력이 개선돼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잠재력을 더 깨워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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