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노미네이트된 차만 4종, 혼다 어코드 연속 세대 수상은 실패
북미 시간으로 1월 4일, 2024년 ‘북미 올해의 차(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 이하 ‘NACOTY’) 선정위원회는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PHEV), 기아 EV9, 포드 F 시리즈 슈퍼 듀티가 2024년 부문별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자동차들은 승용차, 유틸리티, 픽업트럭 각 부문에서 3대의 최종 후보 중에서 선정된 차량들로, 막상막하의 경쟁 속에 선정됐다.
NACOTY는 자동차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며, 매년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 국제 오토쇼(NAIAS)와 함께 발표됐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북미오토쇼가 9월로 일정을 옮기면서, 북미오토쇼에서는 25대의 1차 후보를, 11월 LA 오토쇼에서 최종 9대의 최종 후보를 발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선 승용차 부문은 토요타 5세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프리우스 프라임이 선정됐다. 프리우스는 2001년과 2004년에 각각 1세대와 2세대로 NACOTY에 선정됐는데, 마지막 수상 이후 20년만의 성과다. 최종 후보의 경쟁자는 혼다의 11세대 어코드와 현대 아이오닉 6. 어코드는 10세대 차량으로 이를 수상했지만 연속 수상엔 실패했다.
배터리 완충을 통해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는 트림에 따라 최대 39~44마일(62.8~70km)에 달한다. EPA 기준 복합 연비는 48~52mpg(20.4~21km/L) 수준. 심사위원인 ‘카 앤 드라이버(Car and Driver)’의 존 볼커(John Voelcker)는 “전 세대를 자연스럽게 계승하는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그리고 압도적인 효율로 모든 소비자군에게 어필한다”라며 호평했다.
전 세대의 모노폼 디자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도 TNGA 플랫폼을 통해 운전의 재미를 추가한 5세대 프리우스는, 동력 성능의 강화를 통해 보다 젊은 세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프리우스 프라임은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13.6kWh 배터리의 결합을 통해 최고 출력 220hp를 발휘하며 날카로운 조향 감각을 자랑한다.
유틸리티 부문에서는 현대기아의 집안 잔치였다.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V70, 현대 코나/코나EV와의 경쟁을 제치고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차 EV9이 선정됐다. 기아는 2020년 텔루라이드, 2023년 EV6 등에 이어서 수상하며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오토라인(Autoline)’의 존 맥일로이(John McElroy)는 “기아 EV9은 전세계 주요 대형 마켓에서 매우 위협적이 존재”라며 “압도적인 디자인과 테크놀로지를 갖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서의 레시피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기아 EV9은 6월 북미에 출시된 이후, 8월에 전량 리콜을 단행하는 등 다소 위기를 겪기도 했다. 후륜 모터 제어 소프트웨어의 제작 결함으로 주행 중 구동력이 끊기고 도로에 서는 등의 위험이 보고돼 전량 무상 수리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주행 중 변속단이 중립에 고정된 후 멈춰서고 시동을 끌 수도 없는 문제가 보고되기도 했다.
EV9은 롱레인지 후륜 구동의 경우 북미 기준으로 304마일(489km)를 주행하며 2,319리터의 적재 공간을 자랑한다. 북미 판매 시작 가격은 5만 4,900달러(한화 약 7,200만 원)부터다. 테슬라 모델 Y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상대적으로 넉넉한 공간으로 패밀리카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어필한다.
올해의 트럭에는 포드의 슈퍼 듀티 트럭이 선정됐다. 강력한 경쟁자인 쉐보레 콜로라도와 실버라도 EV의 협공을 막아내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슈퍼 듀티 트럭은 6.7리터 V8 싱글 터보, 6.8리터 V8 자연흡기, 7.3리터 V8 자연흡기 6.7리터 디젤 등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또한 상용 차량으로 세제 혜택도 크다는 장점이 있다.
북미 헤비 듀티 트럭 보유자의 96%는 토잉 기능을 중시하는데 포드 슈퍼 듀티 차량은 동급 최대인 최대 4만 파운드(약 18톤)의 견인력을 자랑한다. 적재 가능 중량은 8,000 파운드(약 3.6톤)에 달한다.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의 마크 펠란 기자는 “포드 슈퍼 듀티는 워크 호스(work horse, 일꾼)이면서 쇼 호스(show horse)라는 컨셉트에 충실히 부합하는 차”라며 강력한 견인 및 적재 성능과 안락한 승차감을 모두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노조 파업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본 제조사 중 하나인 포드지만 판매 실적 자체는 우수하다. 2023년 4분기에는 2만 5,97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고 이는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의 기록이다. 아직 전기차의 우수한 실적이 흑자로 전환되기에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처럼 기존 내연기관 차량들도 선전하면서 리스크를 보완해가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한편 2024년 미국 자동차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시장조사기업 에드먼즈(edmunds.com)은 2023년 판매량인 1,550만 대를 아주 조금 넘어서는 1,570만 대 정도의 차량만을 판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하긴 했지만 확실하게 발표가 날 때까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동화 전환 중인 각 제조사들의 수익성 악화도 단번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 주자들의 정책 향방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 분야인만큼 강력한 판매 드라이브를 걸기보다는 관망세로 한 해를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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