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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주말기획]실물로 본 로터스 에메이야, 놀람과 울림 포인트

독특한 비율, 압도적 체구, 합리적 가격 그 이상의 메시지

 

지난 11월 6일, 로터스자동차코리아(이하 ‘로터스코리아’)가 브랜드의 4인승 하이퍼 전기 GT(장거리 주행용 고성능차) 에메이야(Emeya)를 공개했다. 단순히 전기 고성능차 한 대의 출시 소식으로 뭉뚱그리기엔, 이 차의 위치, 출시 시기와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많은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중 몇 가지를 추려서 고민해보았다.

 

Lotus Hyper GT Emeya
11월 9일 국내 출시와 함께 계약에 들어간 로터스 4인승 하이퍼 GT 에메이야

 

외형을 넘어선 로터스의 본질,

하이퍼 GT 에메이야

 

강남 도산대로의 로터스코리아 플래그십 전시장에서 만나 본 에메이야의 실물 덩치는 압도적이었다. 제원 상으로(전장 5,139㎜, 휠베이스 3,069㎜, 전폭 2,123㎜)이라는 수치와 프레스 이미지에 근거해 떠올린 인상은 옥택연이었는데 실물은 존 존스였다.

 

Lotus Emeya S
로터스 에메이야 S

성능이나 가격, 브랜드 가치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슈퍼카 이상의 영역인 하이퍼카(hypercar)는 거의 대부분 스포츠카를 베이스에 둔다. 그래서 세그먼트 상 비슷한 타 장르 차종에 비해, 체감되는 크기가 작으며 날렵해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에메이야는 그 일반적 특성을 벗어나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차 자체의 독특한 비율 때문이었다. 운전석을 최대한 차 중앙(전후방향 기준)에 두면서, 윈드실드의 위치를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약간 앞쪽으로 확장했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 레이아웃의 특징이다. 따라서, 로터스기 이 차를 세단이라 정의함에도 3박스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주요 브랜드의 전기 세단에서 보편적인 디자인이기도 하며 이를 통해 낮은 공기저항 계수를 낮추고 에너지 효율은 향상시킨다. 에메이야의 공기저항계수는 0.21cd에 불과하다.

 

Lotus Emeya S
로터스 에메이야 S

사실 70년 이상인 로터스의 역사를 돌아보면 ‘큰 차’와는 인연이 없었다. 때문에 에메이야는 물론 SUV인 엘레트라도 로터스에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로터스의 본질을 살리면서 전기차 시대의 대형 하이퍼카를 만드는 과제. 이를 담당한 로터스의 디자인 수장 벤 페인(Ben Payne)은 “새로운 기술과 과거에서 영감을 얻은 미학을 결합하여 이전까지 타본 적 없는 차를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포드 유럽과 애스턴 마틴 등을 거친 그는 엘레트라, 에바이야(Evija)와 함께 로터스의 전통과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Ben Payne, Lotus Design Vice President
로터스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벤 페인 디자인 부사장

그는 1950~60년대의 레이싱 머신과 온로드카의 볼륨감과 근육미를 이 초현대적 하이퍼카에 적용하고자 했다. 이러한 의도는 최대 22인치 휠을 품을 수 있는 휠 아치 위 펜더와 숄더 라인(보닛 양 끝) 근육미로 잘 나타난다. 또한 이 모습은 한 가지가 착시였음을 떠올리게 한다. 독특한 비례 때문에 크로스오버 차량처럼 보였는데, 만약 진짜 지상고가 높은 크로스오버 차량이었다면 굳이 이런 숄더 라인이 필요 없다. 그러나 이 차의 실제 최저지상고는 140㎜밖에 되지 않는다. BMW의 7 시리즈를 비롯 주요 대형 세단과 비슷한 높이다.

 

로터스 에메이야

 

지리 자본력과 CATL 배터리 기술

로터스의 럭셔리 브랜드 가치를 만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국을 넘보는 지리(Geely)는 2017년 로터스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볼보 인수에 대해서는 마치 연극처럼 대담한 메시지를 내던 리슈푸 회장이, 2017년 이전 로터스 인수에 대해 지리는 ‘사실 무근’ ‘계획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Lotus Emeya R
로터스 에메이야 R

하지만 현재 로터스는 지리홀딩스의 라인업에서 플래그십 역할을 하고 있다. 샤오미가 제자리턴을 하고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에서 포르쉐를 넘어서도, 중국 국적의 차량이 일정 이상의 브랜드력을 발휘하긴 힘들다. 200년 간 축적돼 온 자동차 산업에서의 이미지란 게 그냥 생긴 게 아니다. 통상 마케팅에서 브랜드의 등급을 논할 때, 프리미엄과 럭셔리를 나누는 기준은 브랜드가 전하려는 가치와 그 전통성 유무다. 제품의 기능과 품질의 상향 등 소비자가 원하는 기준을 높은 수준에서 만족시키는 것에 머무르는 것은 프리미엄, 거기에 어느 브랜드가 자신만의 가치를 심게 되면 럭셔리로 구분한다. 로터스는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CATL과 손잡은 지리는 전기차 플랫폼 영역에서 압도적인 존재다. 특히 이번 에메이야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초급속 DC 충전 지원을 통해 10→80% 충전 시간을 불과 14분으로 줄였다. 118kWh에 달하는 배터리 총 용량을 감안하면 71.4kWh로 웬만한 전기차의 총용량과 비슷한 수준인데 이걸 14분만에 충전하는 것이다.

