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환경 비용의 저감으로 혁명 구현…제도, 시스템 프로토콜은 연구 중
“자동차도 당분간 하늘을 날 것 같지는 않아. ” 1990년대 애니메이션 <그레이트 티처 오니즈카(GTO)> 오프닝곡 “혼자만의 밤”(포르노그래피티)의 가사다. 그 당분간이 지나가고 정말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시대가 왔다. 오는 2024 파리 올림픽에는 3개의 UAM 노선이 투입될 예정이다. 올해 CES(Consumer Electrics Show)에서도 UAM은 모빌리티 영역에서 단연 핫한 주제다.
한국의 UAM 산업 진전 행보의 70% 정도에 불과하나, 현재 빠르게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정부와기업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과연 UAM은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에서 관심을 얻고 있는지, 오해와 실제를 간략히 살펴봤다.
2024 CES에서도 중요한 테마 UAM
eVTOL의 진화
UAM에 부정적인 견해는 몇 가지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우선 결국 이것이 헬리콥터의 연장선상이며 그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것, 지상에서 작은 사고로 그칠 일이 큰 인명사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인프라의 부족 등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서 UAM의 주역이 될 기체인 수직이착륙기(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는 이런 우려를 벗어나 가고 있다. 특히 소음 문제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선제적인 대응이 이뤄져 있다. 항공우주학 박사이자 이 영역에서 가장 선구적인 기업인 조비 에비에이션의 부사장 에릭 앨리슨은 전동화와 경량화, 프로펠러의 구조를 통해 헬리콥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소음 절감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그는 2023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레오나도 AW109, 벨 206 등 현재 북미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주요 헬리콥터 기체와 비교해 지상에서 감지할 수 있는 소음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이 특별히 놀라운 일이라기보다는 현재 유인, 무인 멀티콥터들의 일반적인 기술 발전 방향이다. 특히 드론은 중국이 압도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지만 저소음 프로펠러는 북미 제품이 인기가 있다. 개인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데 민감하기로야 북미 소비자들을 따라갈 수 없을 테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UAM에 부정적인 또 다른 절대적인 이유는 안전이다. 이는 실제로 고민할 만한 부분이다. 지상 대중교통에서 차량 고장은 단순한 접촉사고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중이라면 우려될 부분이 많다.
그래서 실제로 UAM을 위한 eVTOL 대부분 여러 개의 회전 날개를 쓰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모터 시스템도 이중으로 보호된다. 2024 CES에서 현대 슈퍼널이 선보인 SA-2라는 기체도 총 8개의 회전 날개가 장착되고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분산 전기 추진 방식을 구현한다. 즉 고장이 나도 헬리콥터 사고처럼 급격히 공중제비를 돌다가 추락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비행하는 교통수단인만큼 숙명적으로 안게 되는 위험에 대한 우려가 기우는 아니다. 실제로 한국항행학회에 발표된 관련 논문에 따르면 무게 1톤, 비행 속력 100km/h급인 UAM 1대가 추락하면 10명 정도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UAM, 고부가가치∙친환경 프리미엄 모빌리티
도시 인프라 변화 이끄는 버티포트
UAM 기업 및 연관 기업들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여기 돈이 몰리는 이유는 ‘그기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조비 에비에이션의 경우 우버 블랙(Uber Black)과 비슷한 1마일(1.61km)당 23~3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UAM은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기업 임원진이나 특별하고 편리한 경험을 누리고 싶은 부유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고부가가치 아이템이 된다. 좀 더 대중화되더라도 기본적으로 고가가 될 것이다.
UAM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인프라의 부족을 꼽지만, 오히려 UAM은 그 자체가 인프라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수직 이착륙을 위한 터널인 버티포트(vertiport)라는 개념은 향후 도시 건축의 개념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지상을 거쳐야만 만날 수 있던 고층은 건물에서 먼저 만나는 는 공간이 될 수 있고 그렇다면 최상층부의 상업적 가치도 바뀔 수 있다. 백화점 1층에 위치했던 명품 매장이 UAM 터미널에 입점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동 시간의 단축은 기본적으로 에너지와 사회적 비용의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인천공항 바로 근처인 운서역까지 약 60km 구간을 20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혁명이다. 시간이라는 재화는 많은 생산적 활동을 가능케 하는 자본이기 때문이다. '빨리빨리'가 여전히, 더 강력하게 유효할 한국에서 UAM의 가능성이 더 높게 전망되는 이유다.
파리 올림픽 UAM 투입이 의미하는 것
사회 자본 투입에 따른 책임감도 필요해
UAM의 현실화는 대략 2028년에서 2030년 경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에 앞서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버티포트 5개소와 이를 기점으로 한 UAM 3개 노선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실증 비행은 2023년 11월 인천 일대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UAM도 사회간접자본인만큼 각 국가는 국가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령 정비도 긴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 발전 대비 법령 정비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한국은 이 부분에서 유연성이 더 부족한 편이지만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UAM법”)이 2023년 10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는 4월 25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그런만큼 UAM의 주요 연관 기업들이 그만큼의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항공교통은 기본적인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규제 혁파는 좋지만 아무리 세계 표준을 따라잡는 것이 중요하다 해도, 실증사업자에게 항공안전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래서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다. 향후 실증화 단계를 거치고 실제 운용 단계로 들어갔을 때,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의 소지를 지금부터 명확히 해 두지 않으면 사고 이후에 사회적 비용과 갈등까지도 야기될 수 있다.
한국의 특수한 안보 상황 역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다. 비행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수집해야 할 데이터에는 안보 상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가능하다면 국내 사업자가 안전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는 국가 정보기관과 폐쇄적인 망을 통해서만 공유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북한 공군 무인기가 유유히 한국 하늘을 휘젓는 돌발 사태도 일어났는데, 운행 중인 UAM에 모종의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가 없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이건 북한의 비위를 맞춘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UAM은 이동 시간 단축의 효과뿐만 아니라 도시 공간을 3차원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직접 이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UAM이 도시의 컨텐츠 자체를 다양하게 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다른 분야가 그랬듯 격차를 좁히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미래의 수요자들은 기우를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하되, 해당 기업들도 결국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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