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재팬 모빌리티쇼 마쯔다 컨셉트카
스포츠카는 반드시 비싸고 배기량이 커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바꾼 것이 바로 로터리 엔진을 얹은 마쯔다의 차들이었다. 작은 배기량에도 큰 토크를 발휘하고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지만, 골질적 내구성 문제는 환경 영향을 줄여야 하는 자동차 개발의 추세 속에서 도태의 원인이 됐다.
그런 로터리 엔진이 EV와 함께 돌아왔다. 컴팩트하고 재미있는 스포츠카의 열정에 친환경성이라는 키워드까지 장악한 새로운 머신 ‘아이코닉 SP(ICONIC SP)’가 2023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됐다. 로터리 엔진 기반 EV 스포츠카를 실현하겠다던 2018년 무렵의 ‘떡밥’을 완벽하게 회수한 것이다.
50:50 완벽한 무게 배분
인마일체(人馬一體) 마쯔다 아이코닉 SP
스포츠카에서 방점을 ‘스포츠’에 찍은 것이 마쯔다의 1980~90년대 경량 로드스터들이다. 작은 차에 낮은 무게 중심, 불필요한 관성력의 억제 등을 구현한 것은 바로 절묘한 섀시의 무게 배분. 1.3리터 내외의 적은 배기량이지만 강한 토크를 자랑하는 로터리 엔진은 이런 이상을 실현시켰다.
마하시로 모로 마쯔다 CEO는 “아이코닉 SP는 날렵한 보닛과 유일무이한 비율, 이상적인 무게 배분으로 인마일체(人馬一體, 사람과 차의 일체감)의 펀 투 드라이브 구현한 자동차”라며 이 차를 간략히 정의했다. 그는 이 디자인의 그 근간은 지난 세월 마쯔다가 닦아 온 경량 로드스터 디자인에 그 원류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차의 전장은 4,180㎜, 전장 2,590㎜다. MX-5보다 약 20cm 정도가 길다. 전폭은 1,850㎜인데 전고가 1,150㎜에 불과할 정도로 차체가 낮다. 게다가 전면으로 갈수록 보닛이 매끄럽게 흐르고 헤드라이트조차 히든 타입이다. 땅에 엎드린 정도를 넘어서 아예 붙을 기세다.
인테리어는 간결하고 직관성이 우수한 디자인이다. 말 그대로 차량과 사람의 일체감에 초점을 맞춘 레이아웃. 가운데 혼에 ‘MAZDA’ 레터링이 들어간 D컷 스티어링휠과 넓은 폭의 패들쉬프트, 센터콘솔에 최소화, 일체화된 조작계가 차의 성향을 말한다. 취향에 따라서는 조금 심심해 보일 수도 있다. 시트 및 인테리어 소재로는 100% 플랙스파이버(flax fiber, 아마 섬유) 기반의 바이오머티리얼(biomaterial)을 채용했다.
도어는 버터플라이 타입이다. 콘셉트카의 성향이 드러난 부분인데 양산형에는 반영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마쯔다에 그만한 돈이 있을 리가.
2로터 로터리 EV 시스템
탄소중립 연료도 소화 가능
마쯔다는 로터리 엔진 기반 전동화 차종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소형 SUV MX-30에 탑재된e-스카이액티브 R-EV도 로터리 엔진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출시됐고 적어도 성능과 시스템 안정성 면에 있어서는 호평을 얻고 있다.
2로터 로터리 엔진은 동력원의 역할과 발전기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러니까 이 시스템은 어찌 보면 엔진이 달린 레인지 익스텐더(주행거리 연장) 전기차의 개념을 계승한 있는 셈이다. 배터리 크기를 키워 주행거리를 연장하는 방식이다.
말이 쉽지 구조적 특성상 로터리 엔진과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연결하는 건 여러 가지 기술적 난점이 있다. 일반적인 오토 사이클 엔진의 경우는 변속기나 크랭크축에 로터를 연결하면 되지만, 로터리 엔진의 경우는 기계적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걸 해낸 건 대단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의 내구 품질을 발휘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2로터 로터리 엔진은 가솔린만이 아니라 최근 연구되고 있는 탄소중립 연료(carbon neutral fuel)의 사용도 가능하다. 기후중립 연료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 수소 등을 통해 합성한 인공 석유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포르쉐와 엑손 모바일이 협력해서 생산에 들어가 있는 단계이며, 마쯔다의 지분을 상당수 갖고 있는 토요타도 탄소중립 연료를 사용하는 파워트레인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엔진을 사용하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기후중립 연료는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이 더 늘어나는 것을 재활용으로 억제한다는 발상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존 내연기관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자동차 업계와 정유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부분도 있다.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리튬과 같은 희토류의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들고, 또한 희토류 생산 과정도 완전히 친환경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시스템의 총 합산 출력은 370ps다. 3.0리터급 가솔린 터보 엔진에 달한다. 퍼포먼스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스포츠카다. 그러나 동시에 쇼핑이나 도심 구간에서는 거의 전기로만 주행하므로, 도시 지역의 대기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컨셉트카이긴 하지만 거의 양산에 가까운 제원인만큼,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늦어도 2025년 전에는 이 차가 공식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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