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GP 레드불 원 투 피니쉬, 샤를 르클레르 시즌 첫 포디움
2023년 4월 30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여린 아제르바이잔 GP에서 오라클 레드불의 듀오가 원 투 2 피니쉬를 달성했다. 그 1은 막스 페르스타펜이 아니고 세르히오 페레스다. 이번 시즌 첫 폴 포지션을 차지한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는 3위로 올 시즌 첫 포디움에 올랐다. 이 외에 계속 포디움에 오르던 애스턴마틴의 페르난도 알론소는 4위를 기록했다. 비록 포디움은 놓쳤으나 경기 후 순위 조정을 통해 4위를 기록하며 애스턴마틴 전체의 팀 포인트는 레드불 바로 다음에 자리하게 됐다.
진정한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 세르히오 페레스
올 시즌 오라클 레드불의 세르히오 페레스(#11)는 다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팀 동료 막스 페르스타펜(#1)과의 격차가 너무 컸다. 하지만 올해는 아제르바이잔 GP 이전 62 포인트로, 1위 페르스타펜과 13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는 토요일에 진행된 스프린트 레이스에서도 2위에 올라 2포인트를 더해 총 87포인트가 됐고 1위 페르스타펜과 6포인트로 격차를 좁혔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그가 생애 최초로 월드 챔피언 경쟁에 가세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게 됐다.
페레스는 후위 그리드에서 출발해 상위로 치고 올라오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런 경우 팬들이 투표로 결정하는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Driver of the Day)’ 타이틀을 가져가게 되는 확률이 높다. 페레스는 직전 라운드인 호주 GP에서도 21.3%의 득표율로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에 선정됐는데 2 라운드 연속 이 타이틀을 차지했다. 아제르바이잔 GP에서 1시간 32분 42초 436으로 51랩을 주파해 팀 동료 페르스타펜을 2초 137로 제치고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이로써 페레스는 본인의 6번째 그랑프리 우승과 함께 2010년 이후 레드불 듀오의 25번째 원 투 피니쉬를 견인했다. 막스 페르스타펜은, 본선 2위,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에 선정되고 2위를 기록하고서도 살기 가득한 눈으로 인터뷰에 응했던 사우디아라비아 GP 때와는 달리, 페레스의 우승과 원 투 피니쉬를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는 아제르바이잔 GP가 끝나고 “세이프티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너무 쉽게 추월을 허용한 르클레르, 머신에 대한 불신?
1위에서 3위 싸움은 계속 레드불 듀오와 르클레르의 싸움이었는데, 페라리의 머신은 고비마다 레드불의 추월을 그대로 허용했다. 3랩에서 4랩으로 넘어가기 직전 긴 직선주로에서 페르스타펜은 르클레르의 선두 질주를 단 몇 랩만에 저지해버렸다. 7랩 첫 번째 코너에서도 르클레르는 3위로 달리고 있던 페레스에게 2위 자리를 그대로 내줬다. 르클레르가 아무리 4륜 마찰력이 확보된 상태에서의 움직임을 선호한다 하더라도, 방어가 다소 소극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페레스가 선두로 올라선 것은 10랩과 11랩 사이 옐로 플래그가 발령되고 세이프티카 상황이 벌어지면서다. 알파타우리의 닉 드 브리스(#21)이 6번 코너에서 사고로 멈춰서면서 이를 정리하기 위해 레이스 페이스가 늦춰졌고, 그 사이 페르스타펜이 피트인하면서 페레스가 1위로 올라섰다. 이 때 르클레르가 잠시 2위로 올라서기도 했으나 14랩에서 다시 페르스타펜에게 추월당했다. 본인은 페라리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트러블에 대한 트라우마를 버릴 수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3위로 골인하기는 했으나, 2위에 21초 이상 뒤진 기록이었다. 그는 15포인트를 획득하고 3위를 기록한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
5회 남은 스프린트 레이스, 각 팀 운영에 변수로
2021년부터 시작된 스프린트 레이스는 관객들에게 더 많은 재미를 준다지만, 팀과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거의 경기 후반 10랩 정도 조건의 주행을 한 번 더 하게 된다는 점에서 심적 부담이 크다. 특히 사고의 위험은 레이스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스프린트 1위에서 3위는 포인트가 각각 3포인트부터 1포인트까지 주어진다고는 하지만 본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비하면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페르스타펜의 경우에는 스프린트 레이스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몇 번 냈다.
스프린트 레이스에서 좋은 결과를 내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머신이 무리를 한 상태기 때문. 샤를 르클레르는 이번 아제르바이잔 GP 스프린트 레이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지만, 본선에서는 그 기세를 완전히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게다가 스프린트 레이스가, 포뮬러원이 지향하는 환경 영향 저감이라는 방향과도 맞는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 물론 한 시즌 6개 GP에서만 스프린트를 진행하지만 각 팀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지는 의문.
그 외에 애스턴 마틴의 알론소는 여전히 좋은 드라이빙을 선보였다. 놀라운 것은 랜스 스트롤의 성장. 하위권에서 다른 팀의 포인트나 벌어주는 선수가 아니라 이제는 6~7위권 정도의 싸움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춘 드라이버로 성장했다. 특히 타이어가 마찰력을 잃어, 차체가 벽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조향과 가속의 절묘한 조작만으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한다든가, 루이스 해밀튼을 압박하는 모습은 단순히 그가 ‘재벌집 아들’이 아닌 우수한 드라이버 중의 한 명으로 평가하게 한다.
다음 일정은 5월 6~8일까지 진행되는 올 시즌 첫 신대륙 GP인 미국 GP다.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인터내셔널 오토드롬에서 펼쳐진다. 11월에 펼쳐질 라스베가스 GP의 트랙이 직선 위주라면 마이애미 인터내셔널 오토드롬의 조건은 유럽의 클로즈드 서킷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GP는 여타 다른 스포츠는 물론 대중문화 아이콘이라 할 만한 이들이 대거 등장하는 GP다. 역사상 그 어느 그랑프리보다 ‘힙’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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