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페르스타펜 우승, 랜도 노리스 시즌 순위 2위로 페라리 르클레르 제쳐
폴 포지션을 차지했던 맥라렌의 랜도 노리스(#4). 올해 두 번째 우승을 폴 투 윈으로 기록할까 하는 기대는 빗나갔다. 1위는 예선에서 0.1초 차 2위였던 레드불의 막스 페르스타펜(#1). 예선 3위를 기록했던 루이스 해밀턴(#44)이 3위로 포디움 피니쉬를 달성했다. 페라리 듀오는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으나 캐나다에서의 악몽으로부터 조금 놓여난 모양새였다. 2024년 6월 23일, 태양이 가득했던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2024 F1 스페인 GP 소식이다.
2024 F1 스페인
초반 질주 돋보였던 조지 러셀
페르스타펜의 쉽지 않았던 싸움
예선 1위는 절친 랜도 노리스에게 내줬지만 사실 시간 차이가 워낙 근소한 차이라 막스 페르스타펜에게 어려운 경기가 되진 않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첫 랩에서는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의 조지 러셀(#63)이 믿을 수 없는 스타트로 4위에서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마치 2011년, 페라리 시절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스페인 GP에서 보여 줬던 것과 같은 도약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극적이었다. 예선 1, 2위 차량들이 서로 바짝 붙다시피 해서 첫 코너 안쪽의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제 속력을 못 낼 때, 러셀은 노리스의 왼쪽과 페라리 샤를 르클레르 사이에 약간의 틈이 있는 것을 보고 곳으로 빠져나간 다음 전속력으로 코너를 탈출해 단숨에 선두로 올라가는 드라이빙을 보여줬다.
메르세데스 듀오는 경기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베르스타펜을 추격했다. 최근의 차량 업데이트가 성공적이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3랩에서 러셀을 제치며 선두를 잡은 페르스타펜은, 좀 힘들기는 했어도 타이어 교체를 위해 피트인했던 44랩을 제외하곤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레드불의 타이어 전략이 주효했다. 그는 전반 17랩에서 재사용 소프트 타이어를 사용했고, 44랩까지는 신품 미디움 타이어를 사용했다. 그 이후부터 종료 시까지는 신제품의 소프트 타이어를 사용했다. 바르셀로나 서킷에서는 타이어 마모가 일찍 오는데, 경기 중반 이후 페이스를 최대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었다. 결국 페르스타펜은 1시간 28분 20초 277의 기록으로 체커기를 받았다. 체커기를 받은 후 라디오에서, 그답지 않게 큰 숨을 내쉬며 "정말 좋았다"고 할 만큼 쉽지 않은 레이스였다.
랜도 노리스, 드라이버 포인트 르클레르 제쳐
비록 생애 첫 폴 투 윈은 놓쳤지만 시즌 2승을 거둔 노리스는 시즌 누적 포인트 150d으로,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를 2포인트차로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1위와의 포인트 차이는 69포인트로 조금 더 벌어졌다.
그래도 팀포인트에서는 페라리가 맥라렌보다 33포인트가 많은 270포인트다. 페라리는 두 명의 드라이버가 다 우승을 맛봤고 3, 4위로 나란히 붙어 있는 까닭이다. 또한 페라리와 레드불의 격차는 1위 드라이버와 2위 드라이버의 격차보다는 약간 좁다. 이는 레드불의 세르히오 페레스가 아직 111 포인트로 다소 부진한 것의 직접 영향이다. 원투 피니쉬를 밥 먹듯이 하던 지난 해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한편 페라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의 차량만 살짝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2025년 시트를 뺏는 것도 너무한데 이제는 대놓고 테스트 드라이버 취급이냐는 불만도 나오지만, 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또한 르클레르보다는 사인츠가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그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루이스 해밀턴
루이스 해밀턴의 저력은 놀라웠다. 경기 전, 이번에는 우승을 노린다고 했던 해밀턴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특히 잠시 중위권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 보여주었던 추월 씬은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55)를 잡을 때, 단 한 코너에서 춤추는 듯한 무빙을 선보였고, 팀 동료 조지 러셀을 제칠 때는 폭발력을 보여 주었다. 7회의 월드 챔피언을 지낸 그를 아직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중계진의 샤우팅은 과장이 아니었다.
관록이 관록이다 보니 유쾌함도 더했다. 수상자 3명의 인터뷰를 위한 자리에서 쇼파에 누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은 금세 SNS로 퍼져나가고 있다.
플라비오 브리아토레 어드바이저 복귀하는 알핀
사인츠 주니어의 새 팀 될까
지난 2008년 싱가포르 GP에서, 넬슨 피케 주니어에게, 페르난도 알론소의 우승을 위해서 한 몸 희생하라는 지시를 내려 이른바 ‘크래쉬 게이트’를 일으킨 플라비오 브리아토레가 복귀한다. 브리아토레는 1990년대 베네통을 이끌며 미하엘 슈마허의 전성기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교활함으로 적도 많은 인물. 그러나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F1 판으로 돌아올 준비를 진행 중이었다.
한편 르노는 에스테반 오콘의 방출을 결정한 후 다른 드라이버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브리아토레는 “드라이버를 찾는 것은 우선 순위가 아니며 지금은 차량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이미 상당한 말이 오가고 있다. 특히 ‘대어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카를로스 사인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현재 리저브 드라이버인 잭 두한의 승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윈 나우’를 구현하려면 사인츠만한 드라이버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알핀은 이번 스페인 GP에서 피에르 가슬리(#10)와 에스테반 오콘(#31)이 나란히 9위와 10위로 포인트 피니쉬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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