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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내 출근길 교통체증이 최악은 아니라는 증거

2023년 정체가 가장 심한 도시 워스트 8

 

‘월요팅’입니다. 모두 출근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서울에서, 인천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우리는 모두 출근 전투에서 이겼습니다. 자차로 출근하신 분들 더욱 박수보냅니다. 출근길 정체에 벌써 에너지를 10%쯤 깎인 채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의 불행에 대한 가장 확실한 위로는 남의 불행을 보는 것이라 했던가요? 우리보다 더 ‘빡치는’ 출근길로 유명한 세계 주요 8개 도시의 2023년 10km 주행 평균 시간을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이 데이터는 글로벌 리서치 기업 스태티스타(www.statista.com)가 GPS 제조사 탐탐 트래픽 인덱스(https://www-preprod.tomtom.com/traffic-index/ranking/)를 기반으로 작성한 결과를 참고했습니다.

 

 

1위. 영국 런던 37분 20초(전년 대비 1분+)

 

영국 런던에 가 본 적은 없지만 런던의 교통 정체는 유명합니다. 10km 주행 시 37분 20초가 걸리고 전년대비 1분이 늘어났습니다. 10km라면 강남 교보타워에서 딱 서울시청까지의 거리니까 대환장 파티입니다. 오죽하면 런던 시민들이 연간 156 시간을 길에서 버린다는 분석 자료도 있을 정도입니다. 일단 인구에 비해 좁은 도로가 원인이라고 하죠. 대부분 1, 2차로이고 차로 폭도 좁습니다. 한국이 도보와 우마(牛馬)가 전부였던 조선시대 말기를 느릿느릿 통과할 동안 전철이 쌩쌩 달렸던 나라인데 격세지감입니다. 대신 런던은 2층 버스와 자전거 고속도로 등을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유학생이나 현지 주재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Heavy Traffic in London
런던의 교통체증은 전설 (이미지 출처 Envato Elements)

 

 

2위 아일랜드 더블린 29분 30초(1분+)

 

세계적 격투기 스타 코너 맥그리거의 고향이자, 영문과 출신들이라면 학을 뗄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집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의 배경인 아일랜드 더블린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지만 런던에 비해 무려 8분 가까이 덜 밀리네요. 아일랜드는 199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인구도 급속히 늘어났습니다. 특히 2000년대에는 비아그라로 유명한 화지아를 비롯 글로벌 제약사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 때 부가 집중된 더블린 지역의 자동차 증가 추세는 도로 인프라를 급격히 추월했습니다. 더블린 역시 영국처럼 도로 인프라 자체가 낙후돼 정체가 심하며, 트램 등의 대중교통이 그나마 이를 완화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Ireland Dublin
아일랜드 더블린 (이미지 출처 Envato Elements)

 

3위 캐나다 토론토 29분(50초+)

 

토론토는 탑 10내 유일한 북미 도시입니다. 현지에 가 있는 한인들이나 미주 한국 언론 등에 의하면, 의외로 선진국답지 않게 얌체 주차가 많고 이로 인해 다운타운 내에서의 통행이 어렵다고 하네요. 급격히 늘어난 차량에다 자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낙후된 대중교통 등이 정체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다만 토론토를 제외하고 가장 순위가 높은 도시는 32위의 밴쿠버, 그 다음이 93위의 위니펙으로 전체적으로 교통 체증 지수는 덜한 편입니다. 또한 토론토도 상위권에 오른 국가들 중 연간 러시아워에 쏟는 시간이 98 시간으로 가장 짧습니다.

 

Toronto Canada
캐나다 토론토 (이미지 출처 Envato Elements)

 

4위 이탈리아 밀라노 28분 50초(20초+)

 

이탈리아 하면 고풍스런 구도심 풍경을 생각하지만 밀라노는 예외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첨단을 달리는 도시 중 하나죠. 특히 밀라노 중심부의 패션 지구의 정체는 살인적이라고 합니다. 오래 된 차가 많다 보니 공기 질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밀라노는 2024년 상반기에 이런 오명을 조금 벗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10월,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밀라노 중심 지구를 개인 차량 통행 금지 구역으로 정한다고 밝혔습니다.

