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2025]현대차, ‘드리프트 킹’과 협업 아이오닉 5 N DK 에디션
- 한명륜 기자
- 1월 11일
- 3분 분량
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치바 마쿠하리 메쎄에서 공개…한국에 대한 호감 밑바탕 역할
TAS 2025 현대차 아이오닉 츠치야 케이이치

“무슨 일로 오셨어요? 그
냥 놀러 온 게 아닌 거 같긴 한데.” 하긴 한국 여행객들은 밝은 색 옷을 입는다는데 내가 그런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있긴 했다.
“도쿄오토살롱 취재 왔어요. 숙소가 치바인데 소부선(도쿄역에서 보소 반도로 가는 전철 노선) 타려고요.”
기사가 흘깃 뒤를 보더니 더욱 반가운 표정을 하며 말을 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고작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참 수다스러웠던 중년의 남자들이었다.
“나도 젊었을 땐 종종 갔었지. 요즘은 별로 볼 건 없어. 오히려 한국 차가 좋아 보이더라고.”
“예? 한국 차를 어디서 보셨어요?”
“어이 그럼, 아이오닉 5. 전기차. 해치백처럼 생겼는데 엄청 크더라고. 휠 구경이 대단하더구만.”
현대차는 2022년에 아이오닉 5를 일본에 시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해 판매량은 고작 50여 대에 그쳤다. 시험 판매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기에는 너무 미미한 대수였다.
“판매 대수는 적을지 모르지만 전시장은 비교적 눈에 잘 띄는데 있더라고. 그리고 요즘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아니 좋은 느낌이랄까? 사이 좋은 친척 같으니까.”
그 1년 뒤, 도쿄오토살롱 2024에는 아이오닉 5 N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도쿄오토살롱 2025(TAS2025)에는 츠치야 케이이치와 협업한 아이오닉 5 N DK 에디션이 전시되기에 이른다. 츠치야 케이이치는 드리프트 킹(Drift King)이라는별명을 갖고 있는 전설적 레이서다. 일본 투어링카 시리지, 유럽의 르망, 북미의 나스카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활동했다. 제조사도 혼다, 맥라렌, 토요타 등을 두루 거쳤다. 만 68세. 토요타 아키오 회장과 동갑이다. 1월 30일생이라 한국이라면 빠른 생년이 적용돼 ‘형’이 될 뻔했다.

그의 이름과 가장 많이 결부되는 차는 아무래도 <이니셜 D>의 주인공인 토요타 AE86 트레노(Trueno)다. 그런데 그런 그가 현대 아이오닉과 인연을 맺었다. 는 2024년 현대 N 월드와이드 유튜브 채널 아이오닉 5 N으로 서킷을 주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운전할 때는 1,800~1,900kg 정도 되는 차의 움직임인가 했는데 실제로 2,200kg이 넘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정말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물론 돈 받고 촬여하는데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진심도 섞여 있다는 생각이 들 만한 주행이었다.
이 만남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게 되는 것이 바로 이번 도쿄오토살롱에서 전시되는 아이오닉 5 N DK 에디션이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가 2009년 철수했다. 현지화 실패가 원인으로 꼽혔다. 2022년에 일본에 재진출하며 선보인 아이오닉 5 N도 현지화를 노린 차량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일부를 제외하고 일본인들은 여전히 주행 거리가 긴 고성능 전기차에 큰 관심이 없다. 여전히 혼다 N 박스, 닛산 마치 등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2001~2009년의 현대차와 지금이 다른 이유는 현지화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현대차가 가장 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선택할 사람만 선택하게 하는 준 프리미엄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의 ‘차쟁이’들이 사랑하는 츠치야 케이이치의 힘을 빌린 것이다. 아이오닉 5 N DK 에디션은 항공기 날개 소재인 알루미늄 합금 두랄루민을 정밀 가공해 제작한 6피스톤 모노블럭 브레이크 캘리퍼, 기존 아이오닉 5 N보다도 54%나 넓은 면적의 브레이크 패드를 적용했다. 여기에 과 타이어 안착면에 특수한 톱니 가공 구조가 적용돼 고속 주행 중 마찰력을 강화한 21인치 경량 단조 휠, 서스펜션 로워링 스프링 등 전용 부품을 적용했다. 이러한 셋업에 츠치야 케이이치가 직접 참여했다.
현대차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번 도쿄오토살롱을 계기로, 현대차의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은 한번 더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업이 엄청나게 대단해서라거나, 현대차의 준비가 정말로 치밀해서만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 일본인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심지어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한국을 바라보는 외신의 시선이 뒤숭숭했을 때조차, 한국에 와 있던 일본인 인플루언서들은 앞다퉈 ‘한국은 안전하고 여전히 즐길 거리가 많다’는 취지의 컨텐츠들을 자발적으로 올렸다. 2023년 택시에서 느꼈던 친절은 단지 관광객에 대한 택시 기사의 예우만은 아니게 느껴진 이유다.. 해당 국가와 국민에 대한 호감도가 어느 정도 전제돼야 기업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커진다.

이게 단지 위대한 K팝의 후광이기만 할까? 1도 아니라고 부정은 할 수 없다. 정서적 호감은 문화 컨텐츠의 소비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근본적을 일본인들 상당수가 한국에서 겪은 긍정적 경험이 씨앗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런 경험들은 현대차가 일본에서 다시 한 번 전략적 행보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츠치야 케이이치가 아니라 누가 이 일을 맡았더라도 긍정적 예후를 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아이오닉 5 N이 일본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차는 원래 한국에서도 많은 판매량을 가지는 차라기보다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는 헤일로카에 가깝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 N 및 DK 에디션에 대해 거는 기대도 본질적으로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제고 노력이다. 그렇게 ‘빌드업’이 된 다음에 공격적인 판매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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