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스타펜-페레스 1-3 피니쉬…폴포지션 차지한 해밀턴 4위에 그쳐
폴 포지션은 루이스 해밀턴에게 별로 메리트가 되지 못했다. 그 스스로 인정했듯 “완전히 페르스타펜의 시대”다. 세르히오 페레스는 드라이버 교체설에 항의하듯 3위에 올랐고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에도 선정됐다. 한편 2위에 올라 흥분한 랜도 노리스는 샴페인 세리머니 도중 막스 페르스타펜의 트로피를 깨트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편 예선에서 ‘뽕빨’을 냈던 알파 로메오는 모두 포인트권 밖이었다. 닉 드 브리스를 대체한 다니엘 리카르도는 예선 그리드인 13위를 그대로 지켜 피니쉬했다. 그의 경기력은 앉은 자리가 말해주듯 큰 기대도, 실망도 없었다.
시작과 함께 리드 뺏긴 해밀턴
메르세데스 AMG의 루이스 해밀턴(#44)은 폴 포지션을 차지한 것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너무 허무하게 기대가 깨졌다. 스타팅 직후 코너에서 곧바로 막스 페르스타펜(#1)에게 추월당했고 오히려 맥라렌 듀오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맥라렌 랜도 노리스(#4)의 드라이빙 실력이 매 경기마다 일취월장하고 있는데다 오스카 피아스트리(#81)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 있었다. 9그리드에서 출발한 세르히오 페레스가 앞에 있던 차량들을 하나하나 뒤로 보내면서 42랩에 들어 해밀튼과 드디어 만나게 됐다. 타이어 관리의 달인인 페레스도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지만 해밀튼은 페레스의 다음 수를 읽으며 코너에서 그 라인을 멋지게 막아냈다. 물론 결국 포디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끊임없는 대체설,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로 갚다
이번 시즌 페르스타펜에 이어 드라이버 부문 포인트 2위를 달리고 있는 세르히오 페레스(#33)은, 말은 하지 않지만 자존심이 상해 있었을 것이다. 알파타우리의 다니엘 리카르도(#3)가 다음 번에는 페레스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 게다가 최근 몇 경기를 제외하면 꾸준히 포디움에 올랐다. 굳이 흠을 잡자면 예선에서 죽을 쑤는 정도인데 수 차례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를 점할 정도로 역전의 명수다. 페르스타펜과 그의 포인트 차이도 크지만, 3위를 기록 중인 애스턴 마틴의 페르난도 알론소와의 포인트 차이도 32포인트로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알론소가 연속으로 포디움을 점하던 시즌 초반과 달리 8~10위를 오가고 있는 상태여서 2위 자리는 생각보다 견고할 수도 있다.
이런 입장에서 시트를 잃었던 다니엘 리카르도와 비교되는 건 사실 페레스 입장에서는 스트레스일 것. 그러나 그는 실력으로 입증했다. 특히 42랩에서 추월에 실패했던 해밀턴을 제치고 60랩대에는 기어코 3위 자리를 빼앗아 유지했다. 레드불의 머신은 막스의 스타일에 맞춰져 있어 그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
“왜 그랬어” 막스 페르스타펜 트로피 깨먹은 랜도 노리스
랜도 노리스는 한 성격 하고 약간 위선적이라는 평도 있는 막스 페르스타펜과 절친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노리스가 페르스타펜에 대한 팬심을 자주 드러낸다. 주니어 시절에도 페르스타펜과 매우 사이 좋게 촬영한 사진이 자주 보인다. 특히 시즌 전반 상태가 좋지 못했던 머신이 제 할 일을 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팀 동료 피아스트리와의 시너지도 좋다.
헝가리는 도자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번 헝가리 GP의 트로피 역시 도자기 재질이었다. 문제는 샴페인 세리머니 때 노리스가 받은 샴페인 코르크가 잘 빠져나오지 않아서 포디움 모서리에 샴페인 병 바닥을 탁 친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옆에 있던 페르스타펜의 트로피가 균형을 잃고 떨어져 받침 부분이 떨어져나갔다 . 포디움의 기쁨은 누려야겠는데 페르스타펜에게는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장면이 오늘의 포토제닉.
레드불 F1 GP 12연승 신기록 견인한 새 지배자
하지만 아무러면 어떠랴. 팀의 신기록과 자신의 우승을 모두 이룬 페르스타펜에게 이는 약간의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는 깨진 트로피를 들고 단상에서 내려가면서도 시종일관 즐거워했다. 레드불은 이번 승리로 2022년부터 F1 GP 12연승을 달성하고 결국 1988년 맥라렌의 기록을 깼다. 당시 맥라렌의 파워 유닛도 혼다. 현재 레드불은 혼다와 엔진 공급계약은 아니나 기술적인 면에서 지원을 받고 있고 유니폼과 차량에 혼다 로고도 붙어 있다.
사실 예선에서 해밀턴과의 기록 차이는 0.003초 차이어서 크게 의미 있는 페이스 차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사실 최근의 메르세데스는 2026년, 기후중립연료 엔진 채용 이후의 포뮬러 원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 중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현재 시즌에서의 우승을 최우선으로 두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메르세데스의 약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조건을 떠나서, 현재의 레드불은 머신 상태나 드라이버들의 역량이나 모든 것이 정점에 있다. 결과론이지만 다른 팀의 머신 상태가 최상이었어도 레드불의 F1 그랑프리 1신기록인 12연승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페르스타펜은 아직 만 25세에 불과하다. 관록이 더 붙고 침착함까지 더 겸비하면 해밀턴의 뒤를 잇는 장기집권 챔피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레이스계의 전망. 다만 향후 어떤 팀을 만나게 되느냐가 관건이다.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 중국 송대의 학자 정이천의 말이다. 즉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큰 불행 중의 하나라는 말인데, 이는 어려서 성공하면 그 성공의 가치를 쉽게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실제 페르스타펜은 아직 인격적인 면에서 미성숙한 점을 지적받고 있다. 지난 6월 말 진행된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스타팅 시 페르스타펜은 동료 세르히오 페레스와 약간의 컨택이 있었다. 이 ㄸ팀 라디오로는 불같이 ‘죽일 놈 살릴 놈’ 화를 내다가, 자신의 우승으로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세상 대인배인 척하는 모습으로, 많은 팬들에게 역겹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물론 포뮬러 원 드라이버들이 한 성격 하는 것은 사실이고 팀 내에서도 경쟁이 심하지만 그의 행동은 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세르히오 페레스 역시 포스 인디아 시절 동료였던 오콘에게 똑같이 행동하며 선배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생사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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