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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경쟁 아닌 보완 관계? 인도 시작한 볼보 EX30 & 기아 EV3

볼보 EX30, EV3 스탠다드∙롱레인지 사이 절묘한 포지션…경쟁 아닌 자체 제품 신뢰도에 집중할 때

 

국산과 수입 보급형 전기차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국내 시장에서 고객들과 만난다. 볼보의 EX30는 최대 주행 거리 404km를 인증받고 6월 말 인도 예정이며 기아 EV3는 6월 4일(화)부터 사전 계약을 시작한다. 거의 비슷한 사이즈와 가격대라 경쟁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전체 전기차 수요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Volvo EX30(L) Kia EV3(R)
볼보 EX30(좌) 기아 EV3(우)

 


배터리 용량과 주행 가능 거리

기아 EV3 스탠다드<볼보 EX30<EV3 롱레인지

 

볼보 EX30에는 66kWh 용량이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가 장착됐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화재 위험이 적고 생산 비용이 낮아 보급형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준수하다. 최고 출력 200kW(272ps)의 모터를 전륜에 장착한 이차는 산업통상자원부 인증 기준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 404kW를 달성했다. 국내 전기차 구매 고객들의 심리적 통과 관문인 400km 벽을 넘은 것이다. 이 차는 6월 말부터 고객들에게 인도된다. 복합 전기 효율 등급 5.5kWh(도심 5.8, 고속 5.1)은 2등급(5.1~5.8km/kWh). 10~80% 충전 시간은 26분 수준인데, 장거리 주행 중 실질적으로 주행하는 충전량이 40~50% 용량이라면 훨씬 적은 시간에 충전을 완료할 수 있다.


Volvo EX30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 404km 인증을 받은 볼보 EX30

6월 4일부터 사전 계약에 들어가는 기아 EV3에는 각각 58.3kWh와 81.4kWh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되는 스탠다드와 롱레인지 두 가지 등급이 있다. 모터최고 출력은 150kW(204ps)로 동일해, 배터리 용량은 주행거리 차이에만 영향을 미친다. 스탠다드의 경우 1회 완충시 주행 거리는 17인치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복합 350km, 19인치의 경우 347km에 달한다. 롱레인지의 경우 17인치의 경우 빌트인 캠 미장착은 501km, 장착은 500km이며 19인치는 478km에 달한다. 복합 전기 효율 등급은 전 등급 2등급(5.1~5.8km/kWh)이다.

 

Kia EV3
기아 EV3

즉 볼보 EX30는 주행거리로 봤을 때 기아 EV3의 두 등급 사이에 위치한다. 동력 사양과 퍼포먼스는 EX30이 확실히 우세하다. EV3의 경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EX30의 경우 35kg∙m의 두터운 토크를 기반으로 0→100km/h 5.3초의 준수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북미에 출시되는 고가형 리튬이온 배터리 장착 모델은 3.6초까지도 가능하지만 국내 도입은 미지수.

 

 

차량 크기, EV3 약간 우세

EX30은 패키징 혁신으로 승부

 

차량 크기는 기아 EV3 쪽이 약간 더 크다. 내연기관 모델인 셀토스보다도 약간 더 큰 수준. 전장 4,300 ㎜, 휠베이스는 2,680㎜, 전폭 1,850㎜, 전고 1,560㎜로 준중형 SUV급이다. 공간 자체를 넓게 만들어내는 것은 현대차∙기아의 전매특허인만큼 공간성 자체는 우수하다. 테일게이트 용량은 460리터, 프론트 트렁크 용량이 25리터다.

 

Kia EV3
슬라이딩 기능을 갖춘 EV3의 1열 콘솔

특히 전방으로 120㎜ 밀 수 있는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을 최초로 적용해 1, 2열 공간의 활용성을 높였다. 또한 1, 2열 모두 헤드룸과 숄더 부분에서 여유를 갖췄다. 외형적으로 정통 SUV의 시원한 직선을 잘 살렸는데 덕분에 공간에서도 유리한 점을 얻게 됐다.

 

EX30도 SUV지만 해치백과 같은 성향도 갖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한 것이, 볼보 본사에서는 ‘작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실제로는 작은 크기가 아니다. 휠베이스가 2,650㎜로 한 세대 전 기아 스포티지나 혼다 CR-V와 비슷한 사이즈다. 물론 전장은 4,233㎜로 짧다. 오버행이 짧은 보다 스포티한 도심형 자동차로 디자인됐기 때문. 따라서 프론트 트렁크 용량은 다소 적은 7리터 수준이다. 게다가 차량의 특성 상 2열은 좁은 편이다.


