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급 드라이버 연쇄이동 예고, 2026년 머신 대변혁과의 상관관계는
모터스포츠를 몰라도 포뮬러원은 알고, 포뮬러원을 몰라도 루이스 해밀턴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2010년대 이후 포뮬러원을 지배했던 남자, 메르세데스의 상징이었던 루이스 해밀턴이 메르세데스를 떠나 2025년부터 페라리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 팀에서 월드 챔피언 7회라는 위업을 이룬 루이스 해밀턴이 2025년 스쿠데리아 페라리 포뮬러원으로 이적하는 속사정은 무엇이며, 그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지, 업계의 전망과 분석을 살펴봤다.
왜 루이스 해밀턴은 페라리 포뮬러원과 손잡았나
어쩌면 그다운 결정
2012년 루이스 해밀턴이 메르세데스와 3년 계약을 체결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메르세데스는 협업 팀을 통해 띄엄띄엄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가져가긴 했지만 긍강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루이스 해밀턴 합류 후에도 제바스티안 페텔의 르노 레드불 왕조에 밀리고 있었다. 그러나 본능과 감각을 승부욕의 연료로 삼던 루이스 해밀턴이 로즈베르크와 시너지를 이루며 각성한 2014년부터 우리가 아는 그 메르세데스가 됐다. 메르세데스는 긴 호흡으로 새로운 왕조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게 해밀턴의 본격 전성기의 시작과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포뮬러원 측은 이러한 전력에 비춰, 39세의 나이에 새 팀으로 가게 될 해밀턴의 선택이 무모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잘 나갈 듯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는 페라리 머신의 모습은 사실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단계라고 보는 시각도 많으며 루이스 해밀턴 역시 그 중 한 명일 것이라는 추론이다.
또한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수장인 프레데릭 바수르(Frederic Vasseur)는 루이스 해밀턴의 주니어 시절 보스였다는 인연도 있다. 포뮬러원에서 수장과 드라이버의 합이 중요하다는 것은 바로 해밀턴과 토토 볼프가 입증한 바이기도 하다.
포인트 낮지만 임팩트 컸던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
그 행보는?
포뮬러원은 엄연히 스포츠지만 편애와 몰아주기가 공공연한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통상 팀당 두 명의 드라이버 중 보다 성적이 뛰어난 선수에 맞춰 차량을 세팅하고 이는 같은 팀 드라이버 간에도 격차가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23 시즌 거의 완벽에 가까웠던 오라클 레드불의 세르히오 페레스가 그런 사례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보편 2023년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는 억울할 수도 있다. 분명 시즌 포인트 자체는 샤를 르클레르가 206포인트로 5위에 랭크됐지만, 시즌 전체 7위에 랭크된 사인츠 주니어 역시 200포인트로 불과 6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오히려 시즌 중 임팩트는 사인츠 주니어 쪽이 더 강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싱가포르, 미국에서 폴 포지션을 3회나 차지하고도 포디움에 턱걸이했던 샤를 르클레르와 달리,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는 2023 시즌 막스 페르스타펜이 차지하지 못한 2회의 우승 중 1회를 폴 투 윈으로 장식했다. 사실 기량 면에서 보면 르클레르는 다소 성장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네 바퀴 전체의 그립에 다소 과할 만큼 집착하는 스타일이면서도 악천후 조건에서 대응이 좋지 않은 그지만 자리를 지키게 된다. 워낙 데뷔 당시부터 이탈리아 국적이 아님에도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순혈로 대접받으며 성장한 까닭에 편애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나 떨고 있니?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 나비효과
그렇다면 2025년 이후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모터스포츠 업계에서는 2024년으로 계약이 끝나는 세르히오 페레즈의 한 자리를 대신해 레드불 레이싱에 합류할 가능성도 언급한다. 해밀턴이 빠져나간 메르세데스도 거론된다. 참고로 메르세데스의 경우 조지 러셀도 2024년이 계약의 끝이다.
2026년 포뮬러원에 참가하는 것으로 계획된 아우디 역시 사인츠 주니어의 행선지로 가능성이 있다. 아우디 스포트는 다름아닌 그의 아버지 카를로스 사인츠가 소속돼 있기도 하다. 카를로스 사인츠는 다카르랠리 최초로 전기차를 통해 2024년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만약 사인츠 주니어가 아우디로 향한다면 카테고리만 다른 부자가 동일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팀에서 활약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아우디는 2026년 참전을 선언했지만 원하는 드라이버 진용이 일찍 갖춰진다면 시간은 1년 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페라리와 함께 꾸는 꿈
해밀턴의 8번째 챔피언, 변수는?
세계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자 꿈의 무대인 포뮬러원은 2026년부터 머신 규정의 변화, 새로운 제조사의 참가 등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탄소 포집 등으로 재생한 기후중립 연료 사용 등 드라이버는 물론 미케닉들조차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해밀턴은 페라리 이적 후 꿈에 그리던 8번째 월드챔피언을 달성할 수 있을까? 과연 12년 전, 메르세데스를 선택했던 해밀턴의 혜안이 이번에도 통할까?
희망적인 부분은 페라리의 파워트레인 전략이다. 페라리의 양산차 라인업은 모터스포츠의 전략을, 모터스포츠는 양산차의 방향성을 반영하는 거울 같은 존재다. 포뮬러원의 2026년 이후 규정에 대응한 파워유닛 개발 진도도 어느 정도 진행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위협적인 부분도 같은 이유로 존재한다. 2022년에 이어 2023년, 메르세데스가 레드불에 처절하게 밀린 것은 결국 머신 때문이었다. 이는 메르세데스에게 현재의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메르세데스 AMG는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2026년 이후의 포뮬러원을 위한 대비에 들어갔다. ‘윈 나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다시 한 번 지배적인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메르세데스의 이러한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해밀턴이 경쟁자로서 만나게 될 메르세데스는 8번째 월드 챔피언 도전에 가장 강력한 적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새해 벽두부터 흥미로운 소식이다. 살아 있는 전설이 명문에서 또 다른 명문으로 이적하는 계약의 그림도 드라마틱한 장면이다. 모터스포츠 팬들에게는 여러모로 기대해볼 만한 향후 몇 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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