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충전 선도기업 스토어닷과 손잡고 전기 그랜드 투어러의 시대 앞당겨
전기차 시장은 다소 주춤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결국 향후 모빌리티의 대세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는 ‘J’커브의 낮은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현재 전기차를 향한 관심이 다소 멈칫한 배경에는 역시 충전 시의 제약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제약은 크게 시간과 안전이다. 아무리 해도 기본 20~30분을 써야 하는 충전은 고성능차가 줄 수 있는 시간적 이점을 깎아먹고, 급속 충전 시 발열은 화재 발생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하지만 이는 한계라기보다 기술로 넘어서야 하는 과제에 가깝다. 물러설 생각이 없는 폴스타가 이 과제에서 큰 한 걸음을 선보였다. 이스라엘에 기반을 둔 초고속 충전기술 기업인 스토어닷(StoreDot)과 손잡은 폴스타는 초고속 충전(XFC, Extremely Fast Charging) 시스템을 통해, 폴스타의 4도어 GT인 폴스타 5 프로토타입의10~80% 충전 ‘10분 컷’에 성공했다. 안전 성능의 입증은 덤이다.
스토어닷 XFC 장착 폴스타 5 프로토타입
10분 충전에 320km?
지난 4월 초, 스웨덴 예테보리.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폴스타 5 프로토타입(Polestar 5)에 장착된 77kWh 배터리의 10~80% 충전을 10분 만에 끝내는 실험에 성공했다. 스토어닷 측의 자료를 보면 66%까지 가는 데는 8분.
이번 실험을 위해 특별 제작된 실리콘 기반 셀의 배터리 팩은 향후 최소 100kWh까지 늘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10분 충전으로 200마일 즉 320km 주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내연기관차 운전자들의 경험에 근접할 수 있도록, 5분에 50~80% 충전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화제가 된 것은 일정한 전력과 충전 속도다. 310kW에서 시작해 370kW를 초과하는 최고 수치까지 일정한 속도를 보였다. 세계 최초의 기록. 전압도 750V 이상을 기록했다. 참고로 양산차 기준으로는 현대차∙기아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들이 10~80% 충전을 18분대에 마칠 수 있는데 이를 8분 정도 단축한 기록이다.
발열 잡은 비결,
실리콘 기반 셀 배터리 모듈
최근 2년 사이, 전기차와 2차 전지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소재는 실리콘이다. 실리콘의 장점은 우수한 온도 특성.
폴스타 5의 성공적이고도 안정적인 초고속 충전 실험에서 크게 기여한 것은 실리콘 기반 배터리 모듈이다. 스토어닷이 공개한 실험 영상을 보면 별도의 냉각 시스템 없이도 실험 중 온도에 있어서의 안전 마진이 넉넉함을 알 수 있다.
기존 그라파이트(흑연) 양극재를 가진 배터리였다면 벌써 열 한계치에 다다랐을 가혹 실험이었다. 기존 양극재(anode)의 탄소 원자는 6개가 모여야 리튬 이온 1개를 잡아 놓을 수 있는 데 비해 규소(Si) 원자는 1개 당 리튬 이온 4개를 잡아놓을 수 있다. 덕분에 실리콘 양극재 배터리는 이론상 그라파이트 양극재에 비해 10배 이상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350kw 이상의 고출력 충전기가 늘어나는 환경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또한 냉각 시스템이 차지하는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전기차의 경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 사용된 실리콘 배터리 모듈은 높은 재활용성과 내구성까지 갖췄다.
안전한 고속 충전이 바꿀 미래
빠르고 안전한 충전은 당연히 전기차가 맞이한 ‘J커브’의 낮은 굴곡을 힘있게 탈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초고속 충전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는 생각보다 복합적이다.
예컨대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자동차 테스트다. 현재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테스트하는 데 있어 충전 시간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전 시간으로 인해 테스트드라이버 연구원들이 스케줄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폴스타와 스토어닷이 보여 준 정도의 초고속 충전 기술이 스테이션 단위로 보급된다면 자연스럽게 공동 주택 내 충전 공간을 확장할 이유도 없어진다. 예테보리의 솔루션이 한국의 특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힌트가 될 수도 있는 것.
무엇보다 열 관리가 잘 되는 초고속 충전은 화재 위험을 낮춘다. 이는 사회적 비용의 저감과 연관된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화재는 진압이 어렵고 화재 시 화염 온도가 높아 다른 차량이나 건물 구조물 등에도 열 열화(degradation)의 원인을 제공한다. 화재의 확률을 낮출 수 있다면 이러한 사회적 손실을 낮출 수 있다. 참고로 국내에 출시된 폴스타 2의 경우는 2022년, 국내에서 전손 처리 수준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한 건도 화재로 연결되지 않아 ‘화제’를 모았다. 충격 후 급가속 등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고 운전자의 부상도 경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비싼 재화 ‘시간’의 가치에 집중
진정한 전기 GT의 시대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럭셔리한 재화 중 하나입니다.” 폴스타의 토마스 잉엔라트 CEO의 메시지다. 실제로 프리미엄 자동차 수요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으도 시간의 가치다.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의 속박을 벗어나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이들이다. 이에 방해가 되는 것은 프리미엄의 가치를 누릴 수 없다. 내연기관차의 시대에 고성능이 프리미엄의 가치와 호환됐던 것도 이런 이유다.
도론 마이어스도르프 스토어닷 CEO 역시 “시간적 자유가 보장되는, 편리한 장거리 이동”을 말한다. 이번에 성공적으로 시연한 초고속 충전이야말로 폴스타의 후속 모델들이 지향하는 전기 그랜드 투어러의 필연적 조건이다. 중요한 것은 이 조건이 실험실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차인 폴스타 5 프로토타입을 통해 증명됐다는 것이다.
한편 폴스타는 2022년, 폴스타 2의 출시를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런칭해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또한 폴스타의 프리미엄 쿠페 SUV 폴스타 4는 오는 6월 국내 공개 후 10월 고객 인도 예정이며, 2025년부터는 부산 공장에서도 생산할 계획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