Volvo EX30 인테리어
볼보 EX30 인테리어


그러나 EX30도 공간 패키징의 혁신성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 볼보는 하나의 부품 유닛마다 복수의 기능을 적용함으로써 실내 부품의 수를 줄이고 공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다채널 스피커를 사용하는 대신 홈씨어터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하만 카돈 사운드바를 전면에 배치하고, 앞유리를 통해 사운드 공명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인포테인먼트 성능과 공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여기에 센터 콘솔, 바닥 공간, 도어 트림 등 버리는 공간이 없다.

 

 

개성 강한 인포테인먼트

집중 몰입의 EX30과 다재다능의 EV3

 

인포테인먼트의 경우 두 브랜드의 개성이 극명하게 나뉜다. 볼보는 북유럽 디자인답게 전체 인테리어와 마찬가지로 심플하며 기능에 집중하도록 구성된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모두 12.3인치지만 볼보는 세로로 센터 집중형이다. EV3는 가로로 와이드한 느낌을 강조한다. 볼보는 수입차 중 한국어 기반 활용도에서 압도적인 인식률을 보이는 누구 오토(NUGU AUTO)를 활용한다.

 

Volvo EX30
EX30 12.3인치 센터 스크린


기아는 자사 EV 최초로 ‘기아 AI 어시스턴트’를 적용해 기존 음성 인식 대배, 여행, 차량 이용, 검색 등의 정보를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설계됐다. 여기에 고음질 음악 스트리밍 및 비디오 스트리밍이 가능한 스트리밍 플러스를 비롯해 ’아케이드 게임’ 미국프로농구(NBA) 30종의 각 구단별 ‘디스플레이 테마’를 구매할 수 있다.


Kia EV3 인포테인먼트
EV3 인포테인먼트

 


무엇보다도 가격

EX30의 절묘한 포지션

 

배터리 용량에 의한 등급도 그러하지만 옵션과 사양을 따지게 되면 볼보 EX30는 기아 EV3의 빠진 선택지를 메워주는 역할도 한다. 즉 EV3와 고객 쉐어 측면에서 윈윈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EV3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으로 에어 스탠다드 4,208만 원, 어스 스탠다드 4,571만 원이며, GT 라인 4,666만 원, 롱레인지 모델, 에어 4,650만 원, 어스 5,013만 원, GT 라인 5,108만 원이다.

 


Kia EV3
기아 EV3

우선 볼보 EX30는 전기차 세제혜택 전 가격으로 4,900만 원인 코어와 5,500만 원대인 울트라 두 가지트림으로 나뉜다. 기아 EV3 스탠다드의 상위 트림인 어스 스탠다드에서 EX30에 기본 적용되는 것과 유사한 선택 사양을 갖추게 되면 이미 4,800만 원을 넘어간다. 이 사양 중에는 볼보에도 적용되는 하만 카돈의 오디오 시스템도 들어간다. 물론 형태의 차이는 있다. 물론 볼보에는 없는 V2L이라는 우세점이 있지만 EX30이 도심 지향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차이는 아니다. 즉 여기서부터는 취향 차이가 된다. 차박도 즐길 수 있는 다목적 차량인지, 장거리 이동을 하되 온로드와 도심을 거점으로 하는 운전자인지의 차이가 된다.

 

그러나 EX30의 울트라 트림은 EV3 중 가장 가격대가 높은 GT-라인 롱레인지와 경쟁적 구도에 놓이게 된다. 다만 하만 카돈 프리미엄 사운드와 와이드 선루프, 드라이브 와이즈 등이 기본이 아닌 선택 품목이어서 이를 적용하면 5,400만 원에 가까워진다. 수입과 국산이라는 차이를 감안하면 단순 가격 차이는 없다. 결국 EX30의 울트라 트림과 EV3 GT-라인 롱레인지는 절대적 주행 거리를 선택하느냐, 적절한 수준의 주행 거리와 일정 이상의 퍼포먼스를 선택하느냐의 차이가 된다.

 

Volvo EX30
볼보 EX30

현재까지의 전기차는 주행거리 자체에 집중하느라 고가화를 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적어도 독일 브랜드 E 세그먼트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 고객들에게 내연기관의 대체제로서 어필해야 했는데, 이 초기 수요가 모두 완결되며 전체적으로 전기차 판매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는 이 점을 일찍 파악했고 보급형 전기차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이를 실천에 옮겨 진짜 그에 맞는 차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볼보와 기아는 모두 이 과제를 뚫고 매력적인 가격과 사양의 전기차를 내놓는데 성공했다.

 

다만 과제는 있다. 볼보는 주행 시 수입차치고 부족한 고급스러운 감성이 부족하다는 지적, 기아는 신차의 경우 초기 품질에 있어서의 문제가 항상 꼽혀 왔다. 이 문제에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충성 고객을 빨리 만들어내는가가 두 차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즉 두 차의 경쟁 상대는 서로가 아니라 자신들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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