 


Milan, Italy
이탈리아 밀라노. 포뮬러원 카의 쇼런은 그냥 꿈이다

 

5위 페루 리마 28분 30초(1분 20초)

 

중남미의 매력적인 도시이자 페루의 수도 리마도 만만찮은 정체를 자랑합니다. 전년도 대비 정체 시간증가 역시 상위권 다른 도시 대비 가장 큽니다. 리마 시의 인구는 900만 명이 넘는데, 정체의 이유는 다른 도시들과 비슷합니다. 차량의 증가세를 도로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 이유죠. 2023년 리마 시 대표단은 서울시와의 면담을 통해 스마트 교통정책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한 바 있습니다. 다만 서울시의 교통 정책이 막대한 데이터 수집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데 아직 페루 리마는 그러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당장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Lima, Peru
페루의 리마. 이렇게 한산한 적은 드물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Envato Elements)

 

6위 인도 벵갈루루 28분 10초(1분-)

 

인도를 이야기할 때 북부는 정치, 남부는 경제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남부 경제력의 ‘대장’이라 할 수 있는 도시가 까르나따까 주의 벵갈루루입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라고도 불리는 벵갈루루는 인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도 꼽히고 생활편의 지수도 최고로 꼽히지만 교통 체증은 극심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 경제력이 집중된 도시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강남의 교통 정체가 심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나마도 전년 대비 1분 줄어들었네요.

 


7위. 인도 푸네 28분 27분 50초(30초+)

 

마하라슈뜨라 주의 주도이자 인도 서부 최대의 경제 도시 푸네(Pune)가 벵갈루루의 뒤를 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인도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 중 생활 편의 지수, 살기 좋은 도시 평가에서도 벵갈루루 바로 다음으로 꼽히는 도시가 푸네라고 합니다. 다국적기업들의 생산 거점이 많이 들어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주변 가난한 주와 도시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됐는데 그러다 보니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Pune, India
서인도 경제 중심지 푸네

 

8.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27분 40초(20초+)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영어식 부카레스트)는 인구가 188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정체가 심한 도시입니다.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도심의 모습 덕분에 ‘발칸 반도의 파리’라는 별명도 있는데, 이러다 보니 관광객들로 인한 정체 현상이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지하철 5호선이 개통됐고 2026년 이후에는 6호선도 개통될 예정이어서 답답한 교통 흐름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그 외 아시아 국가 출근길 교통체증

 

서울이 왜 없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실 서울은 간선도로와 시내도로를 절묘하게 연결하고 우회도로, 지하도로를 잘 활용한 전략 덕분에 교통량에 대한 소화 능력이 좋습니다. 다만 이 한국의 데이터가 아얘 누락됐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서울 양재 IC 인근이나 부산의 연산교차로 등을 생각하면 분명히 정체가 심한데 말이죠.

 

의외로 일본도 출근길 교통체증이 심합니다. 일본 홋카이도의 중심 도시 삿포로, 아이치현 최대 도시 나고야가 아시아 기준 10위 안에 모두 있습니다. 삿포로의 경우는 대중 교통 수단 자체가 많지 않은 까닭이 크고, 나고야는 인구 자체가 일본에서 네번째로 많습니다.

 

한편 10km 거리를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곳은 미국의 오클라호마 주 오클라호마 시티로 8분 40초 만에 주행 가능합니다. 평균 속력이 61km/h이니 그냥 도시 전체가 간선도로 수준이네요.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의 타란토가 10분 20초, 아시아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디나가 11분 10초입니다. 중남미에서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가 13분 10초이고,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 월롱공이 11분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가 13분 30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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