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스포츠카, 나만의 차
※매월 출시된 차, 혹은 시승한 차 중 하나를 선택해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아직 2월이지만 벌써 굵직한 차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월에는 아마도 높은 확률로, 1년 뒤 국내 '올해의 차'에 꼽힐 메르세데스 벤츠의 11세대 E 클래스(W214)가 출시됐습니다. 존재감이 압도적입니다.
그러나 저는 2월 이 달의 차로 포드의 7세대 머스탱을 꼽아보았습니다. 동일한 목표를 가진 기술 트렌드의 흐름 속에 표정을 잃어가는 차들의 모습이 못내 아쉬운 지금, 머스탱은 특별한 개성을 가진 차이기 때문입니다.
머스탱은 스포츠카이지만 독일 머신처럼 날렵한 운동성능을 가진 차는 아닙니다. 6.5세대 차량을 서킷에서 탄 경험이 있는데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라는 댐퍼 기능이 들어갔지만 고속 코너에서는 뒤뚱거렸고 차량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운전자의 원초적 감각을 일깨우는 차입니다. 동일한 퍼포먼스를 기준으로 했을 때 독일 브랜드의 쿠페나 컨버터블에 비하면 얼마나 저렴한가요. 1,000만 원이 넘게 올랐다지만 최상위 트림인 5.0 V8 GT 컨버터블도 8,600만 원 수준입니다. 퍼포먼스카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고객들이라면 상당히 부담 없는 가격일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머스탱을 순정으로 타기보다 튜닝의 베이스카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퍼포먼스 면에서도 많은 업그레이드가 이뤄졌습니다. 6.5세대에서 290ps대로 내려갔다가 다시 320ps 가까이 올라온 2.3리터 에코부스트, 500ps에 육박하는 최고 출력으로 돌아온 5.0리터 GT 모델은 북미에서도 상위급 동력 사양입니다. 이 사양은 북미 가격과 국내 가격의 차이도 크지 않습니다.
여담이지만 머스탱의 이 2.3리터 에코부스트가 올 뉴 노틸러스에 장착됐더라면 어땠을까 합니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박력도 아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체급에 맞는 엔진을 장착했어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또한 머스탱만큼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스포츠카도 드뭅니다. 1964년 처음 등장한 이래 60년을 넘도록 전 세대 고루 사랑을 받아 오고 있죠. 그리고 머스탱은 1960년대의 젊은이들과 2020년대의 젊은이들 사이에 놓인 시간의 넘나드는 소통의 메신저이기도 합니다. 2월 15일, 국내에 몇 대 없는 1세대 머스탱 컨버터블을 타고 등장해 7세대 머스탱을 소개한 포드코리아 데이비드 제프리 CEO의 모습은 시사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데이비드 제프리 CEO는 1978년생으로 저보다 두 살 형인데요(다음엔 형이라고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그가 1살 때 머스탱의 3세대가 나왔습니다.
머스탱은 컨버터블이나 쿠페차량 치고 2열이 꽤 넓습니다. 몇 년 전 머스탱의 여성 오너들만을 모아 자신들의 차량과 함께 하는 컨텐츠를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중 40대 후반처럼 보이는 60대 오너가 오렌지 퓨리 컬러의 머스탱을 갖고 오신 게 너무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화력 좋기로 유명한 네이버의 악플러들조차 그 '누님'의 포스에 무릎을 꿇고 찬사를 보냈을 정도니까요. 이 누님이 머스탱과 함께 할 때 가장 즐거운 순간으로 "손주들을 뒷좌석에 태우고 탑을 오픈한 채 달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911도, AMG SL도 주지 못하는 머스탱만의 감성이 이런 게 아닐까요?
머스탱은 젊음의 아이콘이기도 하지만, 젊음을 잊지 않았다면 그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차이기도 합니다. 머스탱은 배타적이지 않은 모두의 스포츠카죠. 그러나 은근히 다루기 쉽지 않고, 그래서 타는 사람과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나만의 머스탱'이 되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 손주들을 데리고 오픈에어링을 즐기시는 게 즐거움이셨다는 그 '누님'을 다시 한 번 만나 머스탱 시승 인터뷰로 모셔보고 싶습니다. 20대의 아름다운 모델과 함께 하는 촬영도 좋지만 그렇게 삶의 아름다움으로 시대의 아이콘카를 품어내는 그 매력이 너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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