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내연기관의 즐거움, 그런데 동력 성능은 살짝 아쉬워?
전동화 고성능차의 홍수 속에서도 AMG GT는 V8 엔진을 지켰다.이 엔진의 장점은 저회전대에서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고회전대에서 우렁찬 하드 락 트윈기타 사운드처럼 뿜어져 나오는 배기음이다. 이런 것 없이 ‘직빨’ 하나로 세상을 평정한 듯한 전기차가 싫었던 이들에게 AMG GT 쿠페 2세대는 선물이다.
V8 머신의 순수, AMG GT만이 줄수 있는 즐거움
2세대 AMG GT 쿠페의 4.0리터(3,982cc) V8 엔진은 63 4매틱+와 55 4매틱으로 나뉜다. 최고 출력은 585ps(5,500~6,500rpm)와 476ps(회전수 동일)다. 최대 토크는 81.6kg∙m(2,500~5,000rpm)와 71.4kg∙m(2,250~4,500rpm). 지난 세대 AMG GT 쿠페 라인업 중 가장 트랙 지향성이 강했더 R과 출력이 동일하다. 최대토크의 경우, 2세대 55 4매틱의 최대토크가 GT R과 동일했다.
63의 경우 최대 토크의 범위가 위쪽으로 500rpm 확장됐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속 코너에서 가속과 재가속을 더욱 격렬하게 구현할 수 있는 제원이다. 이쯤 되면 차가 아니라 운전자가 이 토크를 잘 제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 그나마 변속기가 9단 자동변속기라, 상대적으로 제어가 부드러울 것으로 기대된다.
애매한 43이나 53은 라인업에서 빠져 있고 55를 넣은 건 신의 한 수다. 물론 AMG SL처럼 하위 라인업이 확장된 사례도 있지만 AMG GT는 성격이 다르다. 물론 새로운 AMG C63 SE는 2.0리터 엔진과 전동화 기술의 조화로 680ps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지만 그건 AMG. GT의 길이 아니다. 순수한 내연기관의 힘만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AMG GT라고, 2세대 GT는 전한다.
63 4매틱+의 경우 0→100km/h 가속 시간이 3.2초, 55 4매틱의 경우 3.9초다. AMG GT 쿠페의 반값짜리 전기차들도 낼 수 있는 수치다. 물론 최고 속력이 315km/h, 290km/h로, 최고속은 내연기관차들이 앞서지만 이 역시 전기차들이 곧 따라잡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세대 AMG GT 쿠페가 전동화의 유혹을 과감히 버리고 순수한 엔진의 힘으로 승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좌우 뱅크에 들어가는 터보차저는 낮은 RPM과 높은 RPM 모두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트윈 스크롤 방식을 택했다. 트윈 스크롤은 터빈 주위로 배기가스가 지나가는 관에 면적이 다른 두 개의 통로를 만들고 배기가스의 유속이 느릴 때는 좁은 구멍으로 통과하게 해 토크가 전 영역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이로 인한 터보 래그(지연) 현상은 최소화하고 있으며 특히 AMG 급의 차들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다. 강한 토크에도 부드러운 동력 전개 특성을 갖고 있는 V8의 구조적 특성 덕분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메르세데스 AMG를 비롯해 주요 스포츠카 제조사들이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기후중립 연료다. 대기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수소 등을 결합해 인위적으로 탄화수소 즉 석유를 결합하는 것. 이미 실험은 성공했고 이를 양산하는 일만 남았다. 포뮬러 원은 2026년부터 이 기후중립연료를 활용한 파워트레인으로 경기를 진행하겠다고 각 팀에 밝혔다.
더 상위 트림이 나오지 않을까? 지난 세대 블랙에디션이 힌트?
그러나 아무리 전기차들과의 무의미한 동력 수치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585ps라는 출력은 다소 겸손하다. 물론 쿠페는 섀시의 특성상 출력이 너무 높을 경우 어지간한 운전자들의 역량으로는 제어하기 힘들다. AMG GT 4도어의 경우 최고 출력 640ps에 달하고 최대 토크도 91kg∙m에 달하지만 세단 섀시에 4륜 구동이라는 세팅이 크다. 이걸 일반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려면 엄청나게 복잡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이 차의 가격은 페라리에 근접할 것이다.
물론 2세대 AMG GT의 경우 4매틱이라는 트림명처럼 4륜 구동이 기본 적용된다. 후륜 구동과 4륜 구동의 정교한 전환이 가능한 통합형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여기에 리어 액슬 스티어링(후륜 조향) 기술도 적용됐다. 최대 작용각도는 2.5° 선회 능력에 영향을 주는 브레이크는 전륜 390㎜ 직경의 로터와 6피스톤 알루미늄 캘리퍼가 적용되며, 후륜에는 360㎜ 컴포짓 브레이크 디스크에 1피스톤 알루미늄 플로팅 캘리퍼가 적용된다. 스티어링 휠은 전자식으로 정교하게 제어된다.
그러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 이상의 성능을 원하는 고객이 있을 것이다. 2세대의 AMG GT 쿠페를 구입하면서 600ps도 안 된다는 수치에 납득하지 않을 부자 고객들 말이다. 전 세대의 블랙 에디션은 그래서 하나의 힌트다. 블랙 에디션의 경우 최고 출력 730ps에 달했다. 새로운 세대에 AMG 73이 추가되리라는 ‘카더라’가 계속 나왔던 이유다.
4도어에는 실제로 73 뱃지가 나왔다. 2021년 등장한 73e 4M+다. 최고 출력이 800ps에 달하는 차였다. 역시 쿠페에 적용되기에는 어려운 사양이지만, 2세대 GT에도 R 등의 고성능 트림이 추가된다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거듭 AMG GT는 동력 수치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차는 아니다.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뮬러 원과 DTM(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에서 느낄 수 있는 종합적인 컨트롤 성능 등을 공도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으로 태어난 차다. 모터스포츠 디비전으로서의 AMG가 차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직 2세대 AMG GT는 겨우 첫 공개를 마쳤다. 앞으로 ‘S’든 ‘R’이든 다른 네이밍이 붙으면서 점점 압도적인 면모를 하나씩 봉인해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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