 

Lotus Emeya charging port
10→80% 충전 시간은 14분이다

또한 지리 그룹은 안전은 볼보의 차대 기술력에 자본을 쏟아부어 더 강화했고, 승차감 문제는 폴스타의 폴스타 4와 폴스타 3를 통해 개선했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초고성능에 더한 브랜드 가치는 로터스의 하이퍼카 시리즈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리홀딩스의 리슈푸 회장은 다른 중국 재벌들과는 결이 약간 다른 사람이다. 굳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마윈이 있을 텐데, 둘 다 지역 출신으로 각자의 영역을 독학으로 개척했다는 점이 닮았다. 자본의 힘보다 업의 본질을 강조하는 것도 비슷하다. 더해서 시진핑 주석과는 묘하게 결이 맞지 않는다는 것까지 닮았다. 과거 중국 내 인터뷰에서 자신이 하던 가전제품 사업이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정부로 인해 어려워졌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했다가 황급히 제지당한 적도 있을 정도다. 최근 지리가 사들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품질 하락이 국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는 ‘기술 덕후’이며 각 브랜드가 가진 기술력에 자본력을 불어넣어 브랜드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인물이다. 이런 걸 보면 시진핑 집권기 ‘전랑(늑대전사)외교’가 자국 기업의 이미지에도 썩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엘레트라와 마찬가지로 에메이야의 실내는 쾌적하고 넓다. 언리얼 엔진 기반으로 하이퍼OS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된 15.1인치 HD OLED가 눈길을 끈다. 전기차의 깔끔함과 내연기관 플래그십 세단의 안락함을 동시에 잡으려 했다. 2열의 경우 전기차의 특성 상 의자 높이가 높고 바닥부가 약간 높은 특성도 있지만 넉넉한 레그룸과 더불어 전동식 조절기능(컴포트 시트 팩)까지 더해졌다. 차후 시승을 통해 그 감각을 경험하고 영상을 통해 공유할 계획이다.


Lotus Emeya interior
로터스 에메이야의 실내

 


 

합리적 가격,

소비자 마음부터 잡아라

 

국내에 출시된 로터스 에메이야는 베이스 모델과 S, R의 세 가지 등급으로 구분된다. 베이스가 1억 4,800만 원, 에메이야 S가 1억 6,990만 원, 최상위 에메이야 R이 1억 9,990만 원이다.

 

Lotus Emeya Lineup
맨 위는 에메이야 R, 아래는 에메이야 S 2대

모두 듀얼 모터를 통한 풀타임 AWD로 2단 변속기가 적용된다. 동력 성능의 경우, 베이스 모델과 S의 경우, 최고 출력은 450kW(611ps), 최대 토크 710Nm,(72.3kg∙m)를 발휘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4.15초다.

 

에메이야 R은 675kW(918ps)의 최고 출력과 985Nm(100.4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 시간은 2.78초다. 최고 속력은 250km/h에 달하며, 강려한 성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전륜에 6 피스톤, 후륜에 10 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가 적용된다.

 

2억이 되지 않는 가격은 합리적인 한편 파격적이다. 물론 절대 가격은 큰 금액이지만 비슷한 용량을 적용한 다른 차를 생각해보자. 게다가 북미 시장에서는 10만 달러부터 시작이다. 로터스코리아 측에 따르면 한국 도입 시 가격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출시된 폴스타 4도 그렇고 로터스의 경우를 생각해 봐도 지리 그룹의 차종들의 한국 시장 가격 전략은 후하다. 정치적인 빅 이벤트를 전후해 더 복잡해지는 세계 정세와 경제 현황 속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현재 지리 산하 브랜드들의 사정은 좋지 않다. 볼보 브랜드야 원래 북미 시장에서 자리잡아 온 역사가 있으나, 다른 브랜드들은 사정이 다르다. 폴스타도 북미에서 생산 중이지만 1기 걸러 집권 2기를 맞이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딴지를 걸지 모르는 상황이다.

 


Lotus Emeya R
로터스 에메이야 R

물론 중동이라는 큰 손이 있고 그곳에서 괜찮은 성과를 보여 주고 있지만, 중동이라고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정책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시장은 로터스를 포함 지리 그룹의 주요 브랜드에게 중요하다. 볼륨 자체가 절대적으로 큰 시장은 아니지만 고부가가치 소비재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장으로서의 존재감이 분명하다. 최근 높은 성장세를 경험한 고가 브랜드들의 한국 법인들은 동 브랜드의 글로벌 실적과 비교해봐도 밀릴 것이 없다.

 

에메이야는 환경부 기준, 복합 486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곧바로 시승 및 계약도 진행한다. 엘레트라와 함께 로터스의 하이퍼카가 고가 고성능차를 바라는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구축하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충분히 놀랍고, 울림을 줄 